해외교화 이야기

▲ 최수진 교무/태국개척교화
MCU(Mahachularongkorn University)대학에서 주로 소승불교경전과 역사에 대해서 공부를 하고 있다. 팔리경전을 여전히 독경하는 스님들에게 팔리어 교육과 더불어 경장, 율장, 논장의 삼장에 대한 교육이 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곳에서 내가 가장 이색적으로 생각했던 것은 여자들을 대하는 태도이다. 태국의 형사법에는 여자가 승려의 옷깃을 스칠 경우 불경죄로 감옥에 간다고 돼있다. 이는 학교생활 내내 내가 감당해야 할 어려움이기도 하다. 스님들과는 함께 앉아 밥을 먹는 것은 물론 차도 마실 수 없기 때문이다.

대한민국과는 다르게 흰색저고리 검정치마는 '유관순' 누나가 아니라 한국 드라마 '대장금'을 떠오르게 하는 모양이다. 학교에서 이 특이한 복장의 여자가 누구일까에 대한 궁금증에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아 알려지게 됐다.

한국 원불교의 여자스님으로 나는 학교에 알려지게 됐다. 스님들은 따뜻한 미소를 보였지만 멀찌감치 서서 나를 지켜볼 뿐이었다. 소승불교에서는 머리를 깎지 않은 여자스님의 출현이 상당히 낯선 존재였을 것이다. 어느 날 원로스님의 강의 시간에 여자는 깨달음을 얻을 수 없는 '업이 무거운 생명체'로 소개되었을 때 나는 그 충격을 잊을 수가 없다. 두 손을 번쩍 들어 그 근거 없는 발언에 반론을 제시하였지만 돌아오는 것은 무시였다.

한동안 교실 안에서, 법당에서, 선방에서, 식당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의식에 그 차별이 존재하고 있음을 확인하고 얼마나 당황스러웠는지 모른다.

태국에서 나는 대종사의 은혜가 더없이 한량함을 체감한다. 여성에게는 8개의 계문 이상을 부여하지 않고 있으며, 승단 조직을 국법으로 막고 있으니 이에 대한 부당함과 차별을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여성으로 출생했다는 이유만으로 차별을 받아야 했던 시절의 어른들 이야기를 현실에서 맞서니 이 또한 보통 일이 아니었다. 차별하는 제도와 조직에 항의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과제는 여성 당사자들이 마땅히 가져야 하는 권리를 누리지 못하는 것에 대한 의식이 없는 것이 가장 큰 어려움이다. 이들은 어느 불교계에서든 여성이 이러한 차별을 받고 있는 것이 당연한 것이라 여기고 오히려 그 관습에 저항하는 여성들을 공격하기도 한다.

WFB(World Fellowship of Buddhists)의 사무총장 Mr. Pellop은 태국불교가 더 이상 태국 젊은이들에게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침 출근길 젊은이들의 손에는 어김없이 스마트폰이 들려있고, 이들은 현대문명의 이기를 함께 경험하고 있다. 이 물질문명시대에 맞는 불교가 절실히 필요하다며 경산종법사에게 함께할 것을 여러번 요청했다고 한다.

지난 ACRP(Asian Conference of Religious for Peace)에서 만난 태국의 물리학박사 Mr.Somsak은 경산종법사와의 만남에서 태국 사회의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를 문답 받은 바 있다. 나는 그와의 만남에서 태국 불교의 변화를 요구하는 있는 지식인층이 늘어가고 있음을 확인했다.

그는 실생활에서 삶을 진급시키고 진리적으로 살아가도록 불교가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우리의 태조사법 유무념 공부와 상시일기장을 보고 놀라워했다. 자신이 속해 있는 불교대학에서 요즘 개발하고 있는 공부 대조책과 너무나 흡사하다며 이것이 원불교에 이미 있다는 것에 크게 감탄했다.

태국은 현재 짜끄리 왕조가 250년 넘게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데, 삼국을 통일한 신라가 불교를 통해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고 통일을 이루기 위한 그 구심점을 삼았듯이 불교가 전 국민을 하나로 뭉치게 만들고 평화롭게 유지하도록 했다. 그러나 젊은이들이 더 이상 불교를 형식 이외의 참된 신앙으로 받아들이고 있지 않는 현상이 불교계를 위협하고 있다.

태국에서 소승불교를 공부하면서 이곳에서 살아가다 보면 대종사는 왜 한국땅에 오신것일까? 에 대한 깊은 화두를 갖게 된다.

대한민국의 일제강점기 시절, 많은 이들은 해방을 맞이할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다는 그 시절, 지우차별을 제외한 모든 차별제도를 없애고 희망을 노래한 대종사는 과연 어떤 분인가?

세월을 뒤로 돌려 그때의 상황을 생각해보면 현재 내가 처해 있는 이 태국의 상황과 어떻게 다른가? 이에 대한 답을 찾는 일이 나의 일이며 과제라 여긴다. 이곳에서도 남성뿐 아니라 여성 수행자들이 희망을 말하고 깨달음을 외칠 수 있는 그날이 올 때까지 나의 공부 또한 쉬지 않을 것을 대종사님과 약속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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