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이명기·장혁·김진돈 박치영 원장은 각각 다른 연령대와 전문분야로, 한의학 안팎의 트렌디한 이야기들에 대해 거침없이 수다를 펼친다.
'한의사'라고 하면, 두꺼운 뿔테에 단정한 넥타이, 한문과 고서에 능하며 왠지 조용하고 근엄한 이미지가 떠오른다. 그런데 여기, 4명의 '말많은 한의사'들이 모이니 10년만에 동창 만난 듯 한시간 내내 대화가 강이 되어 흐른다.

한의사들인데 건강 진단이나 비결은 양념 격, 정치나 사회, 트렌드, 취미 등 온갖 장르를 망라해 이야기하는 '한의사들의 힐링 수다-한수'. 15일 열린 18회 녹화는 늦은 밤에도 시끌벅적 활기차게 진행됐다.

운동 안하는 한의사, 시사 모르는 한의사

18회 녹화 주제는 '사회의 심리학'. 음모이론, 베블런효과, 베르테르효과 등 우리 사회 전반에서 찾아볼 수 있는 심리학 현상을 다뤘다. 지카바이러스나 UFO, 루이비통 3초백 등을 설명하고 의견을 나누는 4명의 한의사, 당연히 평소 넘치는 상식과 식견으로 쉽게 진행할 법 한데, 시작 전부터 출연자들이 PD와 작가들에게 "어렵다"고 앙탈이다.

"사회, 경제에 대해서 별 관심이 없었는데, '한수'를 통해 오히려 한수 배우고 있다"는 박치영 원장(생기한의원 서초점). 그의 말대로 한의사라고 다 잘 아는 게 아님을 몸소 보여주는 캐릭터이자, 제작진들이 가장 '한수' 의도에 맞는 방송쟁이라고 꼽는 출연자다. 그의 솔직함은 "환자에게 운동을 권유하곤 하지만 정작 나는 손 놓은지 오래다" 급으로 높은 수준, '한수' 시청자들에게 친근함과 공감을 끌어낸다.

'한수'는 매주 토크 주제 또한 한의학적 소재와 일반적인 트렌드를 적절히 섞는다. 1회 '한의사들의 시크릿 뇌구조'를 비롯, '한의사들의 아주 사적인 건강법', '유쾌한 술 이야기' 등으로 할 이야기 많은 전문적인 분야도 얘기하지만, '첫사랑', …남자의 요리…, '~족을 말하다', '편견과 고정관념', '비주류의 역습' 등 지금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실제 이야기들도 적절히 배치한다.

20년 나이차에 다양한 캐릭터로 호흡

한방건강TV 개국때부터 함께 해온 베테랑이자 가장 꼼꼼하고 깔끔하게 편집해낸다는 한라경PD는 한의사들과 함께 많은 프로그램을 제작해왔다. 그동안 느꼈던 소탈함이나 인간미 등을 담아내고 싶다는 바람이 WBS TV '한수'에서 발휘하고 있다.

"한방건강TV에서는 한의학적 지식을 듣고 상담했다면, '한수'는 다양한 소재로 네 명이 대화해야하기 때문에 접근이 아예 달랐다"는 한PD. 섭외부터 방송 시작하고도 가장 염려된 것은 '원장들 네 명이 서로 조화가 될까' 였다.

"그런데 의외로 바로 호흡이 맞춰졌다. 가장 큰 나이차가 20년 정도인데, 그에 맞는 캐릭터와 역할을 잘 잡고 이해한다. 50분 방송인데 녹화는 1시간으로, 거의 리얼타임으로 내보낼 수 있을 정도다."

맏형 김진돈 원장(운제당한의원)은 가장 많은 방송 경력과 엄청난 독서량으로 '한수'를 자연스럽고도 가볍지 않게 이끈다. "원음방송 한방건강상담에 출연하며 많은 청취자들의 고민과 건강상태를 들었다"는 경험이 대화의 소재를 풍부하게 하는 힘이 됐다는 그는 '한수'를 "어려운 지식을 부드럽게 풀어내주는 일상의 체험같은 프로그램이다"고 표현했다.

첫번째 대박 애드립 기다리는 중

'한수'는 평일 밤 9시에 녹화해 2회분을 촬영한다. 종일 환자들을 상대했던 한의사들도 졸린 시각이지만, 시청자들을 위해 생기를 잃지 않도록 제작진과 함께 여러 수를 쓴다.

녹화전 카메라를 셋팅하며 슬쩍 알파고 vs 이세돌 이야기를 꺼내는 PD 이윤원 교무. 한의사들은 인간과 기계의 대결이라는 화두부터, 미래사회 모습, 최신 기술 속속 들어오는 한의학 분야의 현황과 전망까지 한참을 담소하며 긴장을 푼다.

"녹화 전 그때그때 화제를 얘기하며 입도 풀고 몸과 마음을 유연하게 한다"는 이 PD가 기다리는 것은 '첫번째 대박 애드립'. 한번 터지고 나면 계속 이어진다는 대박 애드립이 곧 나온다는 것도 그의 전망이다.

'한수'의 톡톡 튀는 비타민 이명기 원장(이지스한의원 강남점)은 30대 초반 유일한 미혼으로 '한수'에서 '젊은 도시 총각'을 맡고 있다. '키덜트 전성시대' 편에서 레고 마니아의 위용을 뽐낸 그는 실제 조립한 포크레인을 출연시켰을 정도로 트렌디함을 책임지는 결정적 '한수'다.

그는 "너무나 솔직하고 편안한 토크라, 환자들에게나 한의사로서의 이미지가 걱정될 때도 많다"고 말한다. 사실 그는 물론, 출연진들 전부가 초반에는 "차라리 한의학 정보나 상담이 더 쉽겠다"고 한 목소리였단다.

녹화날마다 부산에서 올라오는 장혁 원장(이지스한의원 부산점)은 한방건강TV로 인연을 맺어 '한수'로 이어가고 있다.

세련된 목소리에 진지한 유머가 매력인 그는 "늘 환자들에게 얘기를 듣는 입장이다보니 편안하게 대화 나누는 '한수'에서 스트레스도 많이 푼다"며, 다만 시간이 흐르면 "사회의 민감한 문제에 대해, 더욱 솔직하고 소신있는 의견을 나누는 시간도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원불교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프로그램

한의사 이미지에 대한 친근감을 높이며 한의학 전파에도 큰 역할을 하는 '한수'는 원광대학교 한의학과와 전국의 원광한방병원, 한방건강TV 등으로 역사와 규모를 다져온 원불교가 누구보다도 잘 할 수 있는 프로그램 중 하나다.

건강관리엔 완벽할 것 같은 한의사 이미지. 그러나 알고보니 커피 중독에 술자리도 마다않고, 스마트폰 없이는 화장실도 안가는 딱 나이자 내 친구들의 수다가 바로 '한수'다.

이토록 솔직하고 담백한 한의사들의 수다쇼. 유난히 지치는 월요일 밤 10시 당신의 한 주의 활력이 될 WBS TV '한수'는 이렇게 시작된다.

"말많은 한의사 4명이 모였습니다! 한 수다 하는 저희들이 한 수 늘어놓겠습니다! 4인 4색 한의사들의 본격 한풀이 토크쇼!"
▲ 매주 월요일 밤 10시 WBS TV에서 방송되는 '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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