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리계와 의사소통의 통로인 기도를 할 때는 빈 마음으로 하여야 합니다"라고 교무님께서 말씀을 하셨습니다.

'큰 서원을 가지고 하라고 하시고선 이제는 빈 마음으로 하라는 것일까?' 잠시나마 가지고 있던 의문은 교무님의 다음 말씀에서 바로 밝혀졌습니다. 괜히 공부를 하지 않고 있는 사실만 스스로 확인한 결과가 되어 부끄러웠습니다.

교무님이 말씀하신 빈 마음은 우리가 기도를 할 때에 서원이나 원하는 바가 없이 기도를 하라는 것이 아니라, 기도를 하면서 자신의 서원이나 원하는 것이 꼭 이루어지기를 기대하는 마음이 없는 그 상태가 바로 빈 마음이라 하셨습니다.

빈 마음이 되지 않고서는 지속적인 기도는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기도는 나의 몫이고 사은님의 뜻에 따르겠다는 마음으로 기도를 하면서 기다려야합니다.

기다릴 줄 아는 마음이 기도이며, 비어있는 마음이 기도이기에 처음부터 쉽게 생길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습니다.

기도를 하다보면 언제까지 기다려야 할지, 기간이 정해져 있지 않음에 너무도 막연하여 불만 아닌 불만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이렇게 기도를 하는데도 왜 나에게 는 아무런 변화도 나타나지 않는 것인가?' 하는 의구심에 점차 기도의 위력에 의심을 품게 되고, 의심은 믿음을 약하게 하여 급기야 기도를 하지 않게 되는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달리 생각하면 더 나빠질 수도 있는데 기도의 위력으로 지금 상황이 이만큼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생각은 기도를 계속 할 수 있는 힘을 주게 됩니다. 시일이 다를 뿐이지 언젠가는 이루어진다는 것을 믿어야합니다. 기도를 할 때 우리의 마음은 빈 마음이어야 합니다.

정전의 '심고와 기도'에서도 "사람이 출세하여 세상을 살아 가기로 하면 자력과 타력이 같이 필요하다"고 밝히며 "우리는 자신할 만한 법신불 사은의 은혜와 위력을 알았으니, 이 원만한 사은으로써 신앙의 근원을 삼으라"고 하였습니다.

그리하면 지성이면 감천으로 사은의 위력을 얻어 원하는 바가 법신불 사은님의 뜻대로 되어지리라 봅니다.
비어있는 마음을 갖기 위해서는 우선 '놓는 공부'를 해야 합니다. 우리들의 마음속에 들어 있는 욕심 고통 등을 놓아 버리는 것입니다.

아잔 브라흐마가 쓴 《술취한 코끼리 길들이기》라는 책에는 내려놓기 명상법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내려놓기 명상이란 자신을 괴롭히는 것들을 내려놓음으로써 평화를 찾는 방법으로,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을 통제하거나 거부하지 않고 내 안에 받아들일 때 진정한 내려놓기가 이루어진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내 안에서 녹아날 때 자연히 놓는 공부가 이루어지며, 비어있는 내 마음을 갖게 됩니다.

말로 하거나 글로 쓰는 일은 쉽습니다. 정작 어려운 일은 알고 있는 것을 실천하는 노력입니다.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해야 합니다.

놓는 공부, 빈 마음 갖기가 쉬운 일은 아니기에 공부하고 그 마음 갖기에 힘을 써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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