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생수

▲ 조은혜 교도/원불교환경연대 교육국장
토요일 오후, 조용하던 교당 입구가 소란스러워진다.

'가만히 있는 것'이 가장 어려운 초등학교 1~2학년 꼬맹이들부터 짐짓 무심한 척 호기심을 누르고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는 5~6학년 '큰형'들까지 20명 남짓한 아이들이 자리 잡고 앉으면 '태양과 바람의 나라로~' 어린잎 자연학교가 시작된다. 교당이 익숙한 아이들은 쑥 들어와 자리를 잡고 앉고, 교당에 처음 들어와 본 동네 꼬마들은 두리번 두리번 신기한 듯 둘러보느라 걸음이 더딜 뿐 이내 거리낌 없이 자리를 잡고 앉았다.

작년까지 남산에 있는 서울유스호스텔에서 진행하던 어린잎 자연학교를 올해부터는 교당과 지역아이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교류의 장이 될 수 있도록 서울 강북구 장위동에 위치한 송천교당으로 자리를 옮겨 '에코 놀이터 만들기'로 시작한 어린잎 자연학교 첫 출발은 초록불.

어린잎 자연학교가 시작된 것은 3년 전. 초등학교 수업이 주5일제로 바뀌면서 일명 '놀토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과 요구가 많았다. 토요일 하루라도 우리를 둘러싼 환경과 모든 생명의 근원이자 터전인 자연을 생각하며 아이들이 스스로 실천할 수 있는 환경놀이를 해보자는 취지로 서울 한복판 숲이 있고, 청소년 프로그램을 위한 시설이 갖추어진 서울유스호스텔에서 자연놀이를 시작한 것이다.

한달에 한번씩 자연놀이를 위해 서울시내 곳곳에서 뿐만 아니라 멀리 분당과 남양주에서까지 아이들이 찾아오기 시작해 적게는 20여명, 많을 때는 60여명의 아이들이 모여들었다.

자연의 모든 것이 서로 관계를 맺고 순환하는 이치를 깨닫는 생명이야기, 태양과 바람으로 만드는 지구를 살리는 착한 전기, 상자텃밭 꼬마농부들의 솜씨로 자연 에너지를 먹고 나누는 건강한 자연 밥상, 쓰고 버리는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재활용품에 생명을 불어넣어 아픈 지구를 치료하는 비전력 적정기술 등 자연을 배우고, 자연에서 배우고, 자연을 지키는 자연학교가 재미있었나보다.

"여기 쫌 재밌는 거 같지 않아?"
"응, 핸드폰 없이도 재밌게 놀 수 있네"

"친구 데리고 와도 돼요?"
"다음엔 언제 모여요?" 이렇게 3년을 이어왔다.

그리고 자연학교 소문을 들은 몇몇 교당에서 어린이 법회시간을 '어린잎 환경법회'로 열어 주어서 교당과 함께 하는 자연학교로 확산되면서 좀 더 아이들과 가까운 곳에서 아이들이 언제든 찾아와 놀며 교류하는 '에코놀이터'를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한달에 한번 토요일 오후에만 잠깐 만날 수 있는 자연놀이를 언제든 할 수 있다면 핸드폰 게임과 멀어질 수 있겠고, 놀이터로 교당을 스스럼없이 드나들다 보면 원불교와 자연스레 친해질 수 있을 테니까.

게다가 3년 전 자연학교 1기로 시작했던 어린잎들 몇몇은 어느새 중등잎이 되었는데 여전히 자연학교에 와서 동생들을 도와주는 형, 누나 노릇을 마다하지 않고 있고, 형 따라 누나 따라 와서 어깨너머로 함께 하던 동생들이 초등학교 입학하자마자 자연학교 출석부에 이름 올려 자연학교 패밀리가 되어가고 있는 것을 보면 '지속가능한' 자연학교가 교당 곳곳에 만들어지면 참 좋겠다는 꿈을 키우게 되었다.

꿈을 현실로 바꿔준 것은 햇빛발전소로 옥상과 베란다 난간을 가득 채우고 서울시 에너지절약 경진대회에서 우수상을 받을 정도로 에너지 자립교당의 모범이 되고 있는 송천교당의 햇살 가득한 안마당이다.

4월부터는 자곡동으로 터전을 옮긴 강남교당에도 어린잎 자연학교 에코 놀이터 만들기가 시작된다.

다자녀 가구들이 모여 사는 자곡동 지역 어린잎들과는 '해, 바람 자연에너지 놀이터 - 해로' 와 함께 놀 계획이다. 아직은 교당의 관심과 참여가 많지 않아서 현재는 여기까지다.

꿈은 이어진다. 토요일이면 활짝 열린 교당 문을 밀며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여든다. 제각각 모둠을 지어 웃고 떠들며 텃밭을 살피고, 벽화를 그리거나, 재활용품을 모아 휴식 의자를 만들기도 하고, 패트병과 자갈로 만든 악기로 즉석 음악회를 여는 등 한바탕 소란을 떤다.

그리고 직접 만든 간식을 나누며 해, 바람 천지은을 이야기하고, 부모님과 친구들을 둘러보며 부모은, 동포은을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 것. 자연학교로 원불교와 아이들이 만나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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