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화문에서 그린피스 관계자들이 미세먼지의 위험성에 대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 출처=GREENPEACE
어느새 봄이 왔음을 알아차리게 하는 것은 더 이상 산수유, 개나리가 아니라 미세먼지와 마스크차림의 사람들이다.
'(미세먼지)수도권, 강원영서, 충청권, 전북, 대구, 울산, 경북은 '나쁨', 그 밖의 권역은 '보통'으로 예상됨.'

4월2일 환경부 국립환경연구원이 발표한 대기오염 농도 중 미세먼지 분석결과 전남, 부산, 경남, 제주만 보통이고 전국 모두가 '나쁨'으로 표시됐다. 좋음/보통/나쁨/매우나쁨 4단계에 따라 파란/초록/노랑/빨강색으로 구분되는 대기오염지도에는 서울·경기 등 수도권과 충남, 전북지역과 대구 등지에 노란색의 나쁨 표시가 몰려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에도 환경관리공단에서 제공하는 대기오염정보가 4개 단계로 지도에 표시된다. 4월2일자로 초미세먼지를 클릭하니 전국이 모두 '나쁨'이다. 4월2일 전국의 공기는 호흡하기에 '나쁨'이었다.

대기오염이 '나쁨'으로 표시될 때는 위험군뿐만이 아니라 일반군에 포함되는 사람들도 실외활동을 자제하고 창문을 열지 말라는 것이 국민행동요령이다. 4월2일자 신문과 방송에는 '실외활동 자제'라는 보도가 주를 이뤘다. 고온현상으로 다음주 미세먼지와 대기오염 농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누군가는 미세먼지를 막기 위한 대안으로 서해안에 큰 벽을 세우라고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한다. 중국발 황사는 미세먼지의 30%도 차지하지 않는다. 모두 국내에서 만들어지는 대기오염 물질들이다.'매우나쁨' 경고가 뜬 날 미세먼지에 1시간 노출되면 담배연기 84분 흡입량과 비슷하다는 보도까지 나온다. 미세먼지와 담배는 세계보건기구(WTO)가 정한 1급 발암물질이다.
▲ 석탄화력발전소 77기가 증설된 2021년 어린이날의 외출모습. 사진 출처=GREENPEACE

1급 발암물질 미세먼지

미세먼지는 인체에 큰 영향을 미치는 물질이다.

'대부분의 미세먼지가 치명적이지만 그중에서도 황산이온이나 질산이온 등은 황사 속 먼지와 흡착되면서 산화물로 변해 호흡과 함께 폐로 들어가게 된다. 이 물질이 폐로 들어가면 염증을 일으키는데, 기관지염이나 천식,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이 대표적이다. 이런 물질들은 백혈구를 자극해 혈관벽에도 염증을 일으킬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전형적인 혈관질환인 동맥경화, 뇌경색, 심근경색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위키백과가 설명하고 있는 미세먼지에 대한 설명이다.

1948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도노라에서 20명이 사망한 대기오염사고, 1952년 약 4000명의 사망자를 발생시킨 런던 스모그는 미세먼지가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 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기록되고 있다. 그 이후로 미세먼지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다양한 역학조사가 실시됐고, 특히 10㎛ 이하의 미세먼지 입자(PM10)가 취약집단의질병발생률과 사망률을 높이는 등 인체에 해로운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밝혀졌다.

초미세먼지는 미세먼지 중에서도 입자 크기가 2.5마이크로미터(100만 분의 1미터) 이하인 먼지를 말하는데 모공보다 작아서 호흡기 뿐만 아니라 피부를 통해 침투 할 수 있어, 체내 깊숙이 들어가 각종 질병을 유발한다. 세계질병부담(Global Burden of Disease) 연구에 의하면 2010년 한 해 초미세먼지 피해로 320만 명이 조기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고 국내 조기사망자수도 약 2만 3000명이었다. 2013년 세계보건기구는 미세먼지를 1급 발암물질로 지정했다.

초미세먼지 주범 석탄화력발전소

국내에서 절반 이상(50~70%) 생성되는 초미세먼지는 주로 자동차나 공장의 매연으로부터 발생하는 1차 초미세먼지 못지 않게 공기중 화학반응을 일으켜 만들어지는 2차 초미세먼지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주로 배출되는 질소산화물(NOx), 이산화황(SO2) 등의 물질이 공기 중 화학 반응을 통해 2차 생성 초미세먼지를 만든다. 국내 석탄화력발전소의 초미세먼지 기여도는 비교적 적은 1차 배출량(3.4%) 때문에 과소평가돼 왔다. 그러나 석탄화력발전소의 2차 초미세먼지 배출량은 59%에 달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53기의 석탄화력발전소를 운영중이고 2021년까지 21기를 증설해 총77기의 석탄화력발전소를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그린피스가 하버드대학 다니엘 제이콥(Daniel Jacob)교수 연구팀과 함께 연구한 결과를 보면, 현재 국내 운영 중인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배출되는 대기 오염 물질로 인해 매년 최대 1600명의 조기사망자가 발생하고 2021년까지 24기가 증설된다면 조기사망자 피해는 매년 최대 2800명이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조기사망'이란, 외부 요인으로 인해 평균 기대수명보다 일찍 사망하는 것을 말한다.
▲ 초미세먼지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나타낸 그림. 사진 출처=GREENPEACE

봄꽃내음 대신 마스크

지난 기후변화파리총회는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지구온도 1.5℃를 낯추기로 합의했다. 온실가스의 주범인 이산화탄소 저감대책에 따라 세계각국은 석탄화력발전소를 줄여가고 있다.

미국은 2010년부터 187기의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쇄해 왔고, 앞으로도 2020년까지 27% 이상의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쇄할 예정이다. EU도 10년 내 최대 1/3의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쇄할 예정이다. 독일은 2020년까지 1990년 대비 40%의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전력분야의 석탄소비감소가 의무가 됐다.

대기오염은 경제적 손실로도 이어진다. 관광객과 국제행사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므로 중국에서는 심각한 스모그나 황사가 발생하면 공장을 며칠간 쉬기도 한다. 그로인한 경제적 손실 또한 매우 크다. 중국은 2013년부터 '대기오염 방지행동 계획'을 발표하고, 2030년까지 1차 에너지 총 소비량의 20%를 비화석연료로 대체한다는 계획이다. 일본도 마찬가지로 최근 늘어나는 탄소배출량으로 인한 신규 석탄화력발전소에 대한 규제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어쩐지 한국만 거꾸로 가고 있다.

출퇴근시 환경부에서 제공하는 미세먼지 분석자료를 검색하고, '나쁨'표시인 날은 긴팔옷에 마스크를 챙기자. 바깥활동은 삼가고 창문은 꽁꽁 닫은채 물을 많이 마셔야 한다. 집안으로 들어온 먼지는 수시로 걸레질로 닦아내야 한다. 이대로 가다가는 마스크가 일상이 되고, 공기도 사서 마셔야 할지 모르겠다. 세상살이가 점점 더 파란고해가 되어가는지 이 봄날, 입맛이 쓰다.
▲ 이태은 교도/원불교환경연대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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