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화자의 삶

▲ 정도성 도무/원경고등학교 교장
출가식을 하고 1년을 더 영산에서 살았다. 그리고 이듬해에 총부로부터 인사발령을 받아 파란 많았던 6년간의 영산성지고 생활을 접고 경남 합천에 있는 원경고등학교로 근무지를 옮겼다. 2003년이었다. 개교한 지 막 5년이 지난 원경고. 어떤 곳이든 5년 정도 지나면 잠복되어 있던 여러 가지 문제와 갈등이 드러나게 마련이다. 원경고도 그러했다. 가장 내세웠던 마음공부가 흔들리고 있었고, 학교는 발전과 성취가 더뎌 방향을 잘 잡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학교발전위원회와 교육과정위원회 구성을 제안했고, 그 제안이 받아들여져서 학교교육의 방향과 교육과정을 재점검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그리고 학교의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해 문화예술교육을 활성화하는데 애를 썼다. 연극반을 만들고 시낭송의 밤을 개최하고 합창제를 열기도 했다. 학교 사진반을 적극 지원하여 여러 대회에서 많은 성과를 내는데 힘을 보탰다. 또한 나는 인터넷 신문인 오마이뉴스에 시민기자로 등록하여 학교 기사를 썼다. 부적응, 중도탈락 등의 부정적인 이미지가 고정되어 학생 모집 등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기에, 학교의 여러 가지 의미 있는 교육활동을 기사화해 올리고 홍보했다.

원경에 온지 6년 만에 교감이 됐고, 그로부터 또 6년 뒤에 교장으로 임용됐다. 나에게 교감과 교장은 자리가 아니라 책임이었다. 경남 유일의 교립 대안학교를 사랑과 감사의 배움 공동체로 만들기 위한 책임을 내 스스로 부여하여 학교의 변화를 도모했다.

교장이 되자마자 교육부의 공모 사업에 응모하여 전국 고등학교 3개교만 선정하는 '예술교육 모델학교'에 지정된 것은 그동안의 문화예술교육을 꾸준히 추구해온 데 대한 소중한 결과물이었다. 연극과 사진예술을 적극적으로 지원하여 합천문화예술회관에서 공연과 전시를 했고, 연극반은 계속해서 경남청소년연극제에 우수상을, 거창겨울연극제에선 대상을 받아 문화예술교육의 기반을 닦았다. 그리하여 마음공부, 문화예술교육, 공동체교육으로 가슴 따뜻하고 창의적이며 협력하는 사람을 기르는 교육에 더욱 정성을 드리고 있다.

원경고에 온 2003년부터 2016년 지금까지 한 해도 빠뜨리지 않고 받든 것은 기도였다. 학교 법당에서 한 학기에 100일씩, 매년 200일 기도를 쉼 없이 봉행하였고, 2500일 이 넘는 기도를 올렸다. 하루를 기도로부터 시작하여 매일 아침 경종과 목탁 소리가 학교에 울려 퍼지게 했다. 기숙사에 학생들을 모아 순탄하지 않은 교육을 하면서도 큰 사고 하나 없이 한 걸음, 한 걸음을 내딛을 수 있었던 것이 생각해보면 기도의 감응이 아니고 무엇이랴. 수많은 인연의 부딪침 속에 더디지만 뒷걸음질 치지 않고 조금씩, 조금씩 나아갈 수 있었던 것도 또한 기도의 위력이 아니고 무엇이랴.

나는 또 꿈을 꾼다. 다시 아름다운 학교를 세우는 꿈을. 학생들이 행복하고 선생님들이 보람차며 학부모가 신뢰하여 관계가 아름다운 학교를 이루는 꿈. 마음공부를 통해 성장하는 학교, 멀리 가기 위해 함께 가는 학교, 원불교 교도 후원인들과 지역 마을이 합심하여 학생들을 키우는 마을학교, 마음학교를 만드는 꿈. 또한 학교 도서관을 카페로 조성하는 꿈, 무대에서 학생들의 재능과 끼를 발현할 수 있도록 소극장을 짓는 꿈, 자연과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본관 건물을 새로 지어 우리 학생들의 자부심이 되게 하는 꿈을 꾼다. 그리고 참다운 대안교육을 실현하여 교육의 새로운 길, 교육의 다른 길을 보여주며 여럿이 함께 걸어가는 꿈을 꾼다. 간절하다. 오직 공심으로 열어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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