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생수

▲ 김진응 교도/원불교청운회장
모두가 은혜를 입은 4월은 천지가 아름다움이요, 가슴 벅찬 계절이다. 매년 맞는 4월이지만 원기101년의 4월은 온몸 가득히 전율이 흐른다.

10년 전 4월, 그때 우리는 설렘의 극치를 이루었다. '교단의 장자로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가 큰 화두였었다. 당시 김성곤 원불교청운회장은 기회 있을 때마다 "청운회는 무엇을 해야 하느냐"고 묻고 또 묻다가 내린 결론이 기도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혼자의 기도가 아니고 모두가 함께하는 기도, 나, 우리, 전체의 기도, 일체생령이 함께 하는 기도, 바로 그것이었다. 그리하여 4개 단체(봉공회·청운회·여성회·청년회) 뜻이 합해져, 원기91년 4월27일 저녁7시 총부 영모전 광장에는 좌산종법사와 총부 어른 그리고 1000여 명이 넘는 대중이 운집해 결제 기도를 시작했다. 원불교의 시작은 소태산 대종사의 대각과 구인제자들의 혈인기도로 비롯됐다. 창교 이후 90년이 흘렀다. 재가 단체들은 교단의 힘을 웅집시키는 결사체의 한 방편으로 기도운동을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의 우려와 관심 속에 재가단체에서는 착실하게 꼼꼼히 하루하루를 이어갔다. 오늘은 이 교당 내일은 저 교당, 이번 달은 이 교구 다음달은 저 교구에서 말 그대로 산 넘고 물건너 때로는 기차로 때로는 비행기로 버스로 그렇게 그렇게 많은 재가출가 교도들의 우려와 염려 그리고 관심속에 릴레이기도는 진행됐다.

기도를 시작하고 강원교구에서 200일 회향식을 진행했다. 그 기도식에 전북교구에서 버스 한 대를 대절해 참석했는데 와! 그 정성이 하늘을 찌를 것만 같았다. 장미 200송이로 불단을 장식하고 전국에서 모인 많은 분들에게 일일이 선물을 한 아름씩 안겨주어 돌아가는 길을 행복하게 해주니 난 "이 기도는 성공이다"하고 쾌재를 불렀다. 매 교구마다 또 매 100일 단위마다 한번도 빼놓지 않고 참석하시는 이근수 전직회장을 비롯 함께하는 많은 사람들의 노고가 이 기도의 맥을 이어 가기에 그 열정은 가히 천의를 감동시키리라 생각되어진다. 제주교구로의 이관을 마치고 다음날 새벽 한라산으로 올라가 백록담 옆에서 안개비를 맞으며 제주교당 교도와 함께 기도한 그 그림은 아마 영원히 잊지 못하리라. 그 신비한 운무 속에 심안으로 백록담을 보며 끝까지 함께하여 이 기도의 성공을 보리라 다짐했던 그날의 그림. 지리산 허브밸리 단지에서 2000일 회향식의 그 신비한 맑음, 2888일째 백두산 천지의 설경에서 이근수 청운회장과 함께했던 그 기도는 내가 경험한 가장 깊은 마음속 기운을 끌어올린 기도 아닌가 생각된다. 그리고 우리는 3000일 백두산 천지의 회향식에서 천지의 감응을 보았다. 구름으로 캄캄하기만 했던 천지가 우리가 올라가니까 그렇게 환하게 걷힐수가! 감격 그 자체였다. 〈원불교신문〉의 제호 그대로 '천지가 감응하지 않으면 천지가 아니라던가'. 그리고 짖굳기만 하던 영산의 가을 날씨가 3500일엔 우리를 반기며 활짝 웃어주니 영산사무소 이경옥 소장은 그날 "대종사께서 그동안 수고했다. 장한 일 했다고 두 팔 활짝 펴 모두를 안아주는 듯하였다"고 설법했다.

이제 4월27일 해제식을 며칠 앞둔 오늘, 긴 시간 이어온 이 기도의 인연 고리가 서로를 소통과 화합으로 이끌어 내었다는 자부심으로 다음 실천사항을 적어본다. "첫째 인연관계를 잘 맺어야 하고(人和), 둘째 사량계교를 부리지 말아야 하며(無邪), 셋째 아상을 버리고 신용을 두터이 하며(信義), 넷째 요령을 부리지 말고 내가 먼저 봉사하고 심부름꾼이 되며(誠實), 다섯째 진실하며 교단을 위해서는 자진해서 성의를 내야(率先) 동지들과 합일 된다고 본다. 때는 지금이다. 축적된 이 기도의 공덕으로 대종사의 경륜과 포부가 이 땅위에 건설되게 하는 선봉자적 역할을 하자고 다짐 해 본다.

우리 청운회의 전설인 고 황의도 원불교청운회장은 "기쁨으로 밝힌 불은 곧 타버리지만 사랑과 믿음으로 밝힌 불은 영원히 꺼지지 않는다. 꽃과 잎이 푸른 나무를 키우기 위한 그 뿌리는 땅 속에 감추어져 있다. 우리 다 같이 전무후무한 일원대도를 온 세상에 드러내어 낙원세계를 이룩하는 그 뿌리가 되어보자"하고 외치며 일생을 이 교단에 바쳤다고 생각된다. 우리는 이 기도 공덕으로 선진님들의 거룩한 사무여한의 정신을 계속이어 받아 후래에 전하는 전법사도가 되는 것으로 보은을 하자고 다짐해본다. 작은 샘이 흘러 큰 강물이 되어 흐르듯이 이 10년의 기도가 원불교 천년의 작은 불씨가 되었음을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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