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객들은 요가와 선정진 염불공부로 복잡한 일상을 덜어내고 단전주선을 통해 선훈련의 깊이를 더해가고 있다.

'덕불고 필유린(德不孤 必有隣), 덕은 외롭지 않으며 반드시 이웃이 있다.' 유린교당 선방 입구, 〈논어〉의 글귀처럼 목요공부방을 찾는 교도들은 한결같이 맑고 겸손한 덕성이 갊아 있다.

교리공부와 선정진의 조화

3년 전, 교리에 대한 갈증으로 시작한 목요공부방이 선정진과 정전공부, 일기공부와 문답감정으로 깊이를 더해가고 있다.

고진양 교무는 "교법의 주인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교리실력에 깊이가 있어야 한다"며 "선을 통해 진아(眞我)를 확인하는 공부가 뒷받침될 때 비로소 교리가 생활을 빛나게 한다"고 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목요선방은 몸풀기 요가, 설명기도, 염불, 좌선, 독경, 교리공부와 회화 순으로 진행된다. 선 지도는 박인상 교도가, 정전강습은 박광제 교무가 담당하고 있다. 또한 고 교무의 훈덕한 감정이 함께하는 회화시간은 각자의 마음일기 발표로 일상의 고됨을 씻어내기에 충분하다.

단계별 단전주선 공부에 재미 톡톡

목요선방은 〈정전〉 좌선법에 바탕해 공부길을 점검한다. "대범, 좌선이라 함은 마음을 일경(一境)에 주하여 모든 생각을 제거함이 예로부터 통래이니…. 마음을 단전에 주한즉 생각이 잘 동하지 아니하고 기운도 잘 내리게 되어 안정을 쉽게 얻나니라." 선정상으로나 위생상으로 일거양득하는 단전주선법은 초보자로부터 상당한 체험이 있는 이에게도 마음, 자세, 호흡의 세가지 요소를 주의하도록 밝혀져 있다.

방장인 박인상 교도는 "선정에 드는 가장 간결하고 쉬운 길은 마음을 단전에 살도록 하는 것이다"며 "단전을 알아차리는 것이 선의 깊이를 좌우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호흡 이전에 중요한 것은 자세다. 자세가 정돈돼야 단전을 편안하게 하고 느낄 수 있다"며 "정전의 방법대로, 머리와 허리를 곧게 하여 앉은 자세를 바르게 한 후, 다리는 자신의 체형에 맞게 안정되게 취함으로써 신체의 긴장을 풀어낸다. 몸에 힘이 들어가면, 오랫동안 정진하기 어렵고 다리에 마비가 생기기 쉬우며 어깨가 뻐근해 선을 하는 내내 마음이 편안하지 않다"고 바른 자세의 중요성을 밝혔다.

네가지 단계로 이어지는 단전주와 호흡훈련은 선공부의 밀도를 높인다.

첫 번째 준비호흡 단계는 염불이나 노래할 때처럼 내쉬는 숨은 길게 하고 들이쉬는 숨은 짧게 한다. 날숨을 길게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들숨이 짧게 들어온다. 이는 몸 안에 있는 탁한 기운을 몸 밖으로 내보내는 효과가 있다.

두 번째는 단전호흡 단계다. 단전봉 또는 따뜻한 물병을 이용해 단전에 대고 두 손으로 지긋이 눌러 단전을 느껴본다. 호흡과 함께해 보면 자신의 단전을 확실하게 알아차릴 수 있다. 또한 수식법(數息法)을 통해서 단전을 강화한다. 수식법은 들숨을 조금씩 끊어서 하는 호흡인데 호흡의 길이는 자신의 호흡에 맞게 하는 것이 좋다.

세 번째는 자기호흡으로 단전호흡을 지속적으로 하는 호흡이다. 이 단계에서는 준비호흡이나, 단전봉을 이용하거나, 수식법을 지속하지 않고 한두 번 길게 호흡을 한 후, 다시 호흡을 고르고 또 다시 힘을 주어서 길게 한다. 힘을 주는 호흡은 단전강화에는 도움이 되지만 편안한 선은 될 수 없다. 자기호흡은 단전호흡을 하되 본인에게 맞는 길이로 조절해 호흡이 중간에 끊기지 않고 지속적으로 한다. 흔히 우리가 선을 한다고 하면 이 자기호흡을 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 처음에는 호흡의 길이를 점차적으로 늘려가다 보면 호흡이 자연스럽게 편안해지고, 들숨에는 온몸에 따뜻한 기운을, 날숨에서는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조금 더 지속하다 보면 의식적으로 호흡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호흡이 된다.

네 번째 단계는 자연호흡이다. 자연호흡은 의식적으로 호흡을 하지 않고 저절로 하는 호흡이다. 우리가 무슨 일에 집중하고 있을 때 호흡을 의식하지 않듯, 마음이 편안함과 고요함에 집중하고 있으면 호흡은 자연스럽게 잊어버리게 된다. 이 고요함을 오랫동안 느끼며, 실생활에서도 이 마음을 잊지 않고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것이 무시선(無時禪)과 연결된다.

▲ 목요선방 선객들이 일기공부를 통해 일상의 심신작용처리건과 감각감상을 문답감정 받고 있다.

교리공부, 일기문답으로 심화

최근 정전공부를 1차 완결한 목요선방은 지난달부터 다시 교리도 공부를 시작했다. 교도들의 마음은 그래서 더욱 비장하다.

박 교무는 10분 남짓 강연을 통해 교리전반에 걸쳐 교사적 의의와 교리형성과정, 단어해석과 대의, 기타 법문과의 연결 등 간과할 수 있는 부분까지 상세히 짚어간다. 교도들은 그동안 막연히 접해왔던 교리의 줄거리를 탄탄히 재구성할 수 있다 말한다.

김형원 교도는 "교법은 우주와 같이 큰 집을 짓는 것과 같음을 교리공부로 자각했다"며 "교리만이 중요하다는 선입견이 있었는데 선훈련을 통해 일상 속에서 단전찾기가 시도되고 있다"는 소득도 전했다. 그는 "예전 같으면 속상하고 상처받을 일도 이제는 온전한 생각으로 취사할 수 있는 힘을 기르게 됐다"며 "교당에 와서 심신작용처리건을 제출하고 교무님에게 점검 받으니 실생활에 활용도가 매우 높아졌다"고 공부의 재미를 털어놨다.

고 교무는 "한분 한분의 발심이 얼마나 소중한지 모른다"며 "목요선방 교도들의 잔잔한 수행이 교단의 확실한 주인으로 성장하는 기초공사가 되고 있다"면서 교리공부와 일기감정, 선방으로 이어지는 공부풍토가 더욱 심화되길 염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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