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민 행복 우선, 작은 복지관의 유쾌한 반란

봄꽃들의 만찬이 시작됐다. 매화가 한창이던 봄날에 흰 목련과 노오란 개나리, 벚꽃이 뒤를 이어 피어난다. 어디를 가나 꽃들의 향연에 한 마음이 멈춘다. 비좁은 빌딩 숲에서 생활하는 직장인들에게는 꿈같은 이야기지만 기자의 특권은 차창 밖의 화려한 풍경을 허한다. 봄꽃은 눈부신 만큼 개화시기도 짧아서 챙겨보아야 더 아름답다. 봄꽃의 생기를 뒤로하고 전주시에 위치한 평화사회복지관으로 향했다.

이직률 높았던 복지관

전주시 평화동은 평화주공아파트 1, 2, 3차가 모여 있는 곳으로 4천 여 세대가 마을을 이루고 있다. 1991년 12월 사회복지법인 삼동회가 전주시로부터 수탁한 평화사회복지관은 평화주공아파트 1단지에 위치해 입주 초기 때부터 주민들의 생활과 복지향상에 이바지해 왔다. 복지관에 들어서자 '주민의 행복이 우선입니다'라는 문구가 한눈에 들어왔다. 영구임대아파트가 주를 이루고 있어서 독거노인이나 편모, 편부, 조손가정들이 대체로 많이 거주하고 있다. 전국의 빈곤율이 3.6%인데 반면에 평화동 지역은 7.5%로 전국 평균보다 2배가 높아 복지 수요를 짐작할 수 있다.

사실 이곳에 근무하는 사회복지사들 역시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원해 주는 보조금에 따라 지역민들에게 봉사를 해 왔다. 하지만 지방재정이 풍족한 시가 아니어서 사회복지사에 대한 처우는 수도권에 비해 턱없이 부족했다. 복지사들의 처우가 개선되지 않자 직원들의 애사심은 물론 업무의 효율도 떨어졌고, 자연히 다른 곳으로 이직하는 직원들이 많아졌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 김승수 전주시장(가운데)이 평화사회복지관의 따뜻한 밥상(무료급식) 1일 봉사자로 나섰다.
관장 부임 후 컨설팅 실시

전라북도사회복지관협회장을 역임한 성도학(호적명 동학) 교무가 평화사회복지관장에 부임(2014년)한 뒤 첫 번째 한 일은 복지관의 외부 컨설팅이었다. 복지관의 현황과 과제, 비전을 세우기 위해 실시한 컨설팅 결과는 재정, 직원, 프로그램, 운영 등 모든 것이 단점으로 지적됐다.

한마디로 장점이 별로 없는 복지관이었다. 다만 영구주택 주민들이 대규모로 형성돼 있어 복지 수요는 매우 높다는 것이 장점이었다.

컨설팅 보고서를 받은 성 관장은 "단점을 장점으로 바꿔보자는 심정으로 김윤덕 국회의원(전주시갑)을 만났다"며 "공간이 협소해 주민들을 위한 편의시설 등이 필요했고, 복지관 옆 옛 벙커시유 자리에 복지관을 증축해 줄 것을 부탁했다"고 담담히 말했다. 이어 "김 의원이 다행히 주민들의 복지 수요에 대해 인식을 같이해 국회에서 국고 17억원을 배정 받아 현재 복지관 증축 사업을 진행 중이다"고 밝혔다.

사회복지사가 주인인 복지관

2014년 지방자치단체장의 권한인 복지예산을 증액하는데 성 관장이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특히 전주시장 선거와 맞물려 후보들을 찾아가 사회복지사들의 임금을 현실화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 후보들이 사회복지사들의 처우개선에 나서겠다는 약속을 받아낸 것이다. 임금 현실화로 직원들의 사기가 자연스럽게 높아지자 공모사업 및 후원자 개발에도 눈에 띄는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7년째 근무하고 있는 오은주 총무과장은 "그동안 직원들은 지자체의 보조금만 받는데 익숙해져 있었다"며 "관장님이 부임한 이후 지역복지의 방향성을 제시해 주면서 공모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좋은 성과를 냈고, 그에 따라 업무량은 과중되지만 복지사로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한 해 한 해 역량이 커지고, 다른 복지관 종사자들에게 잘하고 있다는 칭찬을 많이 듣는다고 덧붙였다.

복지관 인력도 6명이 충원됐다. 임금이 현실화되면서 채용 경쟁률도 수직상승했다. 더불어 이직현상도 사라졌다. 신입직원을 채용할 때 성 관장은 일절 개입하지 않고, 팀장급에서 면접을 보고 종합평가해 뽑도록 배려하고 있다. 이는 함께 일해야 하는 사회복지사의 입장에서 생각해 낸 아이디어다. 팀워크를 누구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성 관장은 핵심 관계자들이 직접 뽑아야 가장 객관적이고 좋은 인재를 얻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이를 통해 복지관 직원들이 스스로 '내가 주인이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노력의 결과 2015년에만 김윤영 부장이 국회의원상, 오은주 총무과장이 전북도지사상, 전길배 복지과장이 전주시장상, 강순주 사회복지사가 전주시의회 의장상을 수상했을 정도로 탁월한 실적을 올렸다.

주민 행복이 우선인 복지관

생애주기별(영유아·아동·청소년·성인·노인·장애인·지역주민) 복지 프로그램은 지역주민들에게 각광을 받고 있다. 특히 2016년 보건복지부 사회복지관 평가에서 전 부문 A등급을 받아 얼마나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앞장서고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 평가 항목은 시설 및 환경, 재정 및 조직운영, 인적자원관리, 프로그램 및 서비스, 이용자의 권리, 지역사회와 관계 등으로 평화사회복지관 구성원들은 지역민들에게 한발 더 다가선 복지로 전력을 다한 셈이다. 직원들은 지난해 평가를 위해 야근을 수시로 하며 철저히 준비, 전 부문에서 모두 A등급을 받자 '기적을 만들어 냈다'고 자평할 정도로 사기가 드높았다. '평화가 하면 다르다'는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영세지역에 위치한 관계로 주된 민원은 도시락 배달이나 쌀 무상지원 등 기초생활에 필요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가장 오래 근무하고 있는 김윤영 부장(9년)은 "현재 복지관의 과제는 종사자들의 인건비는 전주시에서 부담해 주고 있어서 안정적인 궤도에 올라왔지만 시설운영비(난방비, 전기세 등)를 복지관이 전담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며 "시설운영비가 지원되지 않아 사업을 수행하는 데 곤란을 겪고 있고, 들어오는 후원금도 한계가 있어서 난관에 봉착해 있다"고 밝혔다. 현재 복지관의 과제를 넌지시 내놓았다.

외부지원 사업 선정, 탁월한 성과

평화사회복지관의 외부지원 사업 선정액은 전북에서 최고다. 전국에서도 빠지지 않을 만큼 상위에 올랐다. 2014년에는 위기가정지원사업 1억여 원을 비롯해 17개 프로그램에서 2억6천여 만원을 받았고, 2015년에는 아동 및 노인복지시설 기능보강지원사업 '러블리 하우스' 1천8백여 만원을 포함 26개 사업에서 1억4천여 만원을, 올해에도 성인이행기 빈곤 아동 청소년 발달지원사업 15억원(3년 지원, 2016년~2018년), 장애인복지일자리사업 4억3천여 만원을 포함 10개 공모사업에서 20여 억원의 사업비를 받았다.

작은 복지관 직원들이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만들어 낸 성과들이다. 그 이면에는 성 관장의 강력한 리더십과 복지계에서 쌓아온 인적 네트워크가 자리하고 있다. 또한 외부지원 사업에 선정된 결정적인 것은 관장과 직원들이 우수한 복지 프로그램을 개발해 냈기 때문이다.
▲ 성도학 관장(뒷줄 맨 왼쪽)이 2015년 우수도서관으로 선정된 평화꿈틀작은도서관에서 직원들과 활짝 웃었다.
직원 역량 강화로 수요자 중심 복지실현

다른 복지관과 차별화된 것은 직원들의 역량을 강화하는 교육 프로그램에 있다. 먼저 월요일에는 공사형식의 법회를 진행한다. 설교를 비롯해 법어봉독 등 마음공부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관장과 직원들이 매일 거르지 않는 것은 오전9시~9시40분 독서시간이다. 성 관장은 아무리 바빠도 이 시간은 빼먹지 않는다고 말할 만큼 직원들의 독서를 독려하고 있다. 독서는 인문도서에서부터 복지 전문도서까지 다양하다.

최근에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사회복지사 역량강화 프로그램'으로 사업비를 지원받아 모금전문가학교아카데미(7회, 3월10일~4월21일), 지역복지활동가 전문가학교(7회), 사례관리 전문가 실무자 기초과정(6회)을 진행하고 있다.

모금전문가학교아카데미의 경우는 이선희 휴먼트리대표를 비롯해 이용수 모금가클럽대표 등이 강사로 나서 교육뿐만 아니라 실제 팀별로 후원개발과 이에 따른 모금금액을 설정해 과업을 실행하는 프로그램이어서 주목받고 있다. 여기에는 전문가 교육의 필요성을 느낀 전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 직원들도 수강생으로 참여하면서 교육의 장을 제공해 지역 복지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성 관장은 "부임 첫해에는 '평화는 합니다'를 슬로건으로 내걸었고, 그 다음해에는 '평화는 잘 합니다', 올해는 '평화가 하면 다릅니다'를 표방했다"며 "우리 복지관은 평화만의 독창성을 가지고, 목표를 향해 뛰고 있어서 몇 년이 지나면 전국 어디에 내놓아도 뒤떨어지지 않는 복지기관이 될 것이다"고 확신했다.

공부하는 사회복지사가 돼야 한다는 평소 지론에 따라 결단력 있게 과업을 실행하고 있는 성 관장은 전국 480여 개의 복지관 중 다형(30여 개, 가장 작은 복지관)이지만 유쾌한 반란으로 지역 복지를 선도하고 있다.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