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전남교구 재가출가 교도들이 세월호 참사 1주년을 맞아 지난해 4월16일 진도 팽목항에서 304위 희생 영령들을 위한 위령재를 올렸다. 올해도 진행할 예정이다.

산하대지에 봄꽃 만발한 4월은 아픔이 많은 달이다. 한국사회가 유독 그렇다. 특히 정권과 무력에 의해 희생당한 제주 4.3사건의 무고한 영령과 4.19혁명의 희생자들은 그 넋을 위로받지도 못하고 역사의 뒤안길에 서있다. 그리고 2년 전, 세월호 참사를 통해 우리는 그 아픔을 더 가까이 마주하게 됐다.

역사는 반복되며, 위로받지 못한 영령들의 아픔은 오랜 세월을 통해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다. 사람도 아픔을 겪으면 이를 치유하는 데 얼마간의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듯, 한 사회의 크고 작은 아픔도 그 치료의 정성여하에 따라 성장 혹은 병들어 간다.

한국사회는 근·현대 100년 동안 외세침탈과 민족분단, 이념갈등, 무력성장으로 너무 많은 아픔을 안고 살아왔다. 깨달음의 달 4월. 정신개벽으로 인류의 정신문명을 선도해 낙원을 이루고자 한 소태산 대종사의 경륜을 이 시대에 어떻게 전할 것인가. 아프고 병든 사회를 치유하기 위한 음계의 불공 '천도'로써 풀어본다.

원불교 천도의 의미

천도(薦度)라 하면 흔히 죽은 사람의 영혼을 바른 길로 인도하는 일로만 여기기 쉽다. 하지만 원불교에서의 천도는 살아생전에 자기가 자기를 천도하는 일이기도 하다. 이러한 사람은 욕심과 집착으로부터 해탈해 극락생활을 하게 된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사후 천도이다. 이는 사후에 영가를 위해 친지가 천도의 공을 들여 주고 법문도 들려주며 미혹에 빠진 영혼을 깨워 인도 수생토록 돕는 일이다.

때문에 천도에 있어서는 죽은 영가만큼이나 남아 있는 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특히 원한을 품고 죽은 영가나 갑작스런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영가를 위해 종교는 천도의 정성을 들여 이들을 위로해야 한다. 사람들이 종교를 찾는 이유이다.

전이창 원로교무는 저서 <천도>에서 "타살이나 자살 또는 불의의 사고로 죽은 경우와 오래도록 몸을 받지 못하고 중음신으로 머물러 있는 영가를 위해서는 특별천도재가 필요하다"며 "해가 서산에 지면 어둠이 오듯이 사람이 의식을 거두면 생전에 소소영령 하던 정신기운이 어두워진다. 그러므로 어두울 때 밝혀주고 약할 때 이끌어주어야 하는 것이 가족 친지들이 영가를 위해 해야 할 일이다"고 밝혔다.

그러면 천도재는 왜 49일 동안 지내게 될까. 영혼이 중음신으로 있을 때는 7일마다 한 번씩 새로운 기운을 차린다고 한다. 중음신 상태에서 7일마다 소생하듯 깨어나기를 7번 거듭하다 49일만에 새 몸을 받는다. 그래서 7·7 천도재를 지낸다.

소태산 대종사는 천도의 공덕에 대해 "천지에는 서로 응하는 이치가 있나니 사람이 땅에 곡식을 심고 비료를 주면 땅이나 곡식이나 비료가 무정한 것이나 곡출에 효과의 차를 내나니 사람이 영을 위해 축원, 심고, 헌공을 하고 설법도 한즉 마음이 서로 통하고 기운이 응하여 바로 천도를 받을 수도 있고 또는 악도에서 차차 진급이 되는 수도 있나니 마치 전기가 서로 통하는 것과 같다"고 밝혔다.

전 원로교무는 이를 "인간은 허공법계에 뿌리를 했으므로 허공법계에다 공을 들이는 것이 당연하다"고 천도의 뜻을 새겼다.

▲ 원불교인권위원회가 '귀향'상영으로 아픔을 나눴다.
영화 '귀향', '세월호' 아픔과 치유

영화 '귀향'의 조정래 감독은 "이 영화로 감독 인생 끝나도 괜찮다"고 할 정도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삶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2002년 우연한 계기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살고 있는 '나눔의 집'을 방문한 조 감독은 다음 날부터 영화를 준비해 14년만에 결과물을 냈다. 7만3164명의 크라우드 펀딩 기부자들이 그의 뜻에 공감해 힘을 보탠 덕분이다. 그는 "'귀향'은 위로받지 못한 영혼들을 부르는 치유의 영화다"라고 말했다. 영화의 모티브가 된 강일출 할머니의 그림 '태워지는 처녀들'을 보고 그는 분노했고, 수치심을 느꼈고, 영화를 통해 그 수치심을 씻어내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그는 고인이 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그 아픔과 기억을 안고 살아가는 남은 40여 명의 피해자들, 그리고 분노 밖에 할 수 없었던 우리들의 자화상을 그려내며 우리사회의 깊은 상처를 치유하고자 노력했다. 그리고 감독은 그들의 혼백이라도 고향으로 돌려보내고자 하는 마음으로 영화에 '진도 씻김굿'을 넣었다. 이렇듯 영화 '귀향'은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산 자와 죽은 자에게 깊은 치유를 안겼다.

6일 광주시청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는 대한불교 조계종 원효사에서 '소녀, 나비가 되어'란 주제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넋을 기리기 위한 천도재가 열렸다. 천도재를 주관한 원효사 주지 현지스님은 "그들을 기억하고 아픔을 나누는 행사가 곳곳에서 이어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하지만 세월호의 아픔은 아직도 2년 전과 달라진 게 없다. 9일 전남 진도군 임회면 무궁화동산에서는 '세월호 기억의 숲'이 1년 만에 준공됐다. 세월호 참사 1주기 때 오드리 헵번의 아들 션 헵번 페러가 이 숲을 제안했고, 사회적 기업 트리플래닛과 4·16가족대책협의회가 모금운동을 전개해 시민 2985명으로부터 2억1200만원이 모아져 조성됐다. 앞으로 이곳은 세월호의 아픔을 함께한 사람들에게 기억의 장소이자 치유의 공간이 될 전망이다.
▲ 대한민국 근·현대 100년 해원·상생·치유·화합의 특별천도재가 국내외 각 교당에서 진행되고 있다.
해원·상생·치유·화합의 특별천도재

교단은 개교 100년을 맞아 대한민국 근·현대 100년 해원·상생·치유·화합의 특별천도재를 진행 중이다.

국내외 각 교당에서 3월13일 초재를 시작으로 오는 25일 오후7시에 서울광장에서 종재식을 거행한다. 천도 영위는 일제강점기 희생영령, 한국전쟁 희생영령, 산업화 희생영령, 민주화 희생영령, 재난재해 희생영령 제위다. 천도재의 취지는 원불교 개교 100년은 대한민국 근·현대의 역사와 함께해 왔음을 선포하며 그 세월 동안 겪은 아픔을 시민들과 마음을 모아 천도축원으로 해원·상생하겠다는 뜻이다. 때문에 이번 특별천도재에 모아진 재비는 전액 사회에 환원할 계획이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빅워크(적공의 발걸음)'를 통해서 누구나 동참할 수 있다.

원불교100년기념성업회 정상덕 사무총장은 "과학문명 발달로 생활은 풍부해졌으나 행복한 사람은 적고 생명경시 풍조는 갈수록 심해진다. 천도재의 주제를 '둥근 빛으로 다시 오소서'라고 한 것은 서로의 원한을 풀고 다 함께 공동선으로 가자는 뜻을 담은 것이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과거 억울한 죽음으로 유명을 달리한 다섯 영령들은 우리사회의 공도자이다. 우리가 마땅히 예를 다해야 한다. 결국 깨친 사람이 해원을 하는 것이고, 그런 뒤에야 치유와 화합이 된다"며 삶과 죽음을 둘로 보지 말라고 당부했다. 음계의 해원이 양계의 화합으로 이어진다는 뜻이다.

원불교 100년의 역사는 한국사회의 100년이라 할 수 있다. 갈등과 반목, 불신, 물신주의를 넘어 상생과 화합으로 가는 길에 억울하게 희생된 영령들이 함께하고 있다. 과거 100년을 같은 호흡으로 살아온 그들을 치유하고 진실을 밝힘으로써 건강한 사회, 행복한 낙원을 이뤄가자. 4월25일 서울광장에서 종교적 신념을 뛰어넘어 세상의 아픔과 함께할 원불교를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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