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생수

▲ 김동주 PD/WBS원음방송 제작팀장
올해는 1929년 영국의 BBC가 TV영상을 세계 최초로 방송한 지 88년째 되는 해이다. 소태산 대종사가 대각을 이루고 원불교를 개교한 지 13년 후의 일이다.

생각해보면 TV라는 물건은 TV 수상기만으로는 세상에 존재할 수 없는 기형적인 물건이다. 방송전파가 없으면 아무것도 볼 수 없는, 아무리 좋은 TV를 가지고 있어도 방송전파가 존재하지 않거나 방식이 다른 방송전파가 지배하는 지역에서는 그 TV는 그림을 거는 액자만도 못한 존재다. 다시 말해 TV 수상기는 세상을 비추는 '상'일 뿐이지 절대로 '본질, 본원'이 될 수 없는 물건이다.

최근 인기를 몰았던 '태양의 후예'라는 드라마에서 "제가 꽤 멋있지 말입니다"를 연발하는 송중기의 모습도 엄청난 '세트'와 'HD 카메라', 밤새기를 밥 먹듯이 하는 작가들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대사'들이 만들어낸 허상이다. 물론, 대다수의 시청자들은 TV 속의 영상들과 세상의 현실이 다르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고 자부하며 산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TV를 '바보상자'라고 조롱하며 살아왔다.

그렇지만 통계를 보면 어떨까? 우리는 평균 하루 3시간을 TV를 보며 산다고 한다. 나이가 들수록 TV 보는 시간이 늘어서 노년기에는 평균 5시간을 TV시청하며 하루를 보낸다고 한다. 가족과의 대화시간 30분, 책보는 시간은 채 5분도 되지 않는다. 정말 자신을 위해 운동을 하거나 '선(禪)'을 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도 쉽지 않다. 물론 사람들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우리는 참 많은 시간을 TV를 보면서 산다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다. 어찌 보면 대다수의 우리는 TV라는 도구에 예속된 삶을 살아간다. 어렸을 적에는 만화영화에, 청소년기에는 가요 프로그램에, 청·장년기에는 스포츠 혹은 영화·드라마에, 노년기에는 종편 뉴스와 막장드라마에. 그리고 우리는 TV를 보며 세상을 살아가는 법칙을 배우기도 하고 세상으로부터 받은 상처를 위로받기도 하며, 때로는 인생의 중요한 자세와 마음을 가다듬기도 한다.

올해는 원불교가 100살이 되는 해이다. 그리고 TV는 88살이 됐다. 원불교는 '물질의 개벽과 같은 성장과 변화를 정신의 개벽으로 활용해 우주의 진리와 본원에 맞는 삶을 살아가자'는 종교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TV는 문명의 정신을 '상'으로 담는 도구이자 물질이다.

이 이야기의 결론은 TV라는 물질이 지금 엄청나게 성장하고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전파가 없는 곳에서 영상을 볼 수 있는 '비디오 녹화기(VCR)'는 등장했다가 사라져간다. '비디오 테이프'가 점점 작아지더니 CD, DVD, 메모리로 대체됐다. 원기101년인 지금은 '인터넷 저장공간'과 융합되고 있다. 더이상 TV 앞에서 영상을 기다릴 필요가 없는 세상이 되었다. 보고 싶은 영상을 언제든지 볼 수 있는 VOD기능이 대세가 되어 가고 있고, VOD 기능이 없어도 100개가 넘는 채널을 통해 각종 장르의 영상을 언제든지 선택해 볼 수 있으며, 심지어 '유튜브'같은 영상 서비스는 전 세계 어떤 곳의, 어떤 주제의 영상이던, 시청자가 보고자 하는 영상을 즉시 찾아서 바로 볼 수 있게 해준다.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이 그렇다.

TV의 모습도 크게 변화하고 있다. 배불둑이 TV가 점점 얇아지더니 벽면을 덮을 정도로 크기가 커지기도 하고, 이와는 반대로 점점 작아지더니 휴대폰 안으로 들어가 어디를 가든 가지고 다닐 수 있는 TV가 되기도 했다.

미래의 TV는 아예 안경 같은 도구와 합쳐져, '본질'이 아닌 '상'을 최대한 '본질'과 비슷하게 재현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심지어 우리가 보는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치는 장치로 발전할 것 같다.

이와 같은 TV와 방송의 역사적 발전을 이제는 WBS원음방송TV가 실현하게 됐다. '원불교100주년기념대회'의 시작인 4월25일 '근·현대 100년간 희생된 영령들을 위한 천도재'는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실시간으로 WBS원음방송TV를 통해 생방송 될 것이다. 또 재방송과 홈페이지 VOD를 통해 몇 번이고 그 장면을 다시 보며 신심을 되새기게 될 것이다.

그리고 5월1일 4만5천명 이상이 한자리에 모이게 될 서울 월드컵 경기장을 통해 우리는 지난 100년의 원불교를 넘어 '새로운 100년의 원불교 시작'을 만나게 될 것이다. 물론 많은 교도들이 월드컵경기장에 함께하겠지만, 그보다 훨씬 많은 교도들은 TV를 통해 벅찬 시대의 전환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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