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27일이면 교단이 '원불교 100년 성업 대정진 기도'(이하 대정진 기도)를 해제한다. 교단은 구인선진의 기도정성으로 법인성사의 법계 인증을 받았다. 때문에 재가단체가 주축이 돼 이끌어온 대정진 기도는 교단의 신앙 근간을 다시금 정립하는 계기가 됐다. 이에 본사는 대정진 기도에 특별한 정성을 다해 온 재가교도들을 초대, 특별 좌담회를 열고 10년 기도의 과정과 의의를 살펴봤다. 패널에는 대정진 기도를 진두지휘한 화곡교당 이근수 교도(전 원불교청운회장·이하 이), 대전교당 박일도 교도(청운회·이하 박), 동전주교당 안현진 교도(전북교구 봉공회장·이하 안), 동래교당 최성근 교도(부산교구 여성회장·이하 최)가 참여했고, 사회는 본사 나세윤 편집국장이 맡았다.
10년 기도 성과는 재가교도 스스로
정진적공해 교단적 대합력 이뤄

- 10년 대정진 기도의 성과는


박=신앙에 대한 성취감과 자신감이 생겼다. 또한 릴레이기도를 하면서 평소 잘 몰랐던 도시 외곽지역 교당을 순방하면서 그들의 어려운 세정을 살피게 됐다. 그 결과 교구 청운회에서 시범적으로 어려운 교당 2곳을 지원하고 있다.

안=초창기에는 과연 우리가 10년 기도를 이어갈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그 정도로 호응이 적었다. 그런데 갈수록 교도들의 신심이 깊어져 동참회원도 많아지고, 주례교당 교무들이 반갑게 맞아줬다. 전북교구는 92개 교당이 있는데, 그중에는 정말 어려운 시골교당도 있다. 기도를 하면서 청운회·봉공회·여성회·청년회·원덕회가 이들을 돕기 시작했다.

최=40대 말 기도를 시작했는데 50대 말이 됐다. 처음에는 해도 해도 끝이 없을 것 같았다. 그런데 초등학생이던 아이가 어느새 고등학생이 된 것을 보고 '아차' 싶었다. 기도를 시작할 때 세웠던 네 가지 서원이 하나둘 이뤄지고 있었다.

이=10년 동안 13개 교구가 릴레이기도를 했다는 것은 교단사적으로 중대한 의미를 담고 있다. 큰 성과라면 재가들도 정진적공 할 수 있다는 것과 교구·교당·단체 간 교류를 통해 단합된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이 기도로 인해 재가 4개 단체가 대합력을 이뤘다.

- 각자 기도 체험이 있는가

최=기도 결제하고 1년 정도 지났을 때다. 새벽 5시쯤 회오리바람이 집안으로 들어오더니 할아버지 형체를 한 누군가 작은아이 사진 곁을 맴돌다 사라졌다. 누굴까 굉장히 궁금했는데 알고 보니 정산종사의 모습이었다. 그 후 작은아이는 음악을 전공하게 됐고, 어릴 적부터 실력을 인정받아 지금은 세계적 지휘자를 꿈꾸며 공부중이다. 정산종사는 '풍류로써 세상을 건지라'고 했다. 그래서인지 작은아이가 실력을 갖춰 장차 교단에 크게 보은하는 훌륭한 음악가가 되겠다는 꿈을 꾸고 있다.

박=고향이 익산인데 대전에서 사업을 하려다 보니 어려움이 많았다. 그런 내게 하루는 선배가 '교당에 오면 아낌없이 지갑을 비우고 가야 한다'고 해서 실천해 보였다. 그 후로는 주위에 도와주는 인연들이 많이 생기고 사업도 잘 풀렸다. 한번은 백두산으로 3천일 기도 회향식을 가야 하는데 도무지 회사에 자리를 비울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교당 교무님이 '기도하러 가는 사람이 미리미리 할 일을 처결해 놓으면 걱정이 해결된다'고 해서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신기하게도 출장 가기 전 일거리가 미리 해결이 돼 아무 탈 없이 다녀왔다.

안=나 역시 백두산에서 3천일 회향식 할 때 고비가 있었다. 그때 아들이 감정평가사 1차 시험을 앞두고 있어 한창 기도 중이었다. 백두산으로 기도 떠나는 날, 아들에게서 전화가 왔다. 너무 긴장한 탓에 '죽을 것 같다'고 하는 것이다. 나는 이미 비행기를 탔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백두산에서도 매순간 아들의 건강을 위해 기도했다. 그때처럼 간절했던 적도 없다. 다행히 아들은 아픈 몸으로 감정평가사 2차까지 합격했다.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이=나는 기도를 이끌어가는 사람이라서 남보다 앞서야 했고, 더 잘해야 했다. 그래서 매일 새벽 좌선과 교당에서 하는 〈원불교전서〉 100독회 모임에 열성을 다한다. 힘들고 어려웠던 시간도 있었지만 10년 기도를 통해 자신성업봉찬을 이뤘다.
기도는 특별한 날만 하는 것이 아니다
밥 먹듯이 하고 생활화해야 한다

- 기도가 장기화되면서 피로감도 느꼈을 텐데 어떻게 극복했나

안=낮에 봉공활동을 하고 나면 굉장히 피곤하다. 그럼에도 저녁이 되면 자연스럽게 기도를 하게 된다. 동전주교당은 6년째 매일 기도를 하고 있어 교도들이 기도 힘을 단단히 받고 있다.

최=부산울산교구 여성회는 지도교무와 임원진의 잦은 이동으로 초반에 기도 분위기를 타지 못했다. 여성회 임원이 다 빠지고 혼자 남아 있었을 때에도 나는 기도를 포기할 수 없어 여성회 일을 놓지 못했다. 나와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었던 것은 기도였다.

이=대정진 기도를 시작할 때 사람들이 왜 릴레이 기도냐고 반론이 심했다. 심지어 강추위, 무더위를 뚫고 갔는데도 반갑게 맞아주지 않는 교당도 있었다. 내 몸이 아픈 것은 참을 수 있지만 기도 기운이 합해지지 않으면 정말 참기 힘들었다. 끼니를 굶을 때도 많았고, 눈길에 넘어져 차 밑으로 들어간 아찔한 상황도 있었다. 아내가 실수로 약물을 잘못 먹어 사경을 헤맬 때에도 기도를 다녔다. 오히려 더 간절히 기도했다. 기도가 아내를 살렸다.

박=주말 저녁에 귀한 시간을 내어 기도 주례교당을 찾아갔는데 기도시간에 법당 불이 꺼져 있을 때다. 사전 예고도 없이 일요법회에서 기도를 하고 끝내버린 것이다. 초반에 출가자들이 기운을 잘 모아주지 않아 정말 서운했다. 그러다 당시 김혜봉 대전충남교구장이 부임해서 '이 기도는 재가출가 전 교도가 하는 성업이다. 다같이 100년 성업을 위해 기도에 정성을 다하자'고 더위잡아줘서 기운이 돌아섰다.

- 대정진 기도는 제2의 법인성사라고 할 정도다. 교단에 어떤 변화를 줬나

이=기도에 대한 체험들이 곳곳에서 쏟아져 나왔다. 그 저력이 교단 2세기 결복기 교운을 여는 데 큰 동력이 될 것이다.

안=대정진 기도는 그냥 기도가 아니다. 원불교 100년을 앞두고 시작했기 때문에 교도들이 합력해 줬다. 여기서 멈춰선 안 된다. 교단 2세기 새로운 기도운동을 일으켜야 한다.

박=기도는 특별한 날만 하는 것이 아니다. 밥 먹듯이 해야 하고, 생활화 돼야 한다. 기도운동이 교도들의 신앙문화를 견고히 다져줬다.

최=교단의 주인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양성됐다. 부산은 그 힘을 타서 얼마 전 환경콘서트도 열었다. 그 바탕에는 기도로 뭉친 힘과 자신감이 있었다.
교단의 주인이  곳곳에서 양성돼
개인을 넘어 사회로 나가는 기도운동해야

- 교구·교단적 분위기는 어떠했으며 4개 단체 소통은 어떻게 결성했는가

안=4개 단체가 더욱 끈끈한 정이 생겼다. 교구나 교당의 대소사가 생기면 하나의 힘으로 돕는다. 그걸 보면서 '우리의 10년 기도가 헛되지 않았구나' 하는 걸 느낀다.

박=대전충남교구는 10년 대정진 기도를 진행하는 동안 아름다운 추억을 많이 만들었다. 정말 10년 릴레이 기도를 하는 동안 재밌게 다녔다.

이=어느 지방에 가니 "기도를 통해 4개 단체가 화합하게 해 줘 감사하다"고 교도가 인사를 하더라. 나에게는 그 말이 큰 축복이었다.

- 교단적 관심을 모으기 위한 회향식을 여러 차례 진행했다

이=기도하는 중간중간에 힘을 결집해야 했다. 그래서 1000일 회향식은 서울교구, 1500일은 제주산천단, 2000일은 지리산, 2500일은 교구별 산상기도, 3000일은 백두산, 3500일은 영산성지 대각전에서 회향식을 가졌다. 27일 해제식은 중앙총부에서 한다.

- 대정진 기도 해제 후,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이=재가출가가 정성을 모아 기도로써 다시 힘을 결집했다. 흘러간 기도가 아니라 이번 경험을 가슴에 새기면서 기도하는 마음으로 원기108년 교단 제3대 제3회 말 대회를 준비해야 한다.

박=10년이면 이제 갓 걸음마를 뗀 것과 마찬가지다. 이제는 자신을 돌아보고 성찰하는 시간이 돼야 한다. 교단 2세기에는 내적 성장보다 세상을 이롭게 하는 일에 고민하고 정성을 쏟아야 한다.

안=10년이 엊그제 같은데 기도가 끝나 허전하다. 기도는 다시 시작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부산울산교구는 3개 재가단체들이 모여 다시 기도를 이어가자고 제안한 상태다. 자신성업봉찬을 너머 밖으로 미래로 사회로 세계로 힘차게 뻗어나가는 기도운동을 모색할 때다.
4개 단체가 기도로써 끈끈한 정을 쌓았다
기도는 다시 시작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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