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경진의 문화코드

▲ 허경진 교도/강북교당
얼마 전 지인이 보내준 동영상을 본 적이 있다. 제목은 '가만히 보다가 반전'이었고 부제는 '세상에서 가장 슬픈 반전'이었다. 이것은 포토샵이라는 그림을 그리는 컴퓨터 프로그램에 웹디자이너가 작업을 하는 과정을 동영상으로 만든 것이었다.

너무나도 귀여운 아기가 태어나서 기다가 앉고, 원복을 입고 유치원에 입학을 하고, 또 그 아기그림을 수정하여 중학생이 되고 또 수정하여 고등학생이 되는 과정을 동영상으로 만들어 하나의 영상으로 보여주는 것이었다. 여기까지만 봐서는 '프로그램으로 정말 멋진 그림을 그려내는 전문가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다 반전은 역시 마지막에 일어났다. 고등학생이 되어 교복을 입고 있는 그림 위에 갑자기 빨간색을 덧칠하기 시작하는데 조금씩 긴장이 되기 시작했다. 역시 그 빨간색은 구명 조끼였다. 그리고 갑자기 화면이 사라지면서 '잊고 싶다. 잊을 수 있다면…' 이라는 문구가 나온다.

이 영상은 세월호 사고를 접한 후 한 웹디자이너가 만들었을 것이다. 아마 아무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을 것이고,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무엇이라도 해야 했을 것이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재능을 발휘하여 이 영상을 만들었을 것이다. 인터넷을 통해 나처럼 이 영상을 접한 사람들은 다시 한 번 그 일을 기억하고 함께 슬퍼했을 것이다.

팝과 오페라의 합성어인 '팝페라'라는 말이 있다. 오페라 가수가 전통 성악 발성으로 팝을 부르는 것인데 몇 해 전부터 대중화 되고 있다. 팝페라를 전문적으로 부르는 가수를 팝페라 가수라고 하는데 현재 가장 명성을 떨치고 있는 팝페라 가수 임형주는 '천개의 바람이 되어'라는 노래를 불러 세월호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을 위로했다. 이 노래의 가사와 선율, 음악에 담긴 느낌이 모두를 위로하기에 좋아 이후 많은 합창단과 성악가들이 이 노래를 불러 그들을 잊지 않도록, 기억하도록 하였다.

영화도 여러 편 제작됐다. 그 중 4월14일에 개봉한 '업사이드 다운' (부제: 뒤집한 아버지들의 꿈) 이란 영화가 있다. 이 영화는 재미교포 출신의 김동빈 감독이 2014년 미국에서 세월호 참사 소식을 듣고 한국으로 건너와 2년 동안 만든 영화로 4월23일부터 제주도에서 열리는 제1회 강정평화영화제에서 상영된다.

학생들이 하는 추모의 움직임도 눈에 띈다. 강원도의 한 초등학교 학생들은 추모음악회를 열었고, 광주의 한 초등학교의 학생들은 운동장에 'REMEMBER 0416' 이라는 커다란 그림을 그려 추모의 마음을 함께 했다. 그 외에도 한명 한명이 노란 종이를 들고 전교생이 모여 커다란 노란 리본을 만든 한 고등학교도 있었다.

지난 4월 16일 나는 광화문을 찾았다. 2주기 추모행사에 함께하여 마음을 모으고 싶었다. 비바람이 부는 궂은 날씨였지만 많은 사람들이 광화문 광장에 모여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헌화를 하고 함께 추모하고 있었다.

한국작가협회에서는 추모시를 만들어 시화 형태로 전시하고 있었다. 시인들의 마음속에 있는 추모의 마음이 읽는 시어를 통해 읽는 사람에게도 전달이 되어 함께할 수 있었다.

세월호를 기억하자는 의미로 많은 사람들이 지니고 다니는 노란리본을 가지고 온 사람의 캐리커쳐를 그려주는 부스도 눈에 띄었다. 그림을 전문적으로 그리는 사람들이 재능기부를 하여 추모객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고 있었다.

합창단은 경건한 마음으로 추모공연을 해주었고 검은 천에 노란리본을 새겨 들고 있는 사람들은 그 자체로 행인들에게 세월호를 다시 한 번 기억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벌써 2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그러나 고통의 한가운데 있는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2014년 4월16일이다. 그들의 고통을 함께 슬퍼해주고 위로해 주도록 해야 한다. 그 시작이 잊지 않고 기억하는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영화 '업사이드 다운'의 감독 김동빈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보고, 듣고, 읽고, 말하는 모든 것에 힘이 있다'

원불교에서도 여러 추모행사를 하고 있다. 세월호를 기억하는 원불교인들의 모임은 팽목항을 찾아 유가족을 모시고 위령재를 지내고, 광화문 광장에도 많은 원불교인들이 모여 추모행사에 함께 했다.

자신의 자리와 맡은 역할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여 잊혀지지 않도록, 모두가 기억할 수 있도록 서로를 돕고 있는 모습들이 정말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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