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욕구 부응하며
모두를 아우르는 교화지표

▲ 배현송 교무/송천교당
교단 내에서 교화가 정체되어 있다고 말한 지 20여년이 넘은 것 같다. 경산종법사의 5대 경륜도 교화대불공을 첫 번째로 강조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교무들이 너나없이 바쁘게 열심히 살고 있는데 교화성장은 이뤄지지 않는다'고 교단 현실을 개탄하는 사람들도 있다. 아니 어쩜 현재 교화에 임하고 있는 많은 교무들이 뜻대로 되지 않는 교화에 대해 좌절하고 답답해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얼 보고 교화가 '된다' '안 된다'고 평가하고 있는 것일까? 그동안 나는 오랜 기간 기관교화를 해왔던지라 "교화의 실효를 거둘 수 있는 일에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한다"는 말 정도로 생각하며 지나쳐 왔다. 그리곤 3년 전 송천교당에 부임해서 교당을 개방하고 지역사회와 더불어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행복대학도 그랬고, 마음학교, 북콘서트, 은혜나눔 장학사업 등이 그렇다. 그리고 이런 활동들이 신문에 보도되자 수도원 원로교무님들은 만날 때마다 "송천교당이 교화를 잘하고 있다는 소식 잘 보고 있다"고 격려의 말을 해준다.

그런데 교구교의회나 출가교역자협의회 때 나오는 회의 자료에 등장하는 각 교당별 법회 평균 출석수는 그리 큰 폭으로 증가하지는 않고 있다. 교화 잘하고 있다는 생각과 실질적으로 나타난 결과는 차이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다시 생각해봐야 할 점이 있다. 현재 교화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지표는 법회 평균 출석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것도 정례법회를 대상으로 한한다. 이쯤에서 나는 의문을 제기한다.

교화란 무엇인가? 가르쳐서 되게 하는 것이다. 즉 원불교 교법으로 사람을 가르쳐서 훌륭한 인격자가 되도록 인도하는 것이 교화인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교화해야 할 현대인들이 직면한 현실은 매우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종교 환경도 예외는 아니어서 유럽과 미국 교회는 감소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에서도 영성적이지만 종교적이지 않은 사람들은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교단 제3대 제3회 설계안에서는 다변화된 사회구성원의 요구조건을 충족하기 위해선 다양한 교화전략 및 콘텐츠를 보강해야 됨을 제시하고 있다. 즉 교화대상자 중심의 교화를 해야 하고 찾아가는 교화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듯 세상이 바뀌고 교화환경이 바뀌어 가는 현실 속에서 지금처럼 매주 교당에 와서 정례법회에 참석한 평균 출석수만 가지고 교화를 평가해서는 안 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해본다.

스마트한 시대를 살고 있고 전 세계가 인터넷망을 통해 하나임을 체험하며 살고 있는 오늘의 현실에서 교화대상자에게 의식교화나 세대별 특성에 따른 맞춤형 순교, 교리훈련, 교화단회, 교당내왕시 주의사항을 실천하는 문답 감정 등이 모두 교화의 과정이다.

초상이 나면 상장을 치르고 재를 지내는 것 또한 원불교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원불교를 알리기 위한 교화이며, 원불교에 대한 좋은 호감도를 갖게 하는 것도 교화인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일체의 활동이 교화임에도 불구하고 정례법회 평균출석수만으로 교화가 정체되어 있다고, 교화가 안 된다고 자책하고 있지는 않았는지 돌아보아야 한다. 작년에 법위사정을 하면서 1년에 두 번 설과 추석명절이면 선조들의 합동제사에 참여하였던 모 교도의 자녀가 미관리 교도로 되어있음을 보고 깜짝 놀랐던 적이 있다. 1년에 두 번 꼬빡 참여해서 원불교 교법으로 제사지내고 설법을 듣고 하는 사람들, 인터넷 법문사경으로 매일 생활을 대조하며 살아가는 사람들, 여러 가지 정황상 일요일 법회에 나오지는 못하지만 교무 이상으로 법문공양에 열중인 사람들 이 모두를 아우르는 교화지표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시대에 다양한 욕구에 부응하는 여러 활동 등이 교화임을 자타가 인정하게 될 때 신바람 나는 교화현장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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