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화자의 삶

▲ 김태인 원무/어양교당
우리 학교 교정에는 예쁜 산책로가 있다. 그 산책로를 걷다보면 계절의 변화가 피부로 느껴지면서 나의 22년 교직생활을 되돌아보게 된다. '지금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인가'라는 질문을 수없이 나에게 던져왔다. 다행인 것은 교직은 나에게 천직인 것 같다.

'15년 이상 몰입해서 정진해야 자신의 직업에 대한 통찰력이 나온다'고 한다. 과거의 많은 시행착오가 얼굴을 화끈거리게도 만들지만 그 또한 나의 교직생활의 큰 밑거름이 되는 것에 감사하다. 이제라도 조금씩 원불교 교사로서 역할을 해야겠다는 사명감을 갖게 된 것이 다행으로 느껴진다.

교직생활 중에서 가장 기억 남는 것은 체인지(體仁知)반이라는 이름으로 학급 운영을 했을 때다. 진로상담교사로서 학생들의 진로를 고민하며 '행복한 학급, 오고 싶은 학교'가 될 수 있도록 설계하고 운영해 보고자 학급에 체인지반으로 이름을 만들어서 심덕, 행덕, 언덕의 삼덕을 갖추는 마음공부를 실천하게 했다.

첫 번째 실천은 학급의 반절 이상의 인원을 보은회를 가입하게 하여 학교 법당에서 매주 법회를 보게 하는 일이었다. 보은회를 가입한 학생은 교무님과 함께 자주 상담을 해 주말에는 교당을 나오게 해 더 깊은 마음공부를 할 수 있도록 했다.〈행덕(行德)의 실천〉

두 번째 실천은 해외 기부였다. 실천 방법으로는 체인지 나눔 장터를 기획하여 5개월간 물품을 모아서 학교 학생들에게 판매 후 수익금 전액을 어려운 나라에 기부하는 것이다. 학생들은 아낌없이 물건을 가져왔고 먹거리도 판매해 36만원의 수익금이 생겼다. 이것을 삼동인터네셔널에 기증하여 네팔 어린이 1명을 1년간 매달 3만원씩 후원 할 수 있었다. 그리고 후원 어린이 사진을 학급에 걸어놓고 기도를 하며 잘 성장하기를 기원했다.〈심덕(心德)의 실천〉

세 번째 실천은 학생들이 아침에 명상 후 하루에 한 가지씩 감사한 것을 찾아 기록한 후 은혜를 입은 대상에게 감사하다고 말로 표현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감사할 일 없다고 하던 학생들이 작은 것에도 감사를 표현하는 긍정적인 학생들로 점점 변화됐다.〈언덕(言德)의 실천〉

마지막 실천은 성적을 올리는 것이었다. 체육대회도 1등, 합창대회도 1등인데 성적은 학년에서 꼴등이었다. 항상 미소가 떠나지 않는 학생들을 보며 기쁘면서도 성적 때문에 아쉬움이 있었다. '학생들이 행복하면 성적도 향상된다'는 나의 철학을 꼭 증명하고 싶었다.

나는 학생들이 더 행복할 수 있도록 추운 겨울 아침에는 따뜻한 차를 타주며 등교하는 학생들은 꼬옥 안아주었고 여름에는 우유급식에서 남은 우유를 얼려 팥빙수를 만들어서 매주 파티를 했다. 그리고 점심에는 라면데이를 정해 특색 있는 '라면 콘테스트'와 '귀공주 요리쿡 조리쿡' 요리경연대회를 열어 요리로 창의력을 올릴 수 있는 이벤트를 마련했다.

2학기 기말고사 때 기적이 일어났다. 우리 반이 2학기 종합 성적이 1등을 한 것이다. 역시 마음이 편안하고 행복하게 해주면 결과는 좋아지는 것을 느꼈다.

이듬해는 학생인권부장을 맡게 되어 더 이상 담임을 할 수 없게 됐다. 학생회 임원을 각반 실장들로 구성해야 했다. 체인지반 학생들이 3학년에 실장에 출마하여 전부 3학년 임원이 된 사실에 나는 솔직히 소름이 돋을 정도로 전율이 왔다.

'학생들에 대한 믿음은 대단한 힘을 갖게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다음 해에는 학생인권부장으로서 BMW 품성함양교육 프로그램으로 행덕(Body), 심덕(Mind), 언덕(Words) 삼덕을 실천하며 교육의 보람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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