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벅뚜벅 교리여행

▲ 이도광 교무/공군사관학교, 성무교당
일상을 보내면서 챙길 일들이 많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요즘에 절약을 실천하기 위해 재활용에 관심을 많이 둔다. 두 가지 나열해보면 첫 번째, 세탁기가 헹굼 두 번을 마치고 마지막 헹굼에 들어갈 때 물이 빠지는 호스를 빈 통 안으로 넣어 물 받는 것을 챙긴다.

마지막 헹굼을 했던 물은 깨끗해서 바닥 청소를 할 때 사용하면 좋다. 섬유 유연제 향기가 베어있어 청소를 하고 나면 좋은 향기가 은은하게 남는다.

두 번째는 교당으로 오는 우편물 봉투를 챙겨 놓는 것이다. 요즘 우편물 봉투가 너무 다양해서 잘 챙겨 놓으면 여기저기 다방면으로 쓰이게 되기 때문이다. 비닐로 오는 우편물 봉투는 작은 쓰레기통 안에 끼워 쓰면 딱 좋다. 그리고 노란종이로 오는 우편물 봉투는 위에서부터 조심조심 하며 돌돌 말아주고 그 안에 작은 화분을 넣어 주면 한껏 분위기를 낼 수 있는 인테리어 소품으로 사용할 수 있다.

이렇게 일상생활의 소품들을 조금씩 챙기고 보면 재활용 할 수 있는 많은 아이템들이 더 많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경험한 바로 이렇게 챙기면서 산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빨래를 할 때도 '마지막 헹굼 전에 꼭! 호스를 챙기자!'고 생각하며 세탁기에 빨래를 넣는다. 그리고 잠깐 다른 일을 보는데, 정말 잠깐이었는데, 세탁기는 엄청 빠른 속도로 자기 할 일을 다 끝내버리는 일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빨래만이 아니다. 우편물 봉투도 챙기자고 하면서 그냥 쫙쫙 찢어 재활용을 못했던 때가 정말 많다. 이럴 때마다 안타까워하며 후회를 한다. 그러면 남들이 말한다. '야! 유무념 공부해!' 나도 말한다. '안다 알아!' 정말 나도 아는 일이다

나는 분명 빨래를 할 때나 우편물을 받을 때나 재활용을 해야 한다는 것을 생각하며 챙긴다. 챙기는 것을 공부삼아 챙기고 챙기고 또 챙겨서 내 행동을 변화시키고 챙기는 공부를 습관화 시켜야 하는 것을 아는데 안 될 때가 많다.

그럼 과연 내가 유무념 공부로 챙겨야 할 것은 무엇인가? 생각인가? 아니면 행동인가? 답답함에 대종사 말씀을 찾아보니 법문 한 줄이 눈에 확 들어왔다.

"하자는 조목과 말자는 조목에 취사하는 주의심을 가지고 한 것은 유념이라 하고, 취사하는 주의심이 없이 한 것은 무념이라 하나니…" 순간 '주의심! 내가 왜 이것을 간과했지?'하며 주의심을 찾아보았다. '주의는 사람의 육근을 동작할 때에 하기로 한 일과 안 하기로 한 일을 경우에 따라 잊어버리지 아니하고 실행하는 마음을 이름이요.'

아하! 유무념 공부는 주의심! 마음을 챙기는 것이었구나! 하려고 했던 일을 생각하고, 실천을 하는 것을 챙기는 것이 아니라 그 마음을 챙겨 하려고 했던 일을 놓치지 않고 실천하는 것이구나!

그러고 보니 내가 재활용을 하려고 했던 마음을 놓치고 그냥 했다 안했다 하면서 행동만을 챙기니 다른 일에 쉽게 마음을 빼앗겼다는 생각이 들어진다.

그럼 지금까지 했던 다이어트가 계속 실패했던 이유가 이거였나? 자 그럼 다시 마음을 챙기는 유무념 공부로 다이어트를 슬슬 다시 시작해볼까? 한마음 다시 챙겨 공부심으로 돌려본다.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