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BS TV '운수의 정'의 진행자 개그맨 김민수(왼쪽)씨는 재치와 위트, 감동으로 대화를 이끈다.
"아유~ 이렇게 얘기하니까 참 좋네!" "그러게요, 형님은 태안 기름 봉사 그 때가 그렇게 다 기억나요?" 녹화 중간 쉬는 시간에도 추억나누기는 쉬지 않는다.

WBS TV '운수의 정' 11회 녹화현장, 오늘 주제 '봉공회 옛 인연들'에 출연한 김미진·박현만·백연신 교도의 이야기는 살아있는 봉공의 전설 그 자체다. 태풍 매미 수해 복구, 시립노인요양원 목욕봉사, 인도네시아 지진피해 구호, 북한 기저귀감 전달과 빵공장 방문 등등 세 사람의 이야기는 40여년 원불교봉공회의 기록이요, 당사자들이 직접 겪은 회고다.

WBS TV의 색채와 지향점 담은 기획

옛 도반들이 다시 모여 옛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그램 '운수의 정' 녹화는 어느 프로그램보다도 훈훈한 분위기 속에 진행된다. 옛 친구들이 만나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니 그보다 더 좋은 시간이 어디있을까. 거기에 진행자 개그맨 김민수 씨의 재치있는 진행이 감칠맛을 더한다.

'운수의 정'은 3월에 시작한 후발주자인 만큼 WBS TV의 색채와 지향점을 더욱 구체적으로 담고 있다. 아이디어 자체가 11월 개국 이후 TV 방송의 파급력과 효과를 체감한 이관도 사장에게서 나왔다. 이 사장은 "운수의 정은 법연, 인연들을 찾아 다시 가까워질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하자는 취지다"며 "잘했던 이야기만 하자는 게 아니라 교단에 아쉬웠던 것, 서로 섭섭했던 일들도 되짚으며 더 잘해보자는 것이다"고 방향을 짚었다. 또한 바탕에 깔린 더 큰 목적도 덧붙였는데, "잠자는 교도나 잠시 교단과 멀어진 인연들을 불러오자"는 '교화'가 그것이다. 이렇게 방송교화의 꿈과 TV 방송의 매력이 담뿍 담긴 '운수의 정'을 위해 이관도 사장은 첫 초대손님인 '원기66년 출가 동기' 편에서 직접 출연해 프로그램의 방향을 잡아주기도 했다.

전원회 창립멤버, 출가동기, 마음소

이후로도 전북대학교 원불교 교우회 창립 3인방, 원기71년 출가 동기, 창작성가팀 마음소, 봉공회 옛 인연들로 이어온 '운수의 정'은 더 흥미롭고 이야깃거리 풍부한 초대손님들을 기다리고 있다. 10년 대장정을 마친 대정진기도 4개단체 주역들이나 통영교당 교도들이 예정되고 있고, 제작진들이 구상하고 있는 주제는 서울 꿈밭이나 교당 청년회의 황금기, 교단 초기 경남교화 주인공 등이다. 100년 역사 가운데 유난히 교화가 풍성하고 활동도 두드러졌던 시기를 조명하며 그 동남풍을 다시 일으키자는 간절한 서원이 읽혀지는 대목이다.

김일안 PD는 "60~80년대는 교단이 우리 사회와 함께 호흡하며 학생, 청년 교화의 꽃을 피웠던 시기다"며 "이 당시의 교단 이야기를 생생하게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별로 없는데, 이 교화 성장의 주역들이 모여 그 경험과 노하우를 후배들과 나눈다면 현재 교화에도 큰 힘이 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어떤 프로그램보다도 더 원불교적이며 더 교화지향적인 '운수의 정'. 개그맨 김민수 씨를 진행자로 해 교단 외부의 눈높이에 맞출 정도로 대중적인 분위기지만, 모든 게스트들의 출가·입교 계기를 묻고 이 비중을 크게 잡을 정도로 종교적인 색채가 강하다. 세상에 다양한 출가·입교 계기를 소개하는 의미도 있지만, 잠시라도 멀어지거나 소홀해진 마음을 그 신심의 시작점에 비춰 다시 찾아보자는 배려이기도 하다.

섬세하고 부드러운 조율, 개그맨 김민수

단순한 토크쇼 같은 모습 안에 이렇게 다양한 목적과 방향이 있는 '운수의 정'. 이를 섬세하고 부드럽게 조율하는 것은 진행자 김민수 씨의 몫이다.

SBS 공채 개그맨 출신으로 '코미디빅리그' 등에서 얼굴을 보여온 일찍부터 출중한 진행 실력으로 여러 방송의 마이크를 꿰찼다. 그런 그에게도 이 '운수의 정' 도전의 무게는 남달랐으니, "첫 녹화하고 내가 얼마나 부족하고 어색했는지 깨닫고 좌절했었다"고까지 말한다.

그는 "개그맨으로서 웃기고 싶은 마음을 꾹꾹 누르다보니 너무 조심해하고 어려워했다"며 "어느 순간 이게 아니다 싶어 마음을 바꿨다"고 말했다. 교도도 아니고 교무들을 많이 본 적도 없으니, 궁금한 건 묻고 모르면 배우자는 자세로 방송에 임했다. 그는 "보통 방송들은 다음 멘트를 생각하면서 진행하는데, '운수의 정'은 한 사람 한 사람 말씀을 귀담아 듣고 그 다음에 진행하느라 녹화시간이 오버되는 경우가 많다"며 '프로답지 못함'을 고백하기도 했다.

봉공회 옛 인연들에게 "개그맨이라더니 의외로 참 진지하고 성의있다"는 칭찬을 들을 정도로 차분하고 진솔한 성격의 김민수 진행자. 그는 방송 몇 화만에 게스트에게 감동을 받아 눈물을 흘리기도 했는데, "나만이 아니라 카메라감독이며 작가, 스탭들도 다 울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30대 중반인 그는 "나를 포함한 젊은 세대들이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막막할 때가 많은데, 존경할만한 어르신들로부터 지혜를 전해받는 시간이라 늘 감사하게 된다"고 '운수의 정'을 설명했다.

'운수의정' 함께 부르며 체온 높여

이제 막 워밍업을 마친 운수의 정은 새로운 그림들도 기대하고 있다. 재가와 출가가 함께 출연하는 주제를 구상중이며, 스튜디오를 떠나 은덕문화원이나 초대손님들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장소로 직접 찾아가는 것도 생각 중이다.

김일안 PD는 "카페같은 장소를 정해, TV 프로그램을 넘어 '촬영이 포함된 하루짜리 프로그램'으로 만들어내고 싶다"는 바람도 덧붙인다. 오래전 인연들이 만나 이야기 나누며 밥도 먹고 함께 연극테라피나 심리상담, 선수행 등을 함께 하며 정을 되새기는 자리를 그려보는 중이다. 몇시간 녹화하며 대화하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행복하니, 함께 뭔가를 하며 추억을 더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그 씨앗이었다.

다양한 꿈과 서원이 담긴 WBS TV '운수의 정'은 출연진들이 '운수의 정'을 부르는 것으로 대화를 시작한다는 것이 특징. '우리 일찍 영산 회상~'까지만 나와도 뭔가 온기가 확 오르고 가슴들이 뜨거워진다. 또 하나의 시그니쳐는 나를 내 도반이 설명해주는 릴레이 형식의 자기소개다. 노래 한 자락과 서로 해주는 소개로 시작되는 '운수의 정'. 가장 아름다운 시절을 함께 하고 수십년을 이어온 그 법정의 깊이가 매주 수요일 오후2시 시청자들에게 생생하게 전달되고 있다.
▲ 매주 수요일 오후2시에 방송되는 '운수의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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