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성택 원로교무
須菩提야 一合相者는 卽是不可說이어늘 但凡夫之人이 貪着其事니라
"수보리야! 하나의 큰 전체상이란 것은 곧 가히 말로 할 수 없는 것이어늘 다만 범부들이 그것에 탐착할 뿐이다."

말 할 수 없는 자리에서는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최고의 명답이다. 산도 겹산이라야 명산이고 사람도 겹사람이라야 큰 도인이 된다고 하셨듯이 법신불을 모시고 사는 것이 겹사람이고 그 자리가 일합상의 자리이다.

31분은 앎을 갖지 말라는 뜻이다. 지견(知見)은 안다는 뜻으로 이를 명사화 한 것이 '알음'이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지견을 가지고 태어난다. 익혀서 아는 것도 있지만 사람의 본래 성품자리는 아주 밝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은 근본적으로 알음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타고난 지견이 있다 할지라도 이를 잘 활용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활용하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 따라서 지견은 자기 스스로가 개척하여 만들어 가야 한다.

須菩提야 若人이 言호대 佛說我見人見衆生見壽者見이라하면 須菩提야 於意云何오 是人이 解我所說義不아
"수보리야! 만일 어떠한 사람이 있어 말하되 "불타가 아견과 인견과 중생견과 수자견을 말하였다" 하면 수보리야! 네 뜻에 어떠하냐? 이 사람이 나의 말한 뜻을 안다고 하겠느냐?"

여기에서 사상(四相)을 사견(四見)이라고 표현하는데 이는 사상(四相)이 더 굳어지고 습관화가 되었을 때 이름을 사견으로 바꾸었을 뿐이다. 금강경 서설에서 '금강경'을 '벼락경'이라고 하였는데 그 벼락을 나에게 쳐서 아상(我相)을 없애는 것으로 아상을 깨면 인상 중생상 수자상은 자동적으로 깨진다.

不也니이다 世尊이시여 是人이 不解如來所說義니 何以故오 世尊說我見人見衆生見壽者見은 卽非我見人見衆生見壽者見일새 是名我見人見衆生見壽者見이니이다

"아니옵니다. 세존이시여! 이 사람이 여래께서 말씀하신 뜻을 알지 못함이오니, 어찌한 연고인가 하오면 세존께서 말씀하신 아견과 인견과 중생견과 수자견은 곧 아견·인견·중생견·수자견이 아닐새 이것을 아견·인견·중생견·수자견이라 이름하나이다."

보통 우리들은 말을 하거나 행동을 하면 잔영이 머리에 남아 있게 되는데 부처님은 잔영이 남아 있지 않다. 그래서 그 동안 몇 번 강조하였지만 마음공부를 잘하는 사람은 잊어버리기를 잘하는 사람이다.

마음공부 잘하는 사람이 잘 잊어버린다는 것은 치매와는 다른 것이다.

치매는 뇌세포에 이상이 생겨 나타난 질병이지만 공부인이 경계에 일어난 사건들을 잘 잊어버리는 것은 그 경계에 집착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어떠한 계기를 만나면 다시 그 기억이 탁 떠오르는 것이다. 그런 후 그 경계가 지나가면 다시 또 잊어버리기 때문에 평상심을 유지 할 수 있는 것이다.

정산종사는 <정산종사법어 (권도편 45장)> 에서 "옛 선사의 말씀에 '평상심이 곧 도'라 하였나니, 평(平)은 고하의 계급과 물아(物我)의 차별이 없는 것이요, 상(常)은 고금의 간격과 유무의 변환이 끊어진 것이라, 이는 곧 우리의 자성을 가리킴이요 우리의 자성은 곧 우주의 대도니라.

그러므로 이 평상의 진리만 분명히 해득한다면 곧 견성자이며 달도자라 할 것이다."라고 했다.

須菩提야 發阿耨多羅三藐三菩提心者는 於一切法에 應如是知하며 如是見하며 如是信解하야 不生法相이니라.
"수보리야!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발한 이는 일체 법에 마땅히 이와 같이 알며 이와 같이 보며 이와 같이 믿어 알아서 법상을 내지 말지니라."

신해는 공부하는 과정 속에서 보면 첫 입문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공부의 목적이 깨달음이라고 할 때 이를 3단계로 나누어 설명하겠다. 첫째 믿어 아는 신해의 단계이다. 처음 입문한 하근기는 믿어 아는 것이다.

신해는 그냥 믿어 아는 것이 아니라 확실히 믿어 아는 경지를 말한다. 이미 공부한 금강경 16분 능정업장분(能淨業障分)에 '심즉광란(心卽狂亂)하야 호의불신(狐疑不信)하리라'는 문구가 있다.

호의불신이란 여우가 의심이 많다는 속설에서 생긴 말로 깊이 의심하여 잘 믿지 않음을 나타내는 말로서 종교적으로 신앙심이 부족하여 진리와 스승의 가르침을 잘 믿지 않고 의심하는 것을 호의불신증에 걸렸다고 한다.

이런 믿음이 아니라 대종사의 가르침을 철저하게 믿는 표준으로 <대종경 (신성품 13장)>에 나와 있다. 장적조 구남수 이만갑에게 "똥이라도 먹으라면 먹겠는가?"하니 바로 밖에 나가서 똥을 가지고 들어 왔다.

그러자 대종사가 감탄하고 그들에게 부탁의 법문을 한다. "지금은 회상이 단순해서 그대들을 친절히 챙겨 줄 기회가 자주 있지마는 이 앞으로 회상이 커지고 보면 그대들의 오고 가는 것조차 내가 일일이 알 수 없을지 모르니, 그러한 때에라도 오늘 같은 신성이 계속되겠는가 생각하여 보아서 오늘의 이 신성으로 영겁을 일관하라."했다.

우리 공부인은 <대종경 (인과품 16장)>에 나와 있듯이 " 생멸 없는 진리와 인과보응의 진리를 믿고 깨닫게 하여 주는 것이 가장 급한 일"이다.

나부터 인과를 철저히 믿는 사람과 대충 믿는 사람의 행동은 다르게 나타난다. 대종사의 법을 체받아 신앙문 수행문으로 철저히 믿고 실천하는 것이 신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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