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홍보·시민참여 미흡 지적
소태산 경성교화 순례 개발

▲ 원불교100주년기념대회가 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가운데 중앙무대에서 예비교무들과 호남좌도필봉농악보존회원 등이 새천년맞이 개벽한마당을 펼쳤다.

원불교100주년기념대회에 참석했던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이제 근대적 민족종교에서 세계종교로'라는 <원불교신문> 기고를 통해 "어떤 의미에서 원불교는 민족종교의 근대화를 주체적으로 달성했다"며 "나는 민족종교로서의 원불교가 세계화시대에 보편성을 갖는 세계종교로 확장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고 참석 소감을 밝혔다. 외부에서 바라본 교단은 민족종교에서 세계종교로 분명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10개 언어 정역사업이나 대륙별 교당과 훈련원 등이 설립되면서 원불교 1세기는 세계주세교단으로의 방향을 잡은 것이다.

원불교100주년기념대회 분석과 평가

잔치는 끝났다. 감동과 환희가 물결쳤던 기념대회를 분석하고 평가한다는 것은 쉽지만은 않다. 우선 자체 평가가 진행 중이고, 이어 대중의 반응을 알아보기 위한 여론조사도 시행될 가능성도 농후하다. 일단 5만 명이 넘는 재가출가 교도가 한자리에 모였다는 것만으로도 감동 그 자체였다. 그러다보니 현장에서는 호평일색이다. 특히 신앙심 깊은 교도들의 마음에는 희열심이 넘쳐난다. 대체로 익산에서 개최됐던 소태산대종사탄생100주년기념대회나 정산종사 탄생100주년기념대회를 넘어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행사였다는 데 이의가 없다. 일단 참석 인원 면에서도 역대 최고를 자랑했고, 행사장 시설 면에서도 익산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서울월드컵경기장은 훌륭했다. 기본적으로 무대 자체가 잘 세팅돼 있어 대회를 돋보이게 했다. 여기에다가 주 행사 프로그램이 2시간 동안 펼쳐졌지만 전혀 지루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을 만큼 빠르게 진행됐다. 대회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런 분위기가 교화 활성화로 이어지길 염원해 본다.

한은숙 원100기념대회장과 이도봉 중앙교의회의장도 '기도와 적공으로 이룩한 감동과 대환희의 역사에 감사드립니다'라는 글을 통해 재가출가 교도들의 일심합력과 순일한 정성에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더불어 8일 중앙총부 예회를 '원불교100주년기념대회 보고회'로 갖고 한은숙 교정원장의 감사인사와 정상덕 원100성업회 사무총장의 경과보고가 이어졌다. 이 자리에서는 김복환 원로교무가 원로들을 대표해 감사의 꽃다발을 전하며 그간의 노고를 치하했다.

이런 긍정적인 평가가 줄을 잇고 있지만 그럼에 불구하고 점검해야 부분은 있다. A 교무는 "예비교무 100명이 구인선진에게 연꽃을 바치는 연화헌공은 무슨 의미인지를 잘 모르겠다"며 "전반적으로 완성도가 떨어지고, 맥락에 뜬금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10개 언어 교서정역 봉고는 아주 좋았지만 구인선진 법훈서훈식은 세련된 스토리텔링이 필요한 부분이었다"며 "법훈서훈에 감동이 적은 것은 일반화된 형식을 취했기 때문이고, 서훈 방식도 퍼포먼스 치고는 너무 안일한 측면이 있었다"고 견해를 전했다.

B 교무는 "공연이 별로 많지 않았는데 마지막에 열린 새천년맞이 개벽한마당은 예비교무와 전문가 집단의 춤에 간극이 있었다"며 "세계를 한 기운으로 모으겠다는 시도는 좋았지만 원무의 춤사위가 서툴렀고 일체감이 약했으며, 왜 저 춤을 추는지 연결이 안됐다. 개벽한마당에 대한 설명이 자막으로 처리됐으면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고 말했다. C 교도는 "만나는 교도들마다 공연이 집중력 있었고, 성가와 독경을 할 때는 눈물을 흘린 사람도 있었다"며 "다만 경기장이 지정좌석이 아니라 교당별로 모셔갔던 어르신들을 잘 챙기지 못했다. 단체로 움직이다보니 부대행사는 꿈도 못 꿨다"고 객석 상황을 전했다.

D 교무는 "프로그램 중 '재미와 시민 대중과 함께'하는 부분이 빠진 것 같아 아쉽다"며 "축제임에도 불구하고 흥겨웠던 분위기를 살려내지 못했고, 마지막 퇴장을 하는 데도 대중합창 등을 통해 참석한 교도들에게 흥을 줬어야 했다"고 말했다. 또한 "행사 식순에서 개회선언, 설법, 10개 언어 교서정역 봉고, 서울선언문 등의 주도자가 모두 출가인 점은 행사 취지에 맞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기념대회가 시민 참여형이 아니라 우리 집안 잔치가 됐다는 반론이다. 또한 경기장 주변에 마련된 홍보부스와 참여부스에 소수만 참가해 기획자들을 머쓱하게 했다.

대한민국 근현대 100년 특별 천도재

4월25일 열린 해원 상생 치유 화합의 특별 천도재는 의심할 여지없이 대단히 수준 높은 의식콘텐츠였고, 진중한 분위기를 담아내 영혼들을 천도 축원했다는 평가다. 여기에는 49일간 전국 교당 재가출가 교도들의 정성이 더해져서 가능했다. 다만 기념대회와 마찬가지로 중앙총부 교무들이 췄던 원무의 춤사위가 천도재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았다는 평가다. E 교무는 "완성도가 떨어진 원무는 참신성도 떨어질 뿐 아니라 천도의식의 단절을 가져왔다"며 "살풀이 등을 전공한 전문 무용수가 등장했으면 오히려 낫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다"고 말했다.

서울광장에서 진행된 특별 천도재는 원래 8천여 명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예상의 절반 정도만 참석해 정성스럽게 준비해 온 천도재가 인원 동원에서 아쉬움을 안겼다. 대중 홍보에 있어서도 시청률이 높은 메이저 방송사 등에 언급이 안 된 부분은 두고두고 되새겨 봐야한다. 언론매체 홍보 실패를 전투에서 승리하고 전쟁에서 패한 것과 비교하면 너무 나간 비약일까.

한 가지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점이다. 물론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산업화, 민주화, 재난재해 희생영령의 관계인들이 다수 참석했지만 이외 불특정 다수의 시민들 참여가 눈에 띠지 않았다. 또 천도재가 급하게 기획되면서 5대 희생영령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졌다는 의견도 접수됐다. F 교무는 "단순히 천도재에 집중한 나머지 교단의 역사 불참에 대한 참회가 없었다"며 "대한민국 역사에 능동적으로 참여하지 못한 것에 대한 참회의 메시지를 대사회에 보냈어야 했다. 희생당한 역사적인 현장에 가서 진심을 전하고 천도재를 이어갔어야 했다"고 힘주어 언급했다. 아무튼 대한민국 근현대 100년 특별천도재라는 콘텐츠를 잘 디자인하고 만들었지만 유통 즉 대중의 시선을 모으는 데는 아쉬움이 남는다.


국제학술대회, 서울성적지 개벽순례


원불교100주년·원광대학교 개교70주년을 기념해 진행된 국제학술대회(4월28일~30일)는 질 높은 논문들을 쏟아내며 원불교학 정립에 보탬이 됐다는 평가다. '종교·문명의 대전환과 큰 적공'을 주제로 열린 국제학술대회는 브리티시 컬럼비아대학교 돈 베이커 교수를 비롯해 3명의 기조강연자 그리고 종교, 정치, 경제, 생명세션별 기조강연자 4명, 각 세션별 참여교수 18명, 토론자 역시 18명이 참가해 열띤 토론을 펼쳤다. 아쉬운 점은 원래 기획했던 장소가 서울이 아닌 익산성지와 원광대학교에서 열린 점이다. 홍보포스터에는 서울에서 개최한다고 해 놓고, 실상은 전북 익산에서 국제학술대회를 연 것이다. 당초 서울을 선택한 이유는 원불교학의 대중화, 교법의 시대화를 지향하기 위한 판단에서다. 원불교를 국민들에게 알리는 효과뿐 아니라 인접 학계와의 교류도 겨냥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장소 섭외가 불발되면서 차선의 선택으로 익산을 택한 것이다.

소태산 대종사의 경성교화 발자취를 둘러보는 '원불교100주년 기념 서울성적지 개벽순례' 프로그램 개발은 교도들의 시선을 잡는 데 성공했다. 새로운 교화콘텐츠뿐 아니라 교사(敎史)와 문화가 어울려진 창신동과 계동을 순례할 수 있어서다. 원문화해설단을 양성하는 데 5개월이 걸렸다. 문제는 개발 시기인데, 1~2년 전에 이 콘텐츠가 개발됐다면 서울 기념대회의 의미를 부여하는 데 훨씬 효과적이었다는 생각이다. 개벽순례는 앞으로가 더 기대가 되는 콘텐츠이기도 하다.

정 원100성업회 사무총장은 "기념대회만으로 끝나서는 안되고, '개벽·적공·천도·소태산'이라는 4개의 키워드로 평가를 해야 한다"며 "제1대 총회에서 정산종사는 소태산 대종사를 주세불로 모셨고, 반백년기념대회에서는 대산종사가 하나의 세계를 주창했으며, 100주년기념대회에서는 경산종법사가 정신개벽으로 상생과 평화의 세계를 만들자고 천명해 줬다"고 말했다.

모 교구장은 기념대회에 대해 "현장의 교도들은 기념대회 기획을 기본적으로 좋아한다. 프로그램도 좋고, 날씨도 좋아서 90점 이상의 점수를 줄만하다"며 "우리 교구는 인원 동원이 만족스럽게 돼 다행이었지만 다른 교구는 노심초사하며 전력을 다했다. 앞으로는 편안하고 여유로운 행사를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행사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도 제시됐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불교100주년기념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했다는 데 반론의 여지가 없다. 이생에 오직 단 한번, 원불교100주년기념대회는 그렇게 지나갔다. 대회 기간동안 펼쳐진 아우라는 아마 각자의 마음속에 깊이 박혔으리라. 분석과 평가는 다음 세대를 위한 것임을 부연한다.

원불교100주년기념대회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원100성업회와 교정원, 재가출가 교도들은 기념대회를 위해 전력투구하며 교단의 역량을 쏟아왔다. 이에 본사는 기념대회에 대한 분석과 평가, 기념대회 이후 교단의 방향을 모색하는 기획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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