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 칼럼

▲ 류경주 교무/교정원 기획실장
기도와 적공으로 이룩한 감동과 대환희의 역사였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그 역사의 주인공이었다.
10여 년을 한결같은 마음으로 올린 기도 정성과 해외에서 참여한 교도들의 열정이 연출해 낸 감동의 무대였다. 그래서 천지신명이 감응하고 세상이 은덕을 베풀어 원불교 2세기의 열림을 알리는 상두소리가 됐다.

더욱이 동서양의 종교 지도자와 석학들 그리고 한국의 이웃종교와 정치·경제·사회·교육분야 등 각계의 지도자들이 원불교의 이념을 공유할 수 있었던 것은 교단의 위상을 넓히는 소중한 자리가 됐다. 이 모든 연출이 가능할 수 있도록 준비해 준 이들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100주년기념대회를 통해 '원불교가 사회에 어떻게 역할 해야 할 것인가?', '원불교의 세계화를 위한 과제는 무엇일까?', 그리고 지금도 진행형인 '정신개벽을 어떻게 지속가능한 과제로 승화시켜 갈 것인가'에 대한 감상을 갖게 됐다.

100년 전 소태산 대종사는 인류가 산업화를 통해 물질 중심으로 전환되는 시기에 정신개벽을 주창했다. 그때의 산업화는 첨단산업화로 고도화되어 인공지능을 통해 삶의 지형을 변화시키려는 수준에 까지 와있다. 반면에 정신은 힘을 잃어 응급실 신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세계는 물리적으로 하나가 됐지만 이념의 장벽은 더욱 고착화되고, 종교간 갈등의 문제, 인간존엄에 대한 경시풍조는 심각한 수준에 와 있다. 경제개발과 첨단 산업화가 만들어 낸 부의 불평등 구조와 양극화 문제 등은 인류에게 던져진 과제들이다.

따라서 10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정신개벽은 원불교가 지향해야 할 절대가치이며, 낙원세상 구현을 위한 실천운동이 돼야 할 것이다.

개벽은 허무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이뤄진 관습과 이념의 장벽, 인종과 문화에 대한 차별 그리고 종교간 갈등의 장벽을 허무는 것이다. 과학의 진보는 끊임없는 융합의 연속이었다.

개벽은 열림이다. 닫힘은 단절을 의미하고 단절은 고립을 불러온다. 사회를 이끌어가는 사상이나 개인의 사유에 있어서도 교류와 열림의 자세를 가져야 성장할 수 있다.

개벽은 대전환이다. 우리의 삶이 기존의 양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변화하는 사회 문화적 환경에 대응하지 못하다면 개벽은 요원한 문제가 될 수 있다. 일상의 삶속에서 생활양식 즉 신념과 태도, 인식에 있어서의 대전환이 있어야 한다.

정산종사는 "개벽은 마음중생의 제도와 마음세계의 치유를 통해 서로 융통되는 세계"라 밝혔다. 우리의 온전하고 평온하며 밝고 깨끗한 본래심을 회복하여 차별심 없는 마음으로 상생과 평등의 세계를 만들어 가자는 것이다.

외형적으로 기한이 정해진 성업봉찬이 마무리 단계에 있지만, 마음공부로 부처의 지혜를 얻고 부처의 실행으로 활불의 자비를 갖추는 자신성업봉찬은 지속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그래야 장벽은 무너지고 생각의 대전환이 이뤄져 살림(生)의 문화를 통한 물질과 정신의 조화로운 균형발전을 가져 올 수 있다.

정신개벽은 물질이 개벽됨으로 파생되는 무지와 질병, 빈곤 등 사회적 문제들에 대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상생과 치유, 통합과 존중의 사회적 윤리를 성장시켜 물질을 선용하고 생명존중의 바른실행을 담보 할 수 있는 자주력 가진 정신이 그 중심에 있도록 해야 한다. 그 힘을 바탕으로 우리 지역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에 관심을 갖고 지역밀착형교화전략으로 나눔과 상생을 통한 교법의 사회적 실천에 동행해야 할 것이다.

원불교 2세기는 세계보편종교로 성장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원불교학의 역할이 필수적이다. 지난 100년간 원불교학은 일원사상의 이론적 사상적 토대를 형성하고, 인접학문과의 연계성을 넓히는데 공헌했다. 이후의 과제는 원불교학이 세계의 학문적 흐름에 융합하고 세계보편학문으로 자리할 수 있도록 교학의 지평을 확대해가야 할 시점에 와 있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에 열린 '종교·문명의 대전환과 큰적공 국제학술대회'는 큰 의미가 있다고 할 것이다.

원불교가 다시 정신개벽을 외치는 것은 마음공부로 정신의 자주력을 세워 물질중심주의로 인한 인간존엄의 경시와 환경파괴,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고 상생과 화해를 통한 균형적인 발전으로 행복공동체를 만들어 가자는데 그 가치가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한 실천운동이 적공과 대참회 그리고 감사생활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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