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장하는 의사…30년 건강 파수꾼
임상 의학의 기초 내과, 30년 전문의 활동
환자는 모두 부처, 의원은 전법교화의 작은 도량

의사는 누군가의 건강을 책임지기 위해 자신이 먼저 깨어있어야 한다고 다짐한다. 그들에게 지치지 않는 열정은 '옵션'이다. 환자에게 늘 관심을 갖고 애정을 기울여야 하기 때문에 많은 에너지를 요구하기도 한다.
병의 발생과 진행에 관한 상황을 면밀히 파악하고 치료해나가는 임실내과의원 송세영 원장은 '임실 건강 파수꾼'으로 정평이 나있다. 촉촉이 내리던 비가 그치고 따스한 햇살이 내리쬐던 5일, 청진기로 심장소리를 들으며 병을 진단해 가는 내과전문의 수산 송세영(修山 宋世榮, 호적명 석현) 교도가 반갑게 맞아줬다.

"임상 의학의 기초는 내과입니다. 어느 한 질병만 보는 것이 아닌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체를 보고 진단을 하기 때문입니다. 내과 의사들은 의심되는 병이 있으면 각 과로 이송하는 '교통정리'를 합니다. 대부분의 환자들이 몸에 이상이 생기면 내과를 먼저 찾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위해 상급 병원으로 안내를 하는 것이죠. 이것을 전문용어로 트랜스퍼 한다고 말합니다."

30년 가까이 내과 전문의로 봉직하고 있는 그이지만, 의사로서 우뚝 서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동기들에 비해 7년 늦은 의과대학 입학에도 고민이 동반됐다. "고등학교 재학 시절, 법조계 일을 꿈꾸는 문과 학생이었어요. 서울대학교에 입학하려고 시험을 봤는데, 실패했죠. 그 뒤로 재수에 도전했지만 꿈은 이루지 못했습니다. 국세청 세무서를 시작으로 해운 항만청 선박 출입 관리일 등을 하며 사회생활을 했고, 늦게나마 의사의 꿈을 가지고 전북대학교 의과대학 시험을 치뤘습니다. 동기들에 비해 7년 늦은 나이로 입학했기 때문에 여러모로 많이 힘들었지만, 결과는 좋았습니다. 모든 시험에 낙제없이 한번에 합격을 했고, 결국 1989년 3월19일 전북대학교에서 내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했습니다."

1989년 임실의료원에 부임한 뒤 1996년 임실의료원장을 지낸 그는 1998년 3월 임실내과의원을 개원했다. 전주에서 임실까지 27년 동안 출퇴근을 해 온 그에게 병원을 옮기는 게 어떻겠냐는 주변의 권고도 있었지만 임실에는 '정'이 있다고 말하는 그다.

"은사님이신 안득수 교수가 전문의 자격증을 취득하고 떠나기 전, '의사는 환자를 머리로 보는 게 아니라 마음으로 보는 것이다. 항상 환자를 깍듯하게 대하고 존중해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그 말씀을 받들면서 환자들을 대하다 보니 많은 정이 쌓였습니다. 봄철에는 할머니들이 새파랗게 물든 손으로 고사리, 취나물, 두릅 같은 것을 전해주고 갑니다. '의사선생님 덕분에 먼 곳까지 안가도 내시경, 초음파까지 할 수 있으니 더할 나위 없이 좋다'는 말을 들을 때면 보람이 됩니다."

그는 임실 지역에서 '합장하는 의사'로 유명하다. 처음에는 타 종교를 가진 환자들이 합장을 거절을 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지금은 코가 땅에 닿도록 인사하는 이들도 생겼다.

"환자가 진찰실에 들어올 때면 늘 합장을 하고 인사를 건넵니다. 원불교 교도로서 내가 당신을 우리 부처님으로 알고 진료를 하겠다는 뜻을 담은 거죠. 간혹 거부감을 가지고 거절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다른 종교를 무시하는 것이 아닌 당신을 최고의 환자로 모시겠다는 극존중의 뜻이라고 설명을 하고 나니 좋아했습니다. 162㎡정도 되는 의원을 원불교 전법교화의 작은 도량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행동, 말 한마디에 늘 모범이 되고, 대종사의 뜻에 맞춰 살고 있습니다. 이제는 합장할 때 손사레 치는 분이 단 한 명도 없습니다."

지난해 전북교구 교의회의장에 취임한 그는 법호, 법명도 좋지만 '무조건'이라고 불러주면 좋겠다고 말한다. 재가출가 교도들이 부르면 언제 어디서든 '무조건' 달려가겠다는 그의 굳은 의지다.

"원기66년 1월2일에 결혼을 하고, 장모 승타원 김성명(효자교당) 교도의 연원으로 입교하게 됐습니다. 장모님을 따라 원불교를 알게 되고, 교당도 열심히 다니다 보니 효자교당 교도회장, 교구 교의회의장까지 하게 된 것 같습니다. 딸 셋을 모두 법명으로 출생신고를 했고, 일원가족을 이루니 더할 나위 없이 좋습니다. 올해는 교의회의장으로서 교구청 건립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100주년기념대회가 끝났으니 교구장님, 상임위원들과 잘 상의해서 총력을 기울이도록 하겠습니다."

의사로서 '환자와의 소통'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는 그는 마지막으로 재가출가 교도들의 건강을 위한 당부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교무님들이 교화에 전념을 하다보면 건강을 소홀히 생각하게 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병은 생겼을 때 치료하는 것보다는 예방을 먼저 하는 것이 제일 좋은 치료법입니다. 예방을 할 수 있는 것은 적극적으로 예방접종을 권장하고 싶습니다. 예를들면 폐렴, 성인뇌염, B형간염, A형간염, 유행성 출혈열, 대상포진, 자궁경부암 등입니다. 아울러 매년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받길 적극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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