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화자의 삶

▲ 김태인 원무/어양교당
원기99년부터 '부교무를 도와 어린이법회를 보면 좋겠다'는 교무님의 부탁으로 어린 부처님들과 인연이 시작됐다.
1월이라 '나의 꿈을 이루기 위한 버킷 리스트(Bucket List) 작성하기'라는 주제로 법회를 시작했다.

자신의 꿈을 열심히 종이에 기록하는 어린이들을 보며 마음이 뿌듯했다. 그러나 종이를 걷어서 읽어보니 내 마음은 걱정이 가득 쌓여가며 무거워졌다. 내용은 담배 피워보기, 아파트에서 떨어져 보기, 죽을 때까지 게임 해보기 등 정말 요즘 아이들의 염색체는 달랐다.

어린이 부처님들의 무서운 호기심 이면에는 "아빠는 담배를 피우면서 피지 말라하니 그 맛이 궁금했다", "학원 다니기 싫을 때에는 아파트에서 떨어져서 다치면 병원에 입원해 쉴 수 있다", "엄마는 하고 싶은 게임을 하지 말라고 잔소리하니까, 그런 잔소리 없는 곳에서 하루라도 마음껏 게임을 해보면 바랄 것이 없겠다" 등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이런 속 마음을 모른채 표면적으로만 봐서는 '큰일 날 소리, 잘못된 아이들'이라고만 쉽게 단정하고 야단치기 쉽다.

나는 "그렇구나! 네 마음이 그랬구나~ 그럴 수 있어"라고 아이들의 눈을 맞추고 공감해 줬다. 그랬더니 법회가 거듭될수록 아이들의 까칠함이 줄고 점점 친하게 지내게 됐다. 하지만 스마트폰에서는 눈을 떼지 못하고, 설교는 듣는 둥 마는 둥 하는 것은 여전했다. 만일 함부로 스마트폰을 사용 못하게 했다가는 교당을 나오지 않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현재 어린이 법회의 방법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했다.

어양교당 여성회에서 교도들을 문화로 교화하려는 목표를 가지고 여러 가지 활동을 같이하고 있다. 그래서 떠오른 생각이 문화 법회를 한 달에 한 번씩 보는 것, 매달 마음공부 주제와 함께 다양한 재료로 공예법회를 진행하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시간도 많이 걸리고 자기 작품이 예쁘게 만들어지지 않아 울기도 하는 여자 어린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제 시간에 맞춰 아이들은 자신만의 색깔과 디자인으로 응용하는 요령을 터득해갔고, 특히 남자 어린이는 핸드폰게임보다 더 재미를 느꼈다.

이렇게 1년 동안 꾸려온 문화법회를 통해 도자기, 에코백, 폼아트, 클레이, 재활용 디자인 작품 등 어린이 작품들이 탄생했다. 그리고 연말에는 일원갤러리에서 전시회를 열어 많은 교도와 원로교무님들이 관람하고 격려해 줬다. 특히 천연 비누공예 작품은 어린이 회원들이 직접 판매해 원불교100주년성업봉찬에 동참하기도 했다.

문화법회의 긍정적 효과를 말한다면, 어린이들이 스스로 작품에 몰입하고 끝까지 정성을 쏟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칭찬을 받으면 자신감이 올라간다. 더불어 정성들여 만든 작품을 다른 사람에게 선물하면서 '나눔의 의미와 즐거움'도 배운다. 또 작품을 만들며 사물의 원리를 터득하고, 그 시간의 마음공부 주제를 스스로 생각하며 체득하기도 한다.

어린이 교화는 법 종자를 심어주는 교화로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실은 교당의 어린이 숫자는 점점 줄어들어 교화가 힘들어지고 있다.

어린이 교화 활성화를 위해서는 먼저 해당 교당의 교도들이 적극적으로 자녀들과 손자녀의 손을 잡고 교당으로 데리고 와야 한다.

또 각 교당의 어린이 교화 프로그램을 공유해 실행하는 교당별 연합법회도 필요하며 어린이 부처님들의 다양한 공부기회와 재미를 주는 프로그램들이 계속 개발되어야 한다. 여기에 거점교당의 플랫폼이 형성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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