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서 저술로 읽는 교사〉

▲ 삼산 김기천 종사                                                      〈철자집〉
삼산 김기천(三山 金幾千, 1890-1935)종사는 원불교 구인선진의 한 분이다. 소태산 대종사의 지우(知友)로, 원기2년(1917) 10인 1단 최초의 수위단(首位團)을 구성할 때 참여하여, 교단 초창기 3대사업인 저축조합(1917)·방언공사(1918-1919)·법인기도(1919)를 마치고, 전무출신의 길을 걸었다.

따라서 〈원불교교사〉를 비롯한 교서에는 삼산 종사에 대한 기록이 곳곳에 나타난다. 그 가운데서도 주목되는 바는 (〈대종경〉성리품 22장)의 견성인가 법문이다. 대종사는 "오늘 내가 비몽사몽 간에 여의주(如意珠)를 얻어 삼산에게 주었더니 받아먹고 즉시로 환골탈태하는 것을 보았는데, 실지로 삼산의 성리 설하는 것을 들으니 정신이 상쾌하다. 법은 사정(私情)으로 주고 받지 못할 것이요, 오직 저의 혜안이 열려야 그 법을 받아들이나니, 용은 여의주를 얻어야 조화가 나고 수도인은 성품을 보아서 단련할 줄 알아야 능력이 나오나니라"고 설한다.

원기13년(1928)의 일인데, 제자가 지도자로 거듭나고 있으니 가슴 뭉클한 광경이다. 이를 구인제자의 한 분이 보여줌으로써 교단사에 자리잡은 상징성이 있다. 삼산 종사는 특히 부산교화의 토대를 쌓았다. 하단·초량교당 등에서 소박한 화술, 간이명백한 내용, 사통오달로 해탈도리(解脫道理)를 설하는 법회는 진지하고 신심 넘치는 법잔치였다. 그런데 교화에 열중하다 우연히 장티부스에 감염되어 생을 달리 했으니 얼마나 애통한 일인가. 원기20년(1935) 중앙총부에 대각전이 서고 법신불을 봉안하던 시기이다.

교단의 정체성이 갖추어지던 이 때에 훌륭한 지도자의 한 분을 잃었으니 슬픔이 클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삼산종사는 후인들이 의지할 상당한 글을 남겼다. 〈철자집(綴字集)〉과 '심월송(心月頌)'(성가 107장) 등의 많은 논설·가사가 그것이다.

〈철자집〉은 삼산 종사가 원기10년대(1925) 혹은 15년대(1930)에 지은 것으로 전해지며, 〈삼산종사문집〉(교화부, 1982)에 수록되어 있다. 초입자들을 위해 4자 1구의 한문글귀를 엮은 것이다. 형태는 서당에서 읽던 〈추구(推句)〉와 같은데, 교리가 바탕되어 있으니 깊은 맛이 있다. 첫 귀절은 '인생세간(人生世間)에 부지도학(不知道學)이면 미면악도(未免惡道)니라'이다. 세상 살면서 도학을 공부해야 악도를 면할 수 있다는 말씀이다.

〈철자집〉의 구성은 11장으로, 권학론·수양권면론·연구권면론·취사론·평교론·현세론·제가론·유벽론·수련론·회론·개론이다. 교단관을 회론(會論)에서 다룬 것처럼, 맑고 곧은 가르침을 받들 수 있으니 일독을 권해 마지않는다.

<원광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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