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빛내는 정전

▲ 김준영 교무/벤쿠버교당
사람들은 말합니다. 교무님들처럼 모든 것을 훌훌 털어버리고 힘겨운 일상을 벗어나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고, 생업을 놓고 푹 쉬면서 집중적으로 명상이나 마음공부를 하면 삶의 문제들이 풀리고 새로운 인생이 열릴 것 같다면서 말이죠.

모든 생명에게 주어진 삶의 무게는 같습니다. 사실 매일 지지고 볶는 우리의 일상만큼 공부하기 좋은 곳은 없죠. 정신만 차리고 있으면 다채로운 경계들이 우리 마음의 움직임을 적나라하게 비쳐주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떠나고 싶다구요? 정말 떠나야 할 것은 우리의 몸이 아니라, '여기서는 안 되겠다'는 바로 그 '한 생각'입니다. '여기서 지금 하고 있는 일'을 '하찮은 일'로 생각하고 뭔가 고준한 마음공부를 꿈꾼다면 시작부터 잘못된 출발이죠.

나를 포함한 더 많은 생명들의 삶이 빛나고 더 행복해지기 위해서라면 이 삶을 떠나 공부의 터전을 따로 설정할 수는 없기 때문이죠.

원불교에서는 이 삶을 떠나지 않는, 삶 속에서의 마음공부를 상시훈련이라고 합니다. 특별한 과목을 정하지 않고, 삶의 다양한 경계 자체를 공부꺼리 삼아 일심과 알음알이와 실행의 힘을 기르며 감사와 보은을 실행해 가는 거죠. 아이를 둔 이들에게는 가사와 육아, 직장을 가진 이들에게는 직장에서의 업무과 인간관계, 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에게는 학업과 교우관계, 결혼을 한 부부에게는 부부나 고부, 자녀와의 관계 등이 주된 공부꺼리가 되고, 마음공부가 이뤄지는 가정과 직장, 학교와 사회 자체가 마음공부의 장이 됩니다. 청소하고, 빨래하고, 운전하고, 요리하는 일도 예외는 아니죠.

삶 속에서 이루어지는 상시훈련이기 때문에, 모든 상황과 인연과 사건들을 대상으로 마음공부를 훈련합니다.

핵심은 일을 당해서는 '온전한 생각으로 할 일을 하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은 하지 않는다(응용하는데 온전한 생각으로 취사하기를 주의할 것이요)'는 거죠. 여기서 '온전한 생각'은 중요한 개념입니다. 어떤 생각이냐 하는 표준도 있어야 하고, 수양 연구 취사를 통한 실제적인 마음의 힘이 있어야 구현이 가능하기 때문이죠. 사람마다 노력은 할 수 있지만, 그 온전함의 정도에는 차이가 있기 때문에, 겸허한 마음으로 부단한 노력을 할 필요가 있는 개념이죠. '온전한 생각'은 일원상과 같은 마음입니다. '원만구족하고 지공무사한 마음' '욕심이나 집착에 끌리거나 고정관념, 선입견, 편견 등의 어리석음에 가리지 않고, 옳고 바른 마음'입니다. 그 마음으로 매사에 임하고 실행하는 거죠.

둘째, 일이 없을 때에는, 예를 들어 일을 당하기 전에는 미리 연마하고, 노는 시간이 있을 때에는 경전이나 법규 연습을 하고, 경전이나 법규에 대한 어느 정도 이해가 생기면 의두를 연마하며, 잠자기 전 남은 시간이나 새벽에는 수양을 위해 염불과 좌선을 합니다.

셋째, 모든 일을 처리한 뒤에는, 그 처리 상황과 결과를 반조하여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조목에 실행여부를 점검합니다. 되풀이되는 실수나 과오를 범하지 않기 위함이죠. 이러한 전 과정이 상시훈련이고, 일상생활 속에서의 마음공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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