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경원 교도/동대전교당
두어 달 전, 임애주 교도가 저녁을 같이 먹자고 했다. 여러 가지 나물과 잡곡밥으로 식사를 마친 후, 나를 원불교100주년기념대회에 초대한다고 했다. 밥도 잘 얻어먹었으니 안 간다고 할 수가 없어 하는 수 없이 기념대회에 가게 됐다.

대회가 끝나고 교당에 들러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임 교도는 '100주년기념대회를 한 뜻깊은 날, 그냥 지나쳐서야 되겠냐, 꼭 입교 신청서를 써야 한다'고 했다. 어느 종교에도 속하고 싶지 않았던 나는, 이렇게 입교를 하게 됐다.

5월1일, 서울로 가는 버스에 탔다. 버스에서는 따끈한 떡과 봉지에 들어있는 간식을 받았다. 아침이라 날씨가 좀 쌀쌀했는데, 따뜻한 떡의 온기가 나를 행복하게 해줬다.

간식 봉지에는 다양한 먹거리가 들어 있었다. 달고 귀여운 모양새의 토마토가 터지지 않도록 컵에 담아 준비한 세심한 마음씨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중에 날이 더워, 가지고 다니던 사탕이 조금 녹아서 아쉬웠지만 이것저것 골라 먹으며 마음껏 소풍 기분을 낼 수 있었다.

'꽃이 피네, 꽃이 피네, 백년 꽃이 활짝 피네.' 드디어 기념 대회가 시작됐고,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는 표어가 전광판에 올랐다. 나와 함께 참석한 베트남에서 유학온 닷 학생이 표어를 보고 무슨 뜻이냐고 물었다. 나는 알고 있는 대로 물질 문명이 발달하는데 우리의 정신은 그를 따라가지 못해 오히려 물질의 구속을 받아 행복하게 살 수 없으므로, 우리의 마음을 강하게 하자는 뜻이라고 말했다.

내 대답을 듣고 이 학생은 영어로 "It is logical" 바로 논리적이라고 대답했다. 나 역시 원불교의 논리적이고 현실적인 교리에 공감을 하고 있었는데,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 이 한 마디에 원불교가 논리적이라는 것을 파악한 그 학생이 참 신기했다. '소태산 대종사는 100년 전에 새 시대를 내다보았다니 참 놀랍다' 이런 이야기를 하며 우리는 기념식을 지켜봤다.

기념대회에서 종법사는 '마음의 힘을 길러 물질문명을 이끌고 내 마음을 내 마음대로 잘 쓸 수 있는 대자유인이 되자'고 했다. 하루에도 몇 번씩 기쁨과 노여움, 슬픔, 즐거움 등 온갖 감정에 이끌리는 약한 마음을 가진 나에게 꼭 필요한 말씀이었다.

기념식에서 특히 감격스러웠던 순간은 10개 언어 교서 정역 봉고 순서였다.

물질 문명이 많이 발달한 나라는 그 나라대로, 서서히 발달해 가고 있는 나라는 그 나라대로, 혜택을 받기도 하지만 물질의 지배를 동시에 받고 있다. 앞으로 우리를 포함한 더 많은 나라 사람들이, 그리고 어린 아이들이 물질의 유혹에 이끌려 정신을 차리지 못하게 될지 모른다고 생각하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이런 의미에서 원불교 교서정역은 세계평화에 기여할 수 있다고 본다. 마음공부를 통해 내 마음에 평화가 오면, 가족의 평화, 나라의 평화, 세계의 평화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내 옆에 앉아 있던 학생에게 '곧 베트남어로도 번역될 거야' 하면서, 언젠가 그 학생의 고향인 호치민 교당에서 우리 학생이 베트남어로 된 교전을 보며 공부하는 모습을 떠올려 보았다.

종교는 토론이 아니고 삶 그 자체여야 한다고 어느 책에서 봤다. 종교는 생각만 해서는 안 되고 그것이 우리의 피 속을 돌고 뼈와 골수가 돼야 한다고 했다. 종교는 바로 삶이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번 '해원, 상생, 치유, 화합의 특별 천도재 종재식'에 귀한 분이 오셔서 설법을 한다고, 임애주 교도가 동대전교당에 초대했다. 그 날 박윤철 교무님의 법문을 듣고, '역시 원불교, 대단하구나' 느꼈고 더 많은 사람들이 이 법문을 들었으면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교무님 말씀 중에서 '일원의 진리는 테두리가 없다'고 한 말씀이 생각난다. 네 편 내 편 없이 다 품어야만 이 세상이 조화로운 세계가 된다는 뜻일 것이다. 이렇게 '품이 넓고 실천하는 원불교', 이런 원불교를 나는 이번 100주년기념대회로 좀 더 가까이 할 수 있었다.

알고 지낸 지 10년이 지났는데도 그 동안 한 번도 교당에 가자고 강요하지 않고 나 스스로 원불교를 공부하고 싶도록 마음으로 행동으로 공부하는 사람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주신 임애주 교도님, 내 손을 꼭 잡아 이끌어 이런 귀한 기회를 만들어 준 교도님과 친절하게 챙겨준 동대전교당 이명신·서공은 교무님에게 이 자리를 빌어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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