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디자인은 숨은 듯 드러나는 것'
27년간 출판과 디자인 사업 종사
창의력 요구되는 시대, 교육환경부터 바꿔야

다양한 디자인과 문화 콘텐츠가 시선을 끄는 시대. 경영이 어렵다는 출판과 디자인 사업에 27년간 종사하며, KIDP산업디자인 전문업체로, 동남권 디자인 전문회사로 활약하고 있는 엔 크리에이티브(주) 진현욱(법명 현성·금정교당)대표이사. 부산문화콘텐츠컴플렉스에 위치한 그의 사무실을 찾자, 편안한 미소로 반겨줬다.

"가장 핵심적인 사업은 책을 만드는 일입니다. 디자인과 일반인쇄물 제작, 스마트폰 앱으로 다운받아 읽을 수 있는 일을 합니다. 스마트 미디어용 앱을 실행시키고 카메라로 스마트 팁(smart tip)마크가 있는 사진을 인식시키면 사진 슬라이드쇼, 동영상 등 다양한 자료도 볼 수 있습니다."

서울에서 출판관련 직장생활을 하던 그는 1990년 부산 중앙동에서 인출연(인쇄출판연구실)을 창업했다. 부산에는 서울에 비해 기획과 제작을 맡을 인쇄업체가 없고, 사보를 만드는 회사도 없다는 것에 착안했다. 그는 월간 〈이상건축〉 창간과 현대중전기 사보, 동아대부속병원 사보 등을 발간하며 회사를 성장시켰다. 이와 함께 인쇄인을 위한 신문 발간부터 부산에 상주하는 인쇄관련 업체(종이, 지업사, 활판인쇄, 마스터인쇄) 등을 분류·조사한 인쇄 잡지발행 등 지역 인쇄업자의 유대강화에 힘을 썼다.

"인출연 주최로 인쇄인들의 체육대회 개최 등 인쇄인들의 화합과 친목은 물론 공생관계, 신뢰감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인쇄인들이 몰라서 겪는 법적인 소송과 손쉬운 배상청구에 관한 정보제공과 상담도 했지요."

인출연은 출판, 잡지제작, 인쇄물 제작까지 세 파트로 운영, 직원 16명이 근무했지만 빚이 늘어갔다. 그는 1994년 당시 1억5천만 원의 빚을 청산하기 위해 출판과 잡지제작 파트를 해체했다. 초량으로 사무실을 이전한 그는 열심히 일했고, 빚을 다 갚을 수 있었다.

"IMF가 오기 1년 전부터 경제사정이 좋지 않겠다는 루머가 돌았어요. 정황들이 설득력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일어날 수 있는 현실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기존에 해오던 가계수표 발행을 중지했고, 덕분에 경영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그 일을 통해 사업을 하는 사람에게 미래 예측 능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됐지요."

그가 인쇄업을 시작할 때는 활판시대였다가 이후 사진 식자로 변화되고, 다시 컴퓨터를 이용해서 배열, 편집, 인쇄하는 것으로 바뀌자, 인쇄업에 종사하던 많은 사람들이 직업을 잃어버리는 것을 목격했다. 사회가 바뀌면 삶의 방식도 바뀌는 것을 체험했다. 많은 변화를 몸소 겪은 그는 미래세상이 어떻게 변할 것인가에 대한 관심이 많다.

"초기에는 조직을 잘 관리하지 못한 리더로서 자질을 반성했고, IMF 때는 리더가 지혜롭게 하면 고비를 넘길 수 있었다는 것을 알았죠. 리더가 다양한 정보를 갖고,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긴 흐름의 세상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습니다."

기존 세상에 새로운 변화가 생긴다면 그것에 맞는 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입장이다. 그는 강연회, 교육 참가, 삼성·LG·현대경제연구소 등에서 발간하는 잡지 구독, 다양한 정보공유 등 리더로서 배움을 놓지 않고 있다.

"뭔가를 창조하고 만든다는 것은 참 재미있는 일입니다. '이건 뭐지, 어디서 만들었지' 등 새로운 것에 대한 관심이 많습니다. 새로운 아이디어에 관한 생각이나, 기존 경험을 바탕으로 디자인하고 재미있게 시도해보자는 생각들로 가득합니다."

타블렛PC용 기업홍보앱 솔루션 개발 등 기술력을 갖춘 그의 회사는 스마트 AR개발, 앱북 레인보우 부산이 부산콘텐츠 어워즈 모바일부문 금상을 수상했고, 여행에세이 〈포구를 걷다〉가 세종도서·부산문화재단 우수도서로 선정되는 등 여러 성과를 거뒀다.

"좋은 디자인은 디자인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게 하는 것입니다. 디자인만 요란하게 하기보다 숨기면서도 드러나게 하는 것, 표 나지 않게 하는 것이 좋은 디자인입니다. 설명하지 않아도 '이건 의자다, 이건 냉장고다' 등 사람이 갖고 있는 경험적인 토대위에서 사물이 그려져야 합니다."

대학 선배였던 금정교당 김규태 교도의 안내로 입교한 그는 금정교당 각종 행사 사진을 맡아서 찍어주고 있다. 이웃교당의 각종 인쇄물, 디자인 등에 관한 문의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또한 교당에 다니고부터 그와 가족만을 위한 기도에서 거래처 사장과 직원 등 주변 사람을 위한 기도까지 하고 있다.

창의력이 요구되는 시대. 창의력 교육에 대한 그의 의견을 밝혔다. "교육을 시키기보다 스스로 찾아갈 수 있는 환경을 먼저 조성해줘야 합니다. 창의적 생각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방임적이면서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기초적인 상황과 용어 정도만 가르쳐 주고, 그 외에 것은 학생이 생각하고 판단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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