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마음훈련원 개원기념
도올 선생 특별초청강연회

▲ 특별강연하는 도올 김용옥 한신대 석좌교수.
도올, 영산에 가다

도올 김용옥 선생(한신대 석좌교수)이 영산성지 국제마음훈련원을 찾았다.

그는 청중들로 가득 메운 선실 강단에 올라 원불교와의 인연을 소개했다. "(원로교무들을 바라보며) 내가 뭐라고 저 힘든 몸을 이끌고 여기까지 오실까, 눈물이 났다"며 "내가 몇 해 전, 영모묘원 자연장에 이름을 붙였는데 '식운릉(息韵陵)'이라 지었다. 그런데 지어놓고 보니 그게 내 마음속에 항상 걸려 있다"고 말을 꺼냈다. 이어 그는 "일생을 공도사업에 헌신하다 열반한 교무님들이 묻힌 그곳에 글자 석 자를 새겼으니, 혹여 내가 잘못하여 그 선진들의 이름을 더럽히면 무슨 꼴인가? 식운릉을 생각하면 그야말로 죽는 날까지 우리 교무님들처럼 고결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 마음으로 여기까지 왔다"며 교단과 깊은 인연을 드러냈다.

도올 선생은 식운릉(표지석은 원기99년 5월 완성) 시비에 '영원히 창조적인 천지은의 기운 속에 쉼으로써 후세의 번영을 기약한다'는 뜻을 담았다. 특히 '식(息)'은 휴식한다 또는 번창한다는 상반된 뜻을 품고 있어 근본을 존중함으로써 말초까지 다 번식케 한다는 의미를 담아 원불교의 교운 융창을 기원했다. 한편 도올 선생은 원광대학교에서 한의학을 전공하고 석좌교수로도 재직한 바 있다.

이어 그는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과 미래시대 종교의 역할에 대해 피력했다. 17일 이날 강연장에는 영광교구 재가출가 교도, 영산선학대학교 예비교무, 영광군민, 기타 전국 교도 500여 명이 모였다. 정해진 강연 주제는 없었다.

그가 학문을 하는 이유

충남 천안 출신인 그는 어릴 적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 학문에 뜻을 두고 유학길에 올랐다. 우리나라 학문의 99%가 한문으로 되어 있음을 알고, 중국철학을 배우기 위해 13년 동안 대만·일본·미국 등에서 유학생활을 했다. 귀국 후 고려대학교에서 교편을 잡았으나 그는 방송이란 매체를 통해 학문을 전달하고픈 꿈을 꿨다. 하지만 국내 방송계는 이를 허락지 않았다. 그때 그를 알아본 것은 EBS 방송사였다. 그는 1999년 12월부터 2000년 2월까지 밀레니엄 특강 '노자와 21세기'를 강의해 방송 강의문화의 새로운 장을 연 바 있다. 이후 EBS는 2011년에 다시 한 번 도올 김용옥의 중용을 방영했다.

그는 당시 이러한 국내 방송계의 현실을 회고하며 "노자 강의는 어렵다고 하는 방송계와는 달리 방송이 나간 후, 길거리에서 떡을 파는 할머니들도 나를 알아보고 반갑게 인사했다"며 "우리나라의 지식이란 것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 영어, 수학을 잘한다고 해서 지식인가. 지식이란 인간이 살아가는 데 뭔가 의미를 만들어 내고 그 생각을 교환해 낼 줄 아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즉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만드는 것이 지식이다"고 일침을 놓았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JTBC '차이나는 도올'은 또 한 번의 도전이었고 해당 방송사의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그가 이번 '차이나는 도올'을 통해 국가 주석인 시진핑과 중국의 역사를 부처님 손바닥에 올려놓고 들여다보듯 강의한 것은 그 이면에 다른 의도가 있었다. "중국문명만 대단한 것이 아니라 한국의 역사도 바로 알면 우리가 얼마나 대단한 민족인가를 깨닫게 된다. 조상들의 그 기개를 젊은 청년들에게 가르쳐주고 싶었다"고 이날 밝혔다.

그가 안타까워하는 것은 고대부터 현대까지 한국의 역사는 전부 일본에 의해 쓰여 우리는 식민지 역사를 배웠다는 것이다. 때문에 한국의 역사는 갈등과 분열의 역사이지, 서로 화합하고 자립하는 역사가 아니었다고 짚었다. 이 시대 석학이라 부를 만큼 많은 학문을 섭렵한 그는 이날 "내가 스승에게 배웠듯이 나의 학문은 이 시대 젊은이들에게 바른 역사의식을 일깨우고 우리 민족의 우수성을 발견하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바람이 있다면 남북통일을 이루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원불교 과제, 인재양성과 사회 재건

그는 강연을 하기 전 삼밭재에 올라 소태산 대종사를 떠올렸다. 한국 근현대에 수많은 신종교가 출현했고, 선각자가 나왔지만 소태산의 위대한 점은 개교표어로써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고 외친 점이라 했다.

당시 어려웠던 시대상황을 놓고 보면 물질개벽을 예언했다는 것 자체가 매우 놀라운 일이라는 게 그의 단언이다. "소태산은 일찍이 물질개벽 시대를 간파하고 정신개벽을 이루자고 했다. 요즘 '옥시' 사건만 보더라도 물질개벽이 인간의 정신을 얼마나 망가지게 하는지 실감하게 된다. 물질이 모든 것을 망가뜨려 놓고 있다. 정신을 개벽해야 한다. 이러한 시대를 과거 100년 전에 간파했다는 것이 매우 놀라운 일이다"며 그는 소태산의 위대한 점을 이같이 꼽았다. 또한 "소태산은 우주 삼라만상에 대해 하나에서 열까지 의심을 발해 5년 동안 삼밭재에 올라 기도를 올렸다. 그러한 구도열정이 있었기에 어느 날 아침, 홀연히 대각을 이뤘다"며 "내 인생을 돌아봐도 깨달음의 순간은 종종 있어 왔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은 대각하면 그것을 떠벌리고 다닌다. 그런데 소태산은 달랐다. 자기가 태어난 곳에서 대각을 이루고, 이웃사람들을 제자로 삼아 함께 사회 재건에 나섰다. 이러한 선각자는 인류 종교사에서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당시의 시대 상황과 소태산의 대각 후 행적을 드러내며 원불교가 다시 살려내야 할 정신에 대해 언급했다. "소태산은 대각한 바를 실천으로 보였다. 정관평 방언공사, 저축조합, 공동체 생활이 그렇다. 원불교의 정신은 교리 이전에 인간의 삶이 앞서있다. 어떻게 살 것인가. 어떻게 힘을 합쳐 지금 여기서 낙원을 이룰 것인가를 고민하는 종교다. 때문에 원불교와 불교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불교는 해탈을, 기독교는 부활을 강조했지만 원불교는 철저하게 현실을 긍정했다"면서 원불교가 지향하는 바는 우리가 처한 현실을 도덕적으로 바르게 재건해 나가는 노력이라고 주문했다.

덧붙여 교단에 대한 우려의 말도 전했다. 그는 "우리 사회를 재건하려면 삶에 대해 명확한 의식을 가져야 한다. 기성종교처럼 신도수를 확보하여 조직을 키우려고 하는 모습이 보여 조금 우려되는 바가 있다. 조금 더 치열하게 사회적 반성을 하는 리더십을 가져야 한다. 이 땅에 사는 우리가 떳떳한 주인으로 살아갈 수 있게 사회 재건에 앞장서 달라"고 부탁했다.
▲ 국제마음훈련원이 원불교 100주년 및 훈련원 개원을 기념해 도올 김용옥 선생을 초청해 특별강연회를 열었다. 도올은 교단에 인재양성과 사회 재건을 요청했다.
다음은 청중의 질의에 대한 응답이다.

- 이슬람교의 미래가 궁금하다

"이슬람의 미래를 우리가 걱정할 필요는 없다. 다만 원불교가 우리 역사를 어떻게 인식하고 어떠한 길로 인도하느냐에 따라 세계 종교의 운명이 결정된다는 자부심을 가져라. 원불교는 기성종교가 아닌 21세기를 이끌 새로운 종교다. 안타까운 것은 인재를 못 키운 것이다. 앞으로 원불교는 인재양성 교육에 비상한 관심과 투자를 쏟아내야 한다."

- 아이를 강하게 키우는 방법 알려달라.

"어머니가 훌륭한 정신을 가지고 살면 아이가 따른다. 나는 저녁에 어머니 한 번 생각하고 눈물 한 번 흘리고 잔다. 어머니의 모습은 나에게 있어 천군천마보다 더한 존재다. 어머니가 바른 정신을 가지면 그 아들은 바르게 자라기 마련이다."

2시간 가까운 그의 강연에서 청중들은 가뭄에 단비를 맞듯 시원함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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