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정책연구소 세미나
서울대학교 성해영 교수

원불교정책연구소가 27일 9차 혁신세미나를 개최했다. 교정원 기획실, 원광대학교 종교문제연구소, 원불교정책연구소가 공동 주최한 이번 세미나는 '미래시대와 원불교 2세기 비전'이란 주제로 원불교 중앙총부 법은관 2층 대회실에서 진행됐다.

주제발표는 김도훈 산업연구원장이 '미래시대의 전망과 원불교 비전', 서울대학교 성해영 인문학연구원 교수가 '미래시대의 종교 정체성', 원광디지털대학교 이건종 교무의 '미래시대의 원불교 교화전략' 순으로 이뤄졌다. 특히 서울대학교 성해영 인문학연구원 교수는 '앞으로 다가오는 미래 시대의 종교 정체성'에서 "제도화된 종교와 개인의 종교성 사이의 간극은 앞으로 더욱 가속화되리라 전망한다"며 "사람들은 점점 '제도 종교 바깥에서(not religious)' 보이지 않는 차원과의 관계를 재설정하고 이를 통해 존재의 온전성을 회복하려는 개인들의 '영적인(spiritual)' 노력 역시 활발해질 것이다"고 예측했다.

중세시대와 같은 제도화된 종교가 시대가 점점 발전할수록 그 위치를 잃고, 이에 얽매이지 않고 순수하게 '영성'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게 된다는 것이다. 발표주제 부제목인 '종교를 넘어선 종교'와 '세속적 신비주의'도 이런 의미에서 제시한 표현이다.

성 교수는 "현대는 소수 공동체를 제외하고, 종교의 독점적 권한이 축소된 시기다"며 사회의 급격한 변화로 인한 종교적 위상이 변화되고 있음을 언급했다.

먼저 현대인들의 합리성 수준이 높아지고 교육, 정치, 경계 등의 분야가 종교의 영향력을 벗어나게 된 현상, 과학적 세계관으로 세계를 이해하며, 인간의 행동을 규율했던 종교적 세계관을 급격히 대처해 온 점들이다. 또한 정치적 자유와 권리 개념의 이해가 커져왔고, 사회복지 제도의 도입은 경제적 평등의 개념을 확산시켜 종교가 전통적으로 누려왔던 영향력을 상실하게 만든 원인들이 돼 과거와 같은 구속력을 행사하지 못하게 됐다는 것이다.

성 교수는 "이러한 과정에서 제도화된 종교 속에서만 구현될 수 있었던 종교적 열망, 즉 인간의 종교성이 자연스럽게 조직화된 종교와 분리되기 시작했다"며 "원래 종교와 불가분의 관계였던 '영성' 혹은 '영적인'이라는 단어가 종교의 테두리 밖에서 구현되는 종교적 태도와 열망을 지칭하는 용어로 자리잡게 된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신비주의' 개념이 원래 종교 안에서 사용된 것이었지만, 무신론자들인 일반사람들의 '신비적 합일 체험'이 점차 확산되면서 '종교적 신비주의'에 대비되는 의미의 '세속적 신비주의'란 의미를 설명했다.

또한 제도화된 종교 바깥에서 영적인 갈망을 추구하는 움직임이 현대 들어 본격적으로 등장했으며, 이런 욕구는 '종교적'이라는 단어가 아닌 '영적'이라는 개념으로 접근된다. 특히 미국은 영적인 추구가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는 대표적 장소이며, 영적인 갈망은 물질적이며 개인적인 차원을 넘어선 초월적 진리를 개인의 내면에서 발견하고자 하는 시도로 구현되고 있다고 역설했다.

성 교수는 "이제 종교는 종교 아닌 것들과의 관계를 재정립해야 한다"며 "영성이 제도 종교와 분리되며, 신비주의가 세속적 맥락에서 발현되는 상황에서 종교와 종교성의 의미는 새롭게 이야기되어야 하기 때문이다"고 언급했다. 현대 사회에서는 반드시 전통적인 제도나 조직의 종교를 통하지 않더라도 본연의 종교성은 구현될 수 있는 시대를 맞았기 때문이다. 그는 "하지만 확장된 개인의 권리와 주체성이 종교 영역의 보다 자유로운 자아실현으로 이어질 수도 있지만, 파편화된 개인주의가 야기할 위험성 역시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며 "개인주의적 영성 추구가 이기적인 이익 추구로 귀결될 경우 문제를 사회 구조적 차원에서 인식하고 해결하는 능력 역시 훼손될 수 있다"고 발생할 문제점도 지적했다. 개인적 영성 추구가 자칫 이타적 의미가 아닌 이기적 의미로 변질될 경우 야기되는 사회적 문제 또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끝으로 성 교수는 "기존 종교가 점차 확산되는 개인 영성 추구활동을 수용할 것인가 여부와는 무관하게 변화는 불가피하다"며 "이러한 현상을 관심 있게 지켜보면서 변화 흐름을 계속 연구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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