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민중항쟁 기념학술대회
역사의 정치화, 비판적 성찰

▲ 매년 열리는 5.18민중항쟁 기념학술대회는 우리 삶의 현장에서 5.18민주화정신이 살아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연구를 하고 있다.
5.18민중항쟁 제36주년 기념학술대회가 13일 전남대학교 용지관에서 '5.18과 역사를 둘러싼 정치' 주제로 개최됐다. 5.18기념재단과 전남대학교 5.18연구소가 공동주최한 이번 학술대회는 1980년 5.18민주화운동의 정신을 계승발전시키기 위한 학술연구로 매년 정례적으로 열어왔다.

5.18기념재단 차명석 이사장은 개회사에서 "5.18민중항쟁이 올해로 36년을 맞았는데, 바쁜 일상속에 단순한 기념식과 박물관 관람만 이뤄지는 게 아닌지 염려스럽다"며 "우리 삶의 현장에서 5.18민중항쟁 정신이 살아 숨 쉴 수 있도록 그 정신을 잘 계승하기 위해서는 학술 연구가 선행될 수 밖에 없다"고 기념학술대회 취지를 설명했다.

전남대학교 5.18연구소 박해광 소장도 환영사에서 "'5.18과 역사를 둘러싼 정치'라는 주제로 개최하게 된 이유는 일부 보수세력에 의한 5.18 왜곡과 폄훼가 해마다 정도를 더해가며, 이런 행위는 모두 역사를 정치화하려는 시도다"며 "이러한 '역사왜곡'으로 현실화되고 있는 역사의 정치화를 5.18민중항쟁 및 한국 근현대사와 관련해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 비판적으로 성찰하기 위해서다"고 주제를 설명했다.

'5.18민주화운동 왜곡의 심화: 분석과 대안'을 발표한 전남대학교 5.18연구소 오승용 교수는 "5.18민주화운동 왜곡은 5.18항쟁에 대한 강경진압을 통해 권력을 장악한 신군부 세력을 중심으로, 1980년 당시 이러한 왜곡된 담론을 유통한 언론이 사회적 기원이 된다"며 "신군부와 언론은 5.18민주화운동을 '광주사태' 혹은 '광주폭동'으로 국민들에게 기억되도록 만들었다"고 왜곡 역사를 소개했다. 이러한 사회적 왜곡은 보수세력의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조직적이고 치밀하게 이뤄지다가, 노태우 정권 몰락 이후 언론이나 보수적 시민사회 논객 등이 중심이 되어 5.18항쟁에 대한 왜곡을 주도했다. 5.18특별법 위헌 논란, 전두환 정권 정통성 옹호, 간첩침투 등 5.18항쟁에 대한 색깔론 제기 등이 대표적이다.

민족문제연구소 이준식 연구위원은 '보수정권 이후 한국 근·현대사 왜곡의 실태와 분석'을 통해 "유신체제 아래 박정희 정권이 중·고등학교 국사교과서를 국정으로 바꾼데서 단적으로 드러났듯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역사에도 손을 댄 것처럼 박정희 정권의 계승자인 이명박 정권과 박근혜 정권도 집권 8년 동안 거세게 근·현대사 왜곡을 몰아붙였다"며 "이러한 보수정권의 근·현대사 왜곡 시도는 유신체제에서 부마행쟁으로 상징되는 민중의 저항으로, 또 역사교과서 국정화로 상징되는 박근혜정권은 이번 4.13 총선을 통해 준엄한 심판을 받았다"고 말했다.

전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김재윤 교수는 '5.18민주화운동 부인죄 도입의 필요성과 헌법적 정당성'을 통해 "최근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일부 극우논객과 종합편성채널,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 등을 중심으로 5.18민주화운동을 부인, 왜곡, 날조하는 일들은 헌법상 기본권으로 보장된 표현의 자유의 한계를 넘어선 것이다"며 "아우슈비츠 거짓말을 형사처벌하는 독일형법 제130조 제3항과 같은 형사처벌 규정이 없는 상황에서 5.18민주화운동을 부인, 왜곡, 날조하는 행위를 형사처벌하는 규정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독일형법 제130조 제3항은 '국가사회주의(나치) 지배 하에서 범하여진 국제형법 제6조 제1항에서 규정된 종류의 행위를 공공의 평온을 교란하기에 적합한 방법으로 공연히 또는 집회에서 찬양, 부인, 경시한 자는 5년 이하의 자유형 또는 벌금형에 처한다'고 규정함으로써 5.18민주화운동과 같은 역사적 사실을 부인함으로써 이른바 '아우슈비츠 거짓말' 내지 '홀로코스트 부인'을 금하고 있다. 이처럼 5.18민주화운동에 대해 왜곡하거나 정치에 악용하는 사례를 없애기 위해서는 '5.18민주화운동 부인죄'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정근식 교수의 '임을 위한 행진곡의 세계화: 홍콩, 대만, 중국을 중심으로' 발표는 5.18민주화 정신의 세계화라는 고무적 인상을 주었다.

정 교수는 "'임을 위한 행진곡'의 곡이 홍콩기독학생회의 '사랑의 증언', 대만의 '노동자전가', 중국의 '노동자찬가'로 오래전부터 불러졌다"며 "특정 노래가 국제화되거나 세계화된다는 것은 소통과 공감능력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캄보디아에서는 강제 퇴거에 반대하는 주민운동의 노래로, 태국에서는 노동자 밴드가 '연대'라는 노래를,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에서도 불려진 사실을 밝혔다.

정 교수는 "임을 위한 행진곡은 역사적으로 동아시아를 중심해 세계적으로 널리 불려지며 해당 사회의 발전에 기여해 왔다"며 "이는 단순한 노래 하나가 아니라 일종의 커다란 문화적 텍스트이자 사회적 쟁점이기 때문에, 다양한 관점의 연구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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