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 만나 출세…"보림함축 해야죠"
영주와 청정주 통해 얻은 기도체험 전해
힘든 고비일수록 삶 긍정적으로 바라봐야

그의 집에 들어섰을 때 아직 정리되지 않은 이삿짐이 베란다 한편에 자리하고 있었다. 분당에서 전날 인천으로 이사 온 탓에 손봐야 할 곳도 많은데, 이왕 들어선 손님이니 시원한 주스 한 잔을 건넨다.

그리고 그가 말했다. "인천교당이 여기서 도보로 20분 거리예요. 짐 정리 마치고 일주일쯤 쉬었다가 새벽기도에 나가려고요." 조석으로 기도하며 말년 수양에 정진하고자 교당 근처에 집을 얻었다는 인천교당 성산 이성규(72·聖山 李性圭) 교도. 일찍이 법강항마위에 올랐지만 이번 생의 목표인 대호법에 도달하기 위해서 그는 마지막 질주를 준비 중이다. 지난해 7월 목재사업을 정리한 것도 여기에 있다.

"저는 원불교 만나서 출세했거든요. 다혈질에 대인기피, 부정적 삶을 살다가 매일 법문을 읽고 기도하면서 삶이 달라졌어요. 사업하면서도 기도의 위력으로 어려운 고비를 많이 넘겼죠. 그러다 보니 때론 자만심이 생기더라고요. 다시 적공에 들어가야죠. 저는 한 번 기도를 시작하면 생사결단 낸다는 마음으로 임하거든요. 아무리 춥고 덥고 배고프더라도 수행을 멈추면 안 됩니다."

다부진 그의 각오는 오래 전 10년 기도적공이 바탕이 됐다. 58세에서 68세까지 하루도 거르지 않고 기도했던 그는 기도의 위력을 통해 IMF 경제위기도 원만히 넘기고, 어려운 고비마다 불가사의한 일들로 사업을 잘 풀어왔다. 이제는 물욕을 다 놓고 깊은 수양에 들어가겠다는 그가 기도를 통해 얻은 체험담을 전했다.

아내를 통해 결혼 후 뒤늦게 원불교를 만난 그는 입교 후 정타원 이정은 교무의 권유로 조석으로 영주를 50번씩 외기 시작했다. 주송을 하면 오롯한 일심이 된다는 그는 2년 동안 영주 6만 번을 외울 정도로 적공했다. 또한 해외출장 가는 비행기 안에서도 법문을 읽을 정도로 틈만 나면 대산종사법문을 읽고 또 읽었다.
그런데 당시 목재 사업을 함께 시작했던 동업자와의 갈등이 깊어져 헤어졌지만, 계속되는 상대의 모함에 원망심이 깊어갔다. "당시에 아무리 참으려고 해도 화가 누그러지지 않더라고요. 그러다 결판을 낸다고 그를 만나러 가는 길에 우연히 교전에서 <대종경> 인도품 18장 법문을 보게 됐어요." '증애에 끌리지 않고 원만한 마음을 가지는 법'이란 법문이었다. 운명처럼 그 법문을 받들고 순간 그는 원망심을 모두 놓아버렸다.

이후 그의 사업은 일취월장했다. 말레이시아 현지에서 목재를 사는 일, 국내에 들어와 목재를 판매하는 일들이 불가사의하다 할 정도로 순탄하게 이뤄졌다. 그래서 부인의 뜻을 따라 교단에 목재를 희사할 곳이 있으면 두 마음 없이 바쳤다. 혹 과분한 희사를 권유받을 때는 좋은 목재가 들어와 순식간에 돈이 모이기도 했다. "모두 기도의 위력이 아닌가 싶어요. 바라는 마음 없이 그냥 주고 싶은 마음이 들거든요. 그렇게 희사한 곳이 여럿이죠. 무엇보다 부인이 좋아하는 일이니까, 당연히 해야죠."

해외에서 목재를 수입해 오는 일을 하다 보니 위험한 상황에 부딪히는 일은 부지기수다. 지금의 불편한 오른쪽 다리도 생명에 위협을 느낀 교통사고를 겪은 후부터다. 하지만 그 순간에도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태도가 매번 고비를 넘기는 힘이 됐다.

한번은 청정주의 위력을 받았던 체험도 있었다. 원기83년 4월 어느 날, 그는 인도네시아에 목재를 구하러 떠났다. 당시 인도네시아에는 폭동으로 도시 전체가 폐허가 될 정도로 검은 연기로 자욱했다. 마치 전쟁을 방불케 할 만큼 서로 방화를 일삼는 현장이었지만 그는 너무도 태연하게 택시를 타고 공항에서 호텔까지 그 전쟁터를 뚫고 도착했다. 옆에 앉은 직원은 눈앞에 펼쳐진 폭동현장을 보며 사시나무 떨 듯 떨었다. 하지만 그는 가는 내내 청정주에 일심을 모았다. 아마도 그 위력이 아니었나 싶다며 돌아보면 자신도 놀라울 정도라 한다.

"생사를 오가는 현장에서 저는 매번 기도의 위력을 확인합니다. 영주와 청정주를 외울 때는 오롯한 일념으로 합니다. 그렇지 않고 건성으로 하면 백년을 해도 소용이 없어요. 그리고 부정적 생각을 할 필요가 없어요.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안 될 일도 풀리더라고요. 그리고 인과를 철저히 믿어야 해요. 그러면 감수불복하게 되고 모든 원망이 사라집니다."

그래서인지 그는 원불교100주년기념대회에서 경산종법사의 영주(靈呪) 법문이 지금까지도 가슴을 울린다고 한다. '천지영기 아심정/ 만사여의 아심통/ 천지여아 동일체/ 아여천지 동심정' 이 영주 법문으로 교단 2세기에는 전 생령이 하나 돼야 한다는 염원을 간절히 전했다.

그는 마음공부도 목재 다루는 일과 같다며 "마음이 진실하면 상대가 나를 믿게 됩니다. 상대와 하나가 되면 내가 원하는 바를 100% 얻게 됩니다. 절대 내 뜻에 맞지 않다고 해서 화내거나 욕심내지 마세요. 내 생명을 좌지우지 하는 것은 사은입니다. 오직 자리이타로 나가야 합니다."

최근 그는 새벽기도를 시작했다. 오롯한 그의 기도정성이 또 어떠한 기쁨을 안길지 사뭇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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