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불교100주년기념대회의 열린마당은 해원·상생·치유·화합의 특별천도재로 진행됐다. 천도재 의식 전반을 이끈 독경단이 불단에 오르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원불교100주년기념대회의 열린마당은 대한민국 근·현대 100년 해원·상생·치유·화합의 특별천도재로 진행됐다. 원불교가 걸어온 100년의 발자취가 과거 한국사회가 걸어온 100년과 다르지 않아서다. 많은 기대 속에서 치러진 특별천도재는 교단 내외로 화제가 됐고 평가도 좋았다. 솥 형상의 무대와 200명의 독경단, 희생영령들의 유족, 진혼굿과 오케스트라 등 새롭게 시도된 콘텐츠들이 천도의식과 잘 조화를 이뤘다. 하지만 교단은 대사회교화의 촉매제 역할을 해준 특별천도재의 속살을 낱낱이 들여다보지 못했다.

이에 4월25일 서울광장을 둥근 빛으로 떠오르게 했던 특별천도재가 남긴 대사회적 메시지와 새롭게 생성된 콘텐츠를 교화현장에 어떻게 접목시킬 것인지 그 방법을 살펴본다.

종교적 기능, 의식콘텐츠로 사회통합

원불교 100년, 대한민국 근·현대 100년 해원·상생·치유·화합의 특별천도재(이하 4.25 특별천도재)는 교단이 일심·적공으로 올린 사회통합의 한마당이었다. 원불교 100년의 기쁨을 자축하기에 앞서 종교의 울을 넘어 시대의 아픔을 치유하겠다는 뜻은 생활종교, 열린 종교로서의 면모를 다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한민국 발전의 초석이 됐던 일제강점기 희생영령, 한국전쟁 희생영령, 산업화 희생영령, 민주화 희생영령, 재난재해 희생영령들의 넋을 위로한 것은 어느 종교에서도 보지 못한 거룩한 종교의식이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천도 대상에 대한 일대전환이다. 종교가 가진 제사장의 기능은 과거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종교 존립의 중요한 맥이었다. 이는 영가 천도뿐 아니라 산 자에 대한 기복 신앙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4.25 특별천도재는 다섯 유형의 영가들에 대한 넋을 위로하는 동시에 철저히 사회통합으로 가는 길을 제시했다. 이는 원불교 은(恩)사상이 천도의식 속에 그대로 녹여진 것으로 보인다. 우주만유와 허공법계를 통해 희생영령을 위로하고 과거사를 통해 빚어진 우리사회 갈등과 반목을 넘어 상생과 화합으로 맺어가자는 뜻이 담겨있다.

4.25 특별천도재를 기획한 원불교100년성업회 정상덕 사무총장은 "현장에 있는 교무들이 답을 주었다. 3년 전 어느 교무가 '원불교 100주년을 당해 대사회불공을 해야 한다'며 교당이 있는 지역마다 억울하게 죽은 영가들을 위한 특별천도재를 모셔야 한다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이를 확장시켜 한국사회 100년의 아픔을 치유하고 사회통합의 메시지를 담은 것은 원불교 천도의식이 새롭게 정립되는 데 일대 전환의 계기가 됐다.

양제우 교화훈련부장은 "원불교 100년을 기해 자축의 역사는 끝났다"고 말했다. 이제는 우리의 의식교화콘텐츠를 수준 높게, 시대 코드에 맞게 개발하여 대사회적 불공으로 확산시켜 나가야 한다. 4.25 특별천도재가 그 가능성을 증명한 셈이다.

자신 천도로 사회 아픔 치유

구체적으로 4.25 특별천도재에서 생성된 의식교화콘텐츠와 활용방안에 대해 살펴보자. 첫 번째로 꼽을 수 있는 것은 천도독경단이다. 원100성업회의 독경단 모집 광고가 나가자 한 달 만에 재가출가 교도 200명이 모였다. 이들은 2차례의 독경훈련을 통해 특별천도재 무대에 올랐다. 다양한 참여 동기가 있겠지만 종교적 사회 치유에 대한 책임감이 오랫동안 자리해 온 것으로 짐작된다. 광주교당 유덕정 교도회장은 "5.18민주화운동, 천안함 참사, 세월호 참사 등을 지켜보며 누군가 이들의 넋을 위로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 늘 있었다. 그런데 원불교가 한다고 하니 뒤도 안 돌아보고 독경단을 신청했다. 누구보다 일천정성으로 재에 임했기 때문에 여한이 없다"고 참여소득을 전했다.

4.25 특별천도재에서 영상에 비친 독경단들은 치유와 환희의 눈물을 보이곤 했다. 거기에는 독경단원들이 개벽기도와 함께 1월22일부터 100일간의 천도정성을 들여왔기 때문이라 여겨진다.
▲ 특별천도재 마지막에는 재가출가 교도, 시민들이 다함께 영주로 일체생령과 하나되는 주문을 외웠다.
일심다류, 자력독경 훈련해야

독경단 및 무대 총연출을 맡은 김동원 교수(원광디지털대학교)는 "독경단은 우리 교단의 좋은 콘텐츠다. 이를 잘 훈련하면 우리만의 독경문화가 생성될 수 있다"며 일심다류(一心多流)의 수행법을 주장했다. 그는 "진정한 독경은 저마다 자력독경을 하는 것이다. 통일운곡을 만들면 독경하는 행위가 습관화되고, 뜻이 살아나지 않는 타력독경이 된다. 각자의 톤과 호흡에 따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교단에 독경훈련 프로그램과 독경연구회가 발족되기를 염원했다. 또한 그는 "사람마다 몸과 마음의 그릇이 달라서 통일된 운곡에 맞출 수는 없지만 대중이 독경의 뜻을 전달받을 수 있게 정확한 발음을 내는 훈련을 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는 교무·교도훈련에서 또는 교당에서 독경대회를 통해 충분히 단련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실제로 부산진교당은 작년부터 교도들에게 독경대회를 열어 교화 효과를 보고 있다. 일원상서원문&반야심경, 영주&청정주, 참회문&금강경을 각각 택일하여 단별대항을 시켰다. 그 결과, 독경으로 단원 간 화합도 이루고 출석률도 높아졌다. 부산진교당 최덕화 교무는 "독경대회를 통해 88세 할머니가 참회문을 외웠다"며 "전 교도가 참여하는 대회이기 때문에 통일 운곡은 맞지 않다. 평가 기준은 얼마나 많은 단원들이 참여해 다함께 음을 맞춰 가는가에 초점을 두었다"고 말했다. 그는 신앙심 고취, 수행 적공, 화합 측면에서 충분히 권장할 만한 교화콘텐츠라고 말했다.

천도재, 오랜 적공과 실천 중요

4.25 특별천도재는 보통 3월13일부터 49일간 매주 각 교당 일요예회에서 진행됐지만, 개벽기도와 동시에 100일간 천도정성을 모은 교당들도 꽤 있었다. 그 중 구로교당은 새벽마다 개벽기도와 함께 100일간 특별천도재를 올렸다. 그러다 보니 개벽기도에 나온 교도들도 천도재에 동참하여 거룩한 자신성업봉찬이 됐다. 구로교당 장명주 교무는 그때를 회고하며 "3재 지낼 때까지 영가들이 억울하다고 하소연을 많이 했다. 그러다 4재 때부터 영가들이 가지런히 앉아 천도독경을 들었다. 한 교도가 영가들이 너무 많아 재비를 더 내겠다는 말에 교무와 교도가 합심하여 재비 천 만원을 올렸다"고 한다. 그때 동참한 교도들은 깊은 감화를 얻어 지금껏 교화를 적극 돕고 있다. 장 교무는 "천도재를 통해 얻은 깊은 수행은 그 파급효과가 오래 간다. 결국 교단 2세기 교화는 오랜 적공과 실천에 답이 있다"고 제안했다.

사회공헌 기부플랫폼 '빅워크'

천도재가 진행되는 100일 동안 시대코드에 맞춰 새롭게 시도한 교화콘텐츠가 있다. 사회공헌 온라인 기부플랫폼 '빅워크'다.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빅워크'를 통해 사회기부에 동참했던 이번 온라인콘텐츠는 교단이 젊은 세대와 일반인들을 폭넓게 참여시키는 방법을 알게 했다. 또한 천도재비 전액 사회환원하겠다는 메시지가 사회적으로 이슈가 돼 화제가 됐다. 첫 사회환원은 5.18민주화운동 유족들에게 전달했다. 이로써 교단이 사회에 아픔에 한 발 더 적극적으로 다가서는 계기가 됐다.

원불교 2세기, 세계화를 꿈꾸는 교단은 이제 대사회실천운동으로 사회재건에 앞장서야 마땅하다.

원불교100주년기념대회는 재가출가 전 교도들의 원력과 정성으로 이뤄낸 거룩한 성업이었다. 기념대회를 통해 교단은 교화 패러다임의 전환과 콘텐츠 양성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이로써 본지는 새롭게 생성된 교화콘텐츠를 점검하고 이를 교화현장에서 어떻게 활용할지, 그 방법을 살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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