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일심 교도/원불교여성회장
교단 역사의 큰 획을 긋는 원불교100주년기념대회의 감동과 환희가 대단원의 막을 내린 지 한달이 지났다. 다시 돌이켜 생각해봐도 원불교 100주년을 함께 했다는 벅찬 행복감과 원불교인으로서의 자긍심을 갖게해 준 일심합력의 큰 기운은 세세생생 잊지 못할 복됨이었다.

지난 10년간 이 날을 위해 재가출가 전교도가 한 마음 한 뜻으로 준비했기에, 한편으로는 이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허탈한 마음도 있다. 우리는 이 날을 위해 얼마나 준비하고 또 준비했던가. 무슨 일이든지 하루아침에 그냥 이루어지는 일은 없다. 100주년 행사는 100년의 적공과 10년의 기도가 꽃피는 감동적인 교화의 장이었으며, 행사 당일 역시 또 다른 1일의 훈련이었다고 할 수 있다. 따가운 햇볕을 그대로 받은 100주년 기념대회 단상의 모든 이들과 모자도 없이 뜨거운 자리지킴을 했던 전국의 합창단과 독경단들 그리고 햇빛 피할 곳 없이 앉았던 전북교구 교도들, 훈련된 교도들의 질서정연한 아름다운 모습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대한민국 근현대 100년 특별 천도재에 모인 해원 상생의 독경단은 얼마나 많은 연습과 훈련으로 우렁차고 장엄한 독경소리가 서울광장을 꽉차게 울릴 수 있었을까. 소태산 대종사의 경성교화 발자취를 따라 걷는 서울 원문화 해설단의 솔선수범하는 열정을 만드는 공력에는 얼마나 많은 수고와 반복된 훈련이 만들어 놓았을까.

100주년기념대회 서울월드컵경기장에 5만명을 세우기 위해 재가출가의 기도와 정성, 그리고 담당한 집행부의 얼마나 큰 노고와 훈련이 있었을까.

5만명이 넘는 인원과 버스 850대, 500여대의 승합차 승용차의 주차와 하차를 일사분란하게, 질서정연하게 안내하고 따르는 모습을 보면서 기념대회장은 우리가 받아왔던 상시 훈련의 장이었다. 같이 왔던 비교도는 기다림과 남을 먼저 배려하는 원불교인들의 모습에서 참 종교인의 자세를, 원불교 행사의 성숙함에 감동을 받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훈련이란 모르던 것을 알아가는 것이 아니라 '아는 것을 실행하는 것'이며 혼자 하는 훈련보다 대중이 함께 훈련을 받으면 모르는 사이에 큰 힘을 얻는다고 했다.

경산종법사가 "5만명이 넘는 대중이 모였지만 어떤 교통 혼잡도 쓰레기도 남지 않은 질서 정연한 모습은 교도들의 적공과 정성의 힘이다"라고 했듯이 미흡함과 실수가 없지는 않았지만 큰 행사를 치루면서 질서를 유지하고 어떤 사고도 없이 진행된 것은 훈련으로 기질 수양과 심성 수양으로 다져진 교도들의 힘이다.

또한 이번 100주년기념대회를 참석하기 위해 모인 세계 각 국에서 모인 법동지들 중에는 세계 속에 원불교를 알려 주었고 또한 해외 여러 지역에서 다양한 NGO 활동에 헌신하고 있는 단체와 관계자들 초청이 있어 그 의미가 더욱 남달랐다.

특히 KBS 아침마당 화요초대석에 초청된 김혜심 교무의 활동과 현지 아이들의 전통춤 공연, 에이즈 환자 쉼터에서의 역할은 일반인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었다. 또한 운현궁에서 열린 '한울안의 날' 행사에서는 한울안의 해외 5개 지부와 기념대회를 방문한 외빈들과 국내 한울안 식구들이 흥겨운 한국 문화 행사를 열었다. 특히 존슨 무다마 상원의원을 비롯한 국회의원 등 8명이 초청된 한울안 운동 케냐 지부는 케냐교당, 어린이집, 여성 센터 등의 건립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시작됐다. 십시일반(十匙一飯)의 뜻을 더욱 넓힌 '만시일반(萬匙一飯)'이라는 새로운 구호 아래 한울안 정신은 더욱 뻗어나갈 것이다.

이제 100주년의 생일잔치는 끝났다. 그러나 일원세계를 만들어가는 우리들의 훈련이 끝난 건 아니다.

스스로 만족해하고 감사의 축배를 들었지만 사회와 타 종교에서 우리의 100주년을 어떻게 보았는지는 앞으로 두고 살펴 볼 일이다. 평가는 다음 행사의 거울임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질적으로 우수하고 성숙한 교도들이 되는 건 거대한 일이 아니라 우리가 배운 것 작은 일 하나부터 챙기고 바르게 행동하는 것이다.

100주년 행사를 빛낸 것은 무엇보다 노랑 파랑 분홍 남색 흰색 모자의 응집력과 질서가 만들어낸 원불교인들의 위대한 힘이었다. 이 세상에서 그 숫자는 여전히 크지 않지만 우리는 이번 행사를 통해 우리의 훈련법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을 보았을 것이다.

이제 우리에게는 100주년기념대회의 감동을 새롭게 승화시켜가야 할 사명과 책임이 부여되어있다. 다시 각자의 일터에서 정진과 열정을 가지고 희망의 역사를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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