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서 저술로 읽는 교사〉

▲ 선원일지의 표지와 내용.
소태산 대종사의 언행록이 〈대종경〉에는 선원(禪院)에서 베푼 법설이 다수 수록되어 있다. 교단의 체계를 갖추면서 선원을 설치하고 하선(夏禪)과 동선(冬禪)으로 부르던 정기훈련을 실시하여 공부풍토를 조성하여 지도자를 길러내는 가운데 이루어진 것이다.

교단에 정기훈련이 시작된 것은 창립총회를 마친 원기9년(1924) 음력 5월 전북 진안 만덕산의 초선(初禪)이다. 이 해에 중앙총부를 건설하고 이듬해(1925) 3월 새 교법을 지도 훈련하기 위해 정기훈련법과 상시훈련법을 제정 발표한다. 하선은 음력 5월6일 결제하여 8월6일 해제하고, 동선은 11월6일 결제하여 이듬해 2월6일 해제한다. 이 3개월 기간에 재가·출가 공부인이 함께 선을 나고 있는데, 이 해에 바로 시작했고, 자연히 선원제도가 갖추어진다.

정기훈련의 교과과정은 염불·좌선·경전·강연·회화·문목·성리·정기일기·주의·조행·수시설교 등 11과목이 중심이다. 큰 흐름으로 보면, 아침은 좌선, 오전은 교리공부, 오후는 외과로 한문·작문·작업 등, 저녁은 염불과 회화(첫달)·강연(둘째달)·성리(셋째달)시간이다. 원기14년(1929) 임원회의 의결에 따라 〈선원일지〉를 기록하는 제도를 도입한다. 대종사 법설을 조직적으로 수집하기 위한 조처이며, 이를 위해 교무와 서기를 입선(入禪)시키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현존하는 〈선원일지〉는 제22회 하선(1936)부터 제31회 동선 (1940-1941)까지 남·녀부의 합하여 13책이 전한다. 이에는 입선인명단·일과·교과·대종사법설 등이 소상하게 밝혀져 있다. 대종사의 수시법문은 법설, 행사법문은 훈사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그 밖에 인물의 법문은 모두 강연이라는 이름으로 구별해서 사용하고 있다. 원기22년(1937)에는 학원(學院) 개설이, 이듬 해 (1938)에는 지방교무강습회가 마련되었음이 이 〈선원일지〉를 통해 알 수 있다.

다만 3개월간 46명의 선원이 알차게 선을 난 경진동선(1940)을 정점으로 하여 당국의 압박에 의해 지방 강습 등으로 형태가 바뀌어 나간다. 대종사의 법문은 특히 〈경진동선 남자부 일지〉가 가장 자세한데, 안이정(香山安理正, 1919-2005)종사가 서기를 담당하여 성의있게 적었기 때문이다.

대종사 법문은 원기26년(1941)에 이르면, 다양한 법문의 마무리가 일원상·사은사요·삼학팔조로 요약된다. 일원상 교리체계가 갖추어져 〈정전〉을 형성하던 과정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원광대 명예교수>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