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현대인은 '깨침'에 열광하는가

▲ 원불교청운회 훈련에 참가한 교도가 영산성지 대각터에서 선정에 들었다. 깨침은 선을 오래 오래 계속해야 가능하다.
진정한 자신의 존재에 대한 물음에서

자연스럽게 자기성찰과 깨달음으로 이어져 가는 마음공부는

시대적 요청이며 대중의 바람이다


몸과 마음의 치유

우리사회는 1970년대 경제성장, 1980년대 민주화의 과정을 거치면서 어느 정도 해소된 경제적 갈증, 정치적 요구 대신 개인적 가치와 행복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위한 웰빙(Well-Being)에 이어, 바쁘고 지친 현대사회에서 몸과 마음의 치유를 위하는 힐링(Healing) 뒤에는 진정한 자신의 존재에 대한 물음이 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자기성찰과 깨달음으로 이어져 가기도 한다.

'요가'나 '국선도' 등 몸 수행과 결합한 프로그램, '마음치유' '마음코칭' '심리 상담' '마인드 케어' 등에 심리치료와 자기계발과 통합한 프로그램, 아로마 테라피나 춤, 음악, 미술 등을 활용한 각종 표현예술 치료 프로그램, 건강 음식과 해독, 식습관과 음식에 대한 의식변화와 연결하는 프로그램 등 여러 분야에서 이른바 명상산업이 떠오르고 있다.

TV의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마음을 주제로 심층적인 내용을 다루는가 하면, 〈생각버리기 연습〉,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등 명상과 마음 치유에 관한 책 등이 연일 베스트셀러가 되고 있다. 최근에는 명상이 우리 몸과 정신건강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나오면서 더 관심을 끌고 있다. 명상은 스트레스, 불안, 강박 등의 정신적 장애를 극복하고, 정신적 고통에 따른 두통이나 불면증, 고혈압, 신경성 긴장을 완화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연구들과 명상의 효과에 대한 과학적인 검증들은 명상을 대중적으로 알리고 관심을 끄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각종 명상치유 관련 학회의 등장, 전문자격증을 가진 지도인 양성, 나아가 규모를 갖춘 명상센터 건립에 이르기까지 명상의 외연은 더욱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몸과 마음의 치유를 위한 명상의 대중화는 '지속되는 경제 불황과 불안한 사회에서의 스트레스', '웰빙에 이은 힐링트렌드', '인간의 행복추구와 자아성찰에 대한 욕구', '물질에서 정신적 세계로의 지향과 추구' 등을 대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진리와 인간을 잇는 길, 마음공부

원광대학교 마음인문학연구소 장진수 교무는 '우리 일상에 가까이 다가서게 된 명상은 어디서 비롯된 것인가'에서부터 이야기의 실마리를 풀었다.

그는 "명상이란 수 천 년 전부터 전해져 온 인류 공통의 삶의 과정에서도 정신적, 영적인 것을 포함한다"며 "궁극적으로 진리를 깨치고 합일하고 그 진리의 힘으로 살아가자는 최종적 삶의 방식이다"는 생각을 전했다.

명상은 한자식 표현으로 반조(返照)와 성찰(省察)의 의미를 가진다. 명상이란 말에는 어느 특정 전통에 국한되지 않고 모든 전통을 포괄하는 것이며, 우리 일상의 일부로서 휴식, 레저, 건강, 치유, 행복 등의 목적을 담고 있다. 그러므로 명상은 '인간의 몸과 마음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 스스로의 반조와 성찰을 통해 이루어지는 모든 신체적, 정신적 행위'라고 포괄적 정의를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작은 일상의 경계에서 일어나는 심신작용에서부터 궁극적 진리의 체득과 합일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에 다 요청되는 것이다.

"원불교의 명상 프로그램은 한 마디로 '마음공부'다"고 말한 그는 "마음공부는 소태산대종사가 밝힌 '훈련법'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고 말한다. 소태산의 '훈련법'은 한 마디로 '마음 잘 사용하는 법(用心法)'이며, 인도상의 요법을 중시해 재가 출가를 구분하지 않고 동등하게 공부하도록 일상수행, 생활실천을 중시하는 모든 공부법을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후 '마음공부'가 대중적으로 주목받게 된 것은 1990년대 명상의 대중화 추세와 맞물리면서이다"며 "수계농원에서 진행된 '정전마음대조공부'가 그 시작이다"고 설명했다.

원불교 마음공부 프로그램의 특징은 '동정(動靜) 및 삼학(수양·연구·취사)의 흐름에서 이해할 수 있다. 정신수양은 '집중명상'에 해당하며, 좌선과 염불수행이 주가 된다. 사리연구는 '통찰명상'에 해당하며, 경전·강연·회화·문답·일기 등이 주가 된다. 작업취사는 '활동명상'이며 사상선(事上禪)·주의·조행·유념공부가 주된 공부법이 된다. 교단은 현재 국내외 20여 곳의 훈련기관을 운영하고 있다. 대부분 교도들의 훈련을 위한 것이지만 일반인에게도 개방돼 있다.

명상의 대중화, 규모화의 추세를 감안할 경우, 원불교의 본격적인 명상센터는 이제 시작이라 할 수 있다. 국내의 경우 2015년 영광에'국제마음훈련원'이 건립 예정이며, 국외의 경우 2011년 미국 뉴욕주 클래버랙에 설립된 '원달마센터'가 그 시초라 할 수 있다.

마음 잘 사용하는 공부인

진정한 자신의 존재에 대한 물음, 그리고 자연스럽게 자기성찰과 깨달음으로 이어져 가는 마음공부는 시대적 요청이며, 대중의 바람이다. 이러한 외적 조건에 대응해 마음공부의 대중화, 전문화, 규모화에 걸 맞는 명상센터가 요청되고 있는 시점이다.

장 교무는 명상센터의 성공적 운영을 위해 크게 세 가지 요인이 중요하다고 전한다. 명상센터의 환경적 요인, 경쟁력 있는 명상 프로그램, 그리고 훌륭한 지도인이다. 그는 "명상센터의 환경적 요인은 대중들의 접근이 용이한 입지조건, 자연친화적 환경, 건물과 음식 등도 중요하다. 다음은 센터를 대표할 만한 매력적인 프로그램도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훌륭한 지도인이 아닐까 한다"고 전제했다.

그는 "훌륭한 지도인은 경쟁력 있는 프로그램을 대신할 수 있으며, 경쟁력 있는 프로그램은 명상센터를 대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명상센터의 지속적인 운영을 위해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훌륭한 지도인이다"는 말로 자신의 생각을 피력했다.

지도인의 체험으로부터 대중적 명상 프로그램을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고, 나아가 명상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운영해 나갈 전문지도인의 양성체계를 갖추어야 한다는 부언이다.

그는 "이제는 한 두 사람의 훌륭한 지도인이 수많은 대중을 한꺼번에 지도할 수는 없다. 전문지도인에 의한 마음공부의 대중적 지도가 요청된다. 진정 훌륭한 지도인이라면 자신의 명상 체험을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준비된 프로그램을 진행할 전문 지도인들이 갖추어진 상태라야 비로소 명실상부한 명상센터의 경쟁력 있는 운영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해 조직적인 차원에서 애정을 가지고 지속적인 보완과 발전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원불교 마음공부의 특징은 삼학병진, 동정일여의 공부다. 몸과 마음, 육신생활과 정신생활을 조화시킨다는 의미에서 영육쌍전의 공부이고, 이치와 일, 공부와 사업을 함께 한다는 점에서 이사병행의 공부로 이어지고 있다. 불법과 생활이 둘이 아닌 공부, 나아가 도학과 과학이 병진된 참 문명세계를 지향하는 공부다. 이미 법신불이고 일원상으로서 본성 자리를 떠나지 않고 현상 속에 살아가는 '공부인'의 모습, 몸과 마음의 자기치유를 원하는 현대인에게 원불교가 다가서야 할 마음공부가 아닐까. 4월, 소태산대종사 대각의 의미를 다시 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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