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들은 마땅히 동남풍 불리는 법을 잘 배워서 천지의 상생 상화하는 도를 널리 실행하여야 할 것이니라"고 하신 〈대종경〉의 말씀이 떠오른다. 모든 성자들의 가르침이 다 동남풍을 불리는 법이련만 이 지경에 이른 것은 배운 바를 제대로 실천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우리의 교의가 다 그 바람을 불리는 법'이니만큼 우리 원불교 교도들에게야말로 이 사회에 동남풍의 훈훈한 기운이 감돌게 해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
'공포에 싸인 생령이 안심을 얻고, 원망에 쌓인 생령이 감사를 얻고, 상극에 쌓인 생령이 상생을 얻고, 죄고에 얽힌 생령이 해탈을 얻고, 타락에 처한 생령이 갱생'을 얻을 수 있도록 '교의를 더욱 연마하고 널리 활용'해야 한다. '사농공상을 여의지 아니하고, 재가출가를 막론하고' 이 법을 공부하며, '일과 공부가 따로 있지 아니하고, 세상 일을 잘하면 그것이 곧 불법공부를 잘하는 사람이요, 불법공부를 잘하면 세상 일을 잘하는 사람'임을 입증할 수 있어야 한다.
원불교100주년기념대회를 앞두고 많은 걱정을 하기도 했지만 '훈련을 통해 다져진 원불교인들의 저력'이 대회를 성공리에 마칠 수 있게 했다는 평가를 하며 모두가 감동했다. 재가출가 교도가 하나 되어 협력한 결과이며 특히 무아봉공을 실천한 참다운 봉사자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 엄청난 규모의 행사가 대외적으로는 우리 교단을 잘 알리는 기회가 됐고 대내적으로는 무아봉공 실천의 본보기를 보여줬던 구인선진들을 제대로 받들고 정전공부와 교서번역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고 국내외 교화에 새로운 관심을 갖게 하는 계기를 마련해준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이제 우리도 남들처럼 보란 듯이 대규모 행사를 치러냈다는 자신감과 자부심에 취해 있기보다는 동남풍의 주인공이 제대로 되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한다. 굳이 우리 여기 있으며 우리가 잘 하겠다고 소리 높여 선언까지 했으니 지금까지 해온 것보다 더 잘 해야 하는 부담이 우리에게 있음을 잘 알고 꼭 실천을 해야 한다.
취사공부가 더욱 절실해진다. 정의는 기어이 죽기로 취하고 불의는 기어이 죽기로 버리는 취사공부로 기질을 단련해야 한다. 안·이·비·설·신·의 육근을 작용할 때, 자동적으로 정의는 취하고 불의는 버릴 줄 알아야 하는 것이다. '정신을 수양하여 수양력을 얻었고 사리를 연구하여 연구력을 얻었다 하더라도, 실제 일을 작용하는 데 있어 실행을 하지 못하면 수양과 연구가 수포에 돌아갈 뿐'이라 하지 않았던가?
종교는 토론이 아니고, 종교는 생각만 해서는 안 되고 바로 삶이어야 한다고들 한다. 이는 실천, 실행의 중요성을 말하는 것이다. 불법시생활, 생활시불법이 실현돼야 한다. 세상은 실천하는 종교를 필요로 하고 지행합일의 모범을 보여주는 지도자를 필요로 한다. 세상에는 물론 훌륭한 법설, 감동을 주는 법설에 목말라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법이 높다고 자세까지 높으면 많은 아쉬움을 자아낸다. 지도자에게서 '권위의식'을 감지하게 되면 권위가 도리어 사라진다. 법위가 높아도, 지위가 높아도 자세는 낮추고, 관용하고 포용하며 고통 속에 있는 사람을 외면하지 않고 약자를 보호하고 강자로 이끌어 주며 공의를 중시하고 공중사를 단독 처리하지 않는 지도자에게서 자연히 권위를 발견하게 되리라.
"다른 사람을 바루고자 하거든 먼저 나를 바루고, 다른 사람을 가르치고자 하거든 먼저 내가 배우고, 다른 사람의 은혜를 받고자 하거든 먼저 내가 은혜를 베풀라"고 했으니 우리가 이 법을 실천해 온전한 삶을 보여주는 것이 진정한 교화일 것이다. 한편 지도인은'지도 받는 사람 이상의 지식을 가질 것', '지도 받는 사람에게 신용을 잃지 말 것', '일을 당할 때마다 지행을 대조할 것'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
또한 특신급 계문 첫 조항 '공중사를 단독히 처리하지 말 것'은 공중의 일을 할 때 공의를 존중하고 공의에 따라 처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라는 가르침이다. 이는 교단, 교당 등 한 조직의 운영 책임자가 특별히 유념해야 할 계문이 아닐까? 계문은 법위가 높고 낮고를 가릴 것 없이 지켜야 한다. "대중 가운데 처하여 대중의 규칙을 어기는 것은 곧 그 단체를 파괴하는 것이요, 대중의 뜻을 무시하는 것은 곧 천의를 어김이 되나니라." 우리가 행할 바는 바로 동남풍의 주인공이 되어 가정·사회·국가·세계 어느 곳에서든지 상생의 꽃이 피게 하는 것이다.
박시현 교도
wonnews060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