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도광 교무/공군사관학교, 성무교당
누군가가 어느 평화로운 마을에 집집마다 대문 앞에 돈을 놓아두고 사라졌다. 마을사람들은 그 돈을 보고 "이거 내 돈이 아닌데. 누가 잃어 버렸나"하면서 서로에게 물으며 주인을 찾아주려고 했다. 다음 날이 되었는데 누군가가 또 돈을 놓아두었다. 다음 날 또, 그 다음 날도 또. 이렇게 이 마을에는 한 달이 넘게 누군가가 돈을 놓아두고 사라졌다.

그런데 이상한 상황이 벌어졌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돈의 출처를 찾고 주인을 찾아주려고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돈이 놓여 있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게 됐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 돈이 놓여있지 않자 마을사람들은 하나 같이 "왜 돈이 없냐"며 서로를 의심하면서 싸우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애석하게도 그 후로 마을에는 평화로운 모습을 찾기가 어려웠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 이야기는 우리들이 감사하게 여겨야 할 일들을 망각하고 그 소중한 것을 놓치며 살아가는 어리석은 모습을 일깨워주는 것 같다.

나 자신을 돌아보더라도 은혜를 알고 그 은혜에 보은하며 살아가는 것 같지 않아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은혜를 몰라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지장이 없는데 굳이 왜 알아야 하는지 의아해 하는 사람들도 많다. 은혜를 받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은혜를 갚을 것인데 은혜를 받는 다는 것조차 알지 못하니 갚을 생각을 아예 하지 못할 것이고, 은혜를 갚지 못하고 살아가니 그 삶에 있어 배은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은혜라는 것은 도움 받는 것, 힘을 입고 덕 보는 것, 없어서는 살 수 없는 관계, 생존에 있어서 가장 기본적인 관계를 말한다. 소태산 대종사는 대각 후 세상을 은혜의 덩어리로 보며 내가 존재하고 살아갈 수 있는 이유가 사은이 함께 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밝혀줬다. 우리는 이 은혜를 매일 같이 느껴야 하고, 배워야 하고, 생각해 봐야하고, 깨달아야 한다.

하루하루를 살아가면서 원망할 일이 있더라도 은혜의 소종래를 발견하면서 살아가야 한다는 소태산 대종사의 가르침처럼 우리는 늘 은혜 속에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하는데 이것을 알아 가려면 우선 작은 나의 상을 벗고 큰 나를 발견하여 나와 은혜의 관계를 깊게 알아야 한다. 이 사은과의 관계를 밝혀 모든 사람과 일체 중생으로 하여금 지은보은 하게 함으로써 참다운 영장이 되고 사은의 주인이 되어 영원무궁토록 큰 복전을 개발하게 한 것이다. 사은은 곧 새 시대의 윤리로써 세계를 건지는 길이고 병든 세상을 고치는 묘방이라고 한 것이다.

이에 천지·부모·동포·법률의 은혜 베푸는 모습을 본받아서 우리도 늘 감사하는 생활, 보은하는 생활, 복 짓는 생활을 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살아가야 한다. 복을 짓지 않고는 복을 받을 수 없고 은혜를 입고 보은을 하지 않는다면 행복하게 살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보은을 하고 복을 짓는 사람은 어디를 가나 환영을 받게 되고 그런 사람들이 모여 사는 세상이 바로 낙원세상이다.

늘 찾아오는 은혜를 발견하지 못해 눈앞에 펼쳐진 낙원세상을 찾지 못하는 안타까운 하루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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