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전주선, 매 순간 주인공 찾게 해'

▲ 선객들은 단전주선을 통해 심신의 변화를 스스로 체험하고 지도인으로부터 문답감정 받는 시간을 가졌다.

"내면의 빛을 함장하고 주인공에 정성 기울이라." 7회째 열리는 지리산국제훈련원 활선훈련에 임하는 선객들은 '참 자아 찾기'에 여념이 없다. 마디마디 성장통을 겪는 대나무처럼 도를 이루고자 하는 공부인들에게는 고비고비마다 경계가 찾아오고, 이 모든 것을 기쁘게 받아들일 때 진리가 주는 무언의 선물을 달게 받게 된다.

영험한 정진도량, 지리산

남원시 산내면 대정리(大井里) 삼봉산(三峰山) 자락에 위치한 지리산국제훈련원은 예로부터 고승대덕이 불과를 얻기 위해 수도정진해 온 영험 도량으로 알려져 있으며, 대산종사의 유지를 받들어 천불만성 발아지로 자리하게 됐다.

김법은 원장은 "이양신·김관현 원로교무의 공덕으로 교도 및 일반인들의 영성을 함양시키는 훈련기관으로 성장하고 있다"며 "물질의 노예생활에 지친 현대인들의 심신간 건강을 회복하는 자연치유 요양도량으로, 선정삼매 염불삼매로 도방하(都放下)하는 활선훈련 적공도량으로 발전해가고 있다"고 깊은 정진을 원하는 이들의 명소로 정착해 가고 있음을 설명했다.

입으로 현묘한 진리를 말하기보단 스스로 정화되고 각성된 말이라야 진실하며, 체험이 담긴 수행담이라야 분발심을 자극한다. 활선훈련은 자신의 몸이 들려주는 소리 잘 듣기, 자연이 들려주는 소리 잘 듣기, 몸이 들려주는 소리 잘 느끼기, 자연이 들려주는 소리 잘 느끼기로 몸과 마음의 미묘한 변화를 알아차리는 훈련에 집중한다.

질 높은 호흡, 선정삼매 이끌어

사람은 누구나 호흡을 하며, 각자의 숨을 가지고 산다. 그러나 호흡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알아차리는 데에는 상당한 단련이 필요하다. 숨 쉬는 것 자체를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선정진을 지도하는 신현교당 육관응 교무는 질 높은 호흡수련을 강조한다. 그는 "호흡이 자신과 함께하고 있음을 먼저 알아차려야 한다"며 "내면의식이 확장되면 호흡을 하되 호흡을 잊는 경지에 이르며, 고요함이 계속될 때 일상의 온전함이 성취돼 초롱초롱한 알아차림이 지속된다"고 본연의 호흡을 알아차릴 것을 주문한다. 하단·중단·상단이 하나의 기다란 통에서 확통할 때 심신의 기운이 맑아지고 밝아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호흡 알아차림 훈련'이 확장될 때, 식사를 하더라도 한 호흡, 말을 할 때도 한 호홉, 웃더라도 한 호흡, 공부하더라도 한 호흡이 지속된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것이 일상의 흐름이며, 부증불감(不增不減)으로 어디선가 불쑥 나타난 것이 아닌 그 있는 자리에서 드러난 것임을 체득하는 것이다. "숨이란 끊임없는 복원성을 가지고 있다"고 육 교무는 말한다. 그는 "숨 소리가 자연스러울 때 심신이 편안해진다. 숨이 얼마만큼 자연스러운가를 관조해 보라"며 "관조를 하다 보면 매 순간 들이쉬고 내쉬는 숨의 연속성에 감탄하게 된다. 호흡을 제대로 한다면 한 사람 한 사람이 하늘임을 알게 되며, 이러한 하늘사람이 교단의 진실된 에너지체가 된다"고 설명한다.

음식과 생활은 담박함 위주로

〈명심보감〉의 경행록에는 '음식이 담박하면 정신이 상쾌하고 마음이 맑으면 잠을 자도 편안하다'는 기록이 있다. '음식이 백약(百藥)의 명약이다'는 말이 있듯 음식은 몸의 치병은 물론 선의 진경에 드는 데 도움을 준다.

〈대종경 선외록〉 원시반본장에서 대종사는 "나는 본래부터 여러 가지 반찬을 놓고 먹지 못하였을 뿐더러 도가에서는 본시 담박을 주장하나니 이후에는 이와 같이 여러 가지 반찬 놓는 것을 폐지하고 오직 한두 가지에 그침이 가하니라"고 수도인들의 담박한 식문화를 강조했다. 대산종사 또한 〈정전대의〉 건강법에서 "과식은 위장을 약하게 한다. 음식을 오래 씹어서 먹고 존절히 먹는 것은 바로 피를 돕는 길이 된다"며 일체 병이 음식의 부주의로부터 기인한 것이므로 절식을 공부삼을 것을 강조했다.

현대인들에게 찾아오는 대부분의 병들은 화려한 음식 맛에 길들여진 인과의 결과다. 정갈한 음식은 혈액과 혈관을 맑게 하므로, 활선훈련에서는 간단한 식사로 장을 비우고, 뜨거운 음식을 피하며, 껍질 채 먹을 것을 권장한다. 다시 말해 몸을 무겁게 하는 음식보다 가볍게 하는 음식을, 자신에게 맞는 음식을 먹었을 때 몸의 반응과 호흡을 살펴봄으로써 영성의 진급을 체험케 한다.

단전주선 조급증 극복, 무시선으로 연결

활선이란 체험위주의 살아있는 훈련이며, 조급증을 가장 경계한다. 사람마다 공부의 확장력이 다른 만큼 더디 온다고 급한 마음을 내기보단 준비하고 공들임에 따라 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드러남을 일깨운다.

신현교당 정성인 교도는 "지난해부터 매주 수요일 90분씩 선을 하고 있다"며 "과중한 업무로 선방에서 많이 졸기도 한다. 늦게 입문해 타인과 비교심도 많이 나지만 매일 취침 전 10분선으로 여유를 찾고 있다"고 조급함을 내려놓는 수행에 만족을 표했다.

또한 활선훈련에서는 '주인공은 단전토굴자리'임을 강조한다. 내면의 빛을, 진공을 체험하려면 단전을 각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경험하기 위해 선 수행에 임한 후 각자의 체험을 공유하고 문답감정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후 다시 선정에 드는 반복적 훈련을 통해 자신의 공부를 측정하는 등 매우 세밀하게 접근한다.

전주교당 윤의전 교도는 "그간 좌선수행에 전념했는데, 나이가 들면서 염불수행을 병행하면 무시선 공부를 이어갈 수 있음을 절감했다"며 "호흡을 통해 몸의 변화와 마음에 심력이 쌓여가면서 경계마다 단전주가 챙겨져 침이 돌고, 마음을 온전히 바라보는 횟수가 늘고 있다"고 일상에서 단전주 훈련이 가능함을 말했다.

이밖에도 활선훈련은 이양신 교무의 법위등급, 류성룡 교무의 염불체험, 강관국 교무의 일기법, 지리산 행선과 산상기도와 일기발표 등 매년 두 차례의 정기훈련으로 해마다 체험의 깊이를 더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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