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정 교무/국제마음훈련원

훈련원의 바쁜 일정 속에서 일부러 시간을 내야 성지순례를 할 수 있다. 유월이 오면 뵙고 싶은 스승님을 생각하며 육일대재를 마치고 오랜만에 만난 성지는 너무도 반갑고 소중하다. 정관평 들녘에는 새로운 벼가 심어져 푸르른 수를 놓고 논을 일구는 기계들은 활기차다. 대각지 가로수 길을 지나면 푸른 잎들이 서로서로 손잡고 그늘 터널을 만들어 시원함을 준다. 탄생가에 이르러 두 눈을 감고 기도를 올리니 성태장양(聖胎長養)이란 단어가 스친다. 내 본래 성품은 대종사님과 같은 마음인데 그 자리를 잘 길러서 보존하는 일이 보은이구나!! 자각하는 순간 이미 본성이 회복됨을 느낀다.

구간도실로 가서 기도를 올리면 구인선진들의 일심합력, 이소성대, 무아봉공 정신이 꿈틀 꿈틀 살아나 나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을 뭐가 이리도 커져 있는가? 없어서는 살 수 없는 공존의 은혜로 모두가 나임을 숙연히 일깨워 준다. 성지순례의 길은 인변성인으로 가는 길이다.

일주일을 살면서 가장 기다려지는 시간이 있다. 교도정기훈련 시 교도들과 함께 오르는 삼밭재 기도순례이다. 순례가 시작되면 대종사님을 마음에 모시고 소년 대종사가 11세부터 15세까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하루도 빠지지 않고 진리와 인생의 의문을 풀기 위해 간절히 기도 올린 그 심경을 상상해 본다. 해결하고자 했던 그 간절한 서원이 무엇일까? 하루도 빠지지 않고 지극한 정성을 들인 원동력은 무엇일까?

삼밭재 마당바위에 앉아 고요히 선정에 드니 대종사께서 그 화두에 응답 하신다. "지금 물질문명은 그 세력이 날로 융성하고 물질을 사용하는 사람의 정신은 날로 쇠약하여 개인·가정·사회·국가가 모두 안정을 얻지 못하고 창생의 도탄이 장차 한이 없게 될지니, 세상을 구할 뜻을 가진 우리로서 어찌 이를 범연히 생각하고 있으리요"

매스컴을 통해 알려진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고, 구의역 19세 청년 사망사고, 미세먼지 포비아(공포증), 기후변화 등 수많은 사건·사고들 그리고 이윤보다 생명과 안전을 우선하는 사회가 되기를 갈망하는 시민들의 추모의 물결들. 물질의 노예생활을 하는 사회, 이제는 남의 일이 아니다. 정신의 세력을 확장하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대종사님은 이미 알려주고 가르쳐 주었는데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전일한 마음과 지극한 정성으로 모든 사람의 정신이 물질에 끌리지 아니하고 물질을 사용하는 사람이 되어 주기를 천지에 기도하여 천의에 감동이 있게 하여 볼지어다."

더욱 간절한 서원과 지극한 정성심으로 삼밭재 마당바위 위에서 기도를 올린다. 우리가 함께 올린 기도의 원력이 세상을 바꾸는 희망의 기도가 되고 있음을 믿는다.

"그대들의 각자의 마음에 능히 천의를 감동시킬 요소가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며 각자의 몸에 또한 창생을 제도할 책임이 있음을 항상 명심하라"
대종사께서 유월에 푸르름을 타고 전달해 주는 우주의 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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