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경주 교무/교정원 기획실장

1981년 미국의 컨츄리 가수인 '존 덴버'와 클레식 음악인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는 'Perhaps love'를 함께 불러 세계인의 사랑을 받았다. 세계 휴대폰 시장에서 흔들리고 있던 LG전자는 세계적인 패션기업인 이탈리아의 '프라다'와 공동으로 'LG프라다폰'을 2006년부터 시리즈로 생산하여 휴대폰 시장에서 고급화 전략으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시너지를 얻게 된다.

현대사회에서 이처럼 서로 이질적일 것 같은 산업간 혹은 예술영역 등에서의 협업은 새로운 가치와 이익을 창출하는 모델로 정착되고 있다.

협업(collaboration)은 다수의 이질적인 집합체들이 서로 다른 전문성을 조합해서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거나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는 업무수행 방식으로, 새로운 가치나 이익을 만들어 내는 활동이다. 소통과 협력을 통해 공동의 목표와 보다 나은 성과를 달성하는 것이 궁극의 목표이다.

이러한 협업의 가치를 우리 교단은 지난 100년의 역사 속에서 실현해 왔다. 재가출가가 함께 하는 공동체의 지향과 남녀차별의 철폐, 중앙과 지방의 상호 협력 등은 교법이 지향하는 상생과 진급의 길을 향한 협업의 노력들이었다. 대산종사는 "음 가운데 양이 생기고, 양 가운데 음이 생기는 것이 진리의 조화다"라고 말씀한 것은 우주 자연의 진리는 단절이 아니라 상호 상보의 관계 속에서 상생하고 진급하는 협업의 과정이 진리임을 밝힌 것이다. 그래서 원불교는 협업에 최적화된 교법이라고 할 것이다.

한 세기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100년의 시작점에 선 교단도 새로운 가치 창출과 더 나은 성장을 위한 협업의 가치를 재정립해 가야 할 것이다. 협업이 요구되는 것은 미래시대의 성장동력은 다양한 분야의 융합과 협업을 통해서 나오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러한 협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첫째, 신뢰성이 확보돼야 한다. 이질적인 전문가 혹은 각기 다른 영역의 집합체들이 공동의 목표에 집중하기 위해서 상호간의 신뢰는 중요한 요소이다. 재가와 출가, 중앙과 교구(기관), 중앙과 지방 등 구성원들 간에 형성된 신뢰는 협업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소모적인 논쟁들을 극복하는 힘이 될 것이다.

둘째는 명확한 목표설정이다. 불분명한 목표는 구심점이 사라져 동력을 떨어뜨린다. 100주년기념대회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것은 구성원들이 가야 할 목표가 분명했기 때문이다. 그 목표는 원불교가 지향하는 정신개벽의 가치를 세계에 각인시키는 데 교단의 역량을 집중하자는 것이었다.

셋째는 효과적인 의사소통 채널의 구축이다. 개방적인 의사소통 문화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전의 교단은 친밀도가 강한 정서적 리드십이 가능했다면 미래는 교단도 다원화되고 구성원들의 다양성이 존중돼야 함으로 이를 통합하는 협력의 고리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의사소통이 원활할 수 있어야 한다.

넷째는 원활한 정보공유다. 교단이 생산하는 다양한 정보를 협업에 참여한 구성원들이 공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전의 시대는 정보의 독점으로 구성원을 통재할 수 있었지만 미래는 빅 데이터(Big Data)의 시대이므로 정보의 공유는 필수적인 요소가 될 것이다. 이상의 성공요소들을 통해 구현되는 협업의 핵심은 개방, 공유, 소통, 협력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성과를 높이고 운영의 효율화와 혁신을 불러오는 효과를 가져 올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를 방해하는 장애요소들도 있다. 이기적인 칸막이 문화는 극복해야 할 과제이며, 모호한 공동목표는 동력을 상실하게 한다. 또한 정보공유와 의사소통의 부족과 한계는 장벽을 고착화하고 독선과 오만을 부추겨 조직의 활력을 감소시키고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부작용을 가져오는 요소가 될 것이다.

신자유주의의 경제·사회적 환경 속에서는 경쟁을 통한 성장 중심주의 시대를 살아왔지만 인간성은 황폐화되고, 사회적 통합은 요원한 문제가 되고 있다. 경제적으로는 부를 창출했지만 사회의 양극화는 고착화되고 확장되는 병폐를 가져왔다. 모든 존재는 따로 있으면서 동시에 같이 있는 것이다. 그것이 음양 상승의 조화로 생산되는 상생과 진급의 과정이다. 황폐화되고 양극화되어 가는 인간성을 회복하고 사회구조를 정상화시킬 수 있는 교법이 우리에게 있다.

교단 구성의 곳곳에도 '따로 또 같이'할 수 있는 영역들을 찾아 원불교 2세기의 결복교운을 열어갈 기반조성의 기점으로 삼아야겠다. 교단은 천여래만보살이 활동하는 재가출가가 함께 만들어 가는 회상공동체를 지향하고 있다. 이를 위한 협업적 리더십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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