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년 선산 지킨 배롱나무 희사

▲ 유린교당 박항원·고현순(오른쪽) 교도가 국제마음훈련원과 영산성지에 56년 된 배롱나무 7주를 희사했다.
원불교100주년기념성업 사업에 동참하기 위해 56년 된 배롱나무 7주가 희사돼 화제다. 서울교구 유린교당 박항원·고현순 교도부부는 지난 5월6일 자신들의 선산에 있던 배롱나무를 국제마음훈련원과 영산성지에 옮겨 직접 조경작업을 진행했다.

박 교도는 "원불교100주년기념대회에 참석해 전 국민과 해외동포에게 원불교 2세기 시작을 알리는 자리에서 깊은 감명을 받았다"며 "교단 100주년을 맞아 성업의 결실을 이루는 데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찾게 됐다"고 희사하게 된 동기를 설명했다.

그는 기념대회 참석차 한국에 방문한 미국 샌버나디노교당 교도들의 관광안내를 맡아 영산성지를 둘러보고 국제마음훈련원에서 숙박을 했다. 이어 그는 큰 규모의 국제마음훈련원을 보고 교도로서 자부심을 느끼며 "훈련원 조경이 더 좋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집에 돌아와 생각난 것이 조부가 선산 묘지 주변에 심어놓은 배롱나무였다"며 "우리만 보는 것보다 대중이 다녀가는 훈련원에 희사해 공익사업에 쓰면 어떨지 가족들과 상의했다. 논의 끝에 흔쾌히 뜻에 따라 줬다"고 말했다.
백일홍이라고 많이 알려져 있는 배롱나무는 최대수명이 약 500년 정도인 수목으로 꽃과 매끈한 줄기가 매력적이다. 보통 5년생 나무가 많이 유통되고, 30년~40년 이상 된 배롱나무도 유통되기는 하나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박 교도가 희사한 56년 된 배롱나무는 그만큼 귀하고 구하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조경작업을 맡았던 한 관계자는 "이 귀한 배롱나무를 선뜻 희사한다니 원불교에 대단히 신심 있는 교도인 것 같다. 7주를 모두 공익사업에 내놓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고 말할 정도다. 조경작업은 포크레인 2대와 운반용 6톤 트럭 3대, 승합차 2대, 살수차 1대가 동원됐고, 조경기술자 및 인부 10여명이 작업에 임했다. 국제마음훈련원 주차장 뒤편과 정자 옆 등지에 6주를, 영산사무소 앞마당에 1주를 옮겨 심었으며 모든 조경작업을 박 교도가 지휘하고 비용도 전담했다.

박 교도는 "이런 뜻 깊은 사업을 하게 돼 너무 기쁘다. 국제마음훈련원 남궁성 원장님과 교무님들에게 감사드리며, 이런 생각과 결심을 서게 해준 법신불 전에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한 그는 "영암에 오래된 느티나무가 하나 있는데, 시기가 가을이나 돼야 옮길 수 있다"며 "올 가을에 그 느티나무도 훈련원에 희사하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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