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교화 제시하는 천불도량

▲ 강남교당의 비전 중 하나인 '영성을 맑고 밝게 하는 교당'을 위해서 화목선방·수요공부방·청년꿀명상·절수행선방·일요선방이 주6일로 선수행을 이끈다.
지금 교단의 눈은 강남교당에 모여있다. '서울의 두 번째 강남'으로 주목받는 자곡동에 3월 신축봉불한 강남교당은 원기94년 결의부터 큰 관심을 받아왔다. 새 부지에 첫 삽을 뜬 이후, 많은 사람들이 원기100년대의 희망으로 100주년기념대회·백주년기념관 건립과 함께 강남교당 신축불사를 꼽아왔다. 불과 10년전과도 판이하게 다른 시대, 강남교당은 대도시토탈교화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며, 교화의 대안을 넘어 롤모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13일로 신축봉불 100일을 맞는 강남교당은 원기백천(원기100년 천명교화) 천불도량의 꿈을 어떻게 이뤄가고 있을까. 봉불 직후 외국 교도들 숙박 등 100주년기념대회 합력으로 이제야 꿈을 펼치는 시작 단계라고 하지만, 강남교당은 이미 지역사회에 실용적인 열린 공간으로 인정받고 있다. 대모산 자락 신록과 어우러진 지리적 장점 위에, 그동안 그려왔던 교화 그림들을 차곡차곡 세상에 보이고 있는 것이다.

유익한 문화행사로 지역과 호흡

캐치프레이즈 중 '영성을 맑고 밝게 하는 교당'을 위한 선방으로 화목선방·수요공부방·청년꿀명상·절수행선방·일요선방 등 주 6일 선프로그램이 돌아간다. '삶을 즐겁게 해주는 교당'으로는 하우스콘서트, 이목 특강, 배우면서 즐기는 소모임이 이어지고 있다. 교당 소모임으로 전통과 규모로 손꼽히는 원코러스와 원트레킹에 난타, 판소리, 색소폰, 하모니카, 브릿지, 우쿨렐레 수업이 주1~2회 진행되며 이미 주민들이 절반에 가깝다.

'함께 나누는 훈훈하고 편안한 교당'을 위해 곳곳에 숨어있는 보석같은 공간을 활용하고 있다. 주민들이 가장 좋아하는 '마음&마음'은 교당 문턱을 넘자마자 보이는 카페로, 매일 11시~16시 교도들의 자원봉사로 운영된다. 커피와 직접 담근 수제차 등은 무료로, 단지 조그만 헌공금 박스를 가져다놨다. 위패를 모셔 언제든 생사해탈을 기원할 수 있는 영모전과, 공연장으로 대여가능한 중도홀, 법회·결혼식이 가능한 대각전도 지역과 함께 호흡하고 있다.

젊은 부부와 자녀 세대가 많은 지역 특성을 배려한 '청소년을 건강하게 이끌어주는 교당'도 강남교당 대도시교화의 큰 그림이다. 마음공부에 기반한 강남 원코칭은 대학생 멘토와 청소년 멘티, 학부모까지도 아우르는 보은과 교화 기회가 되고 있다. 희사와 재능기부로 이뤄지는 작은 도서관, 어린잎 자연학교나 원예수업이 함께 하는 생태학교 역시 지역의 호응이 크다.

법회 또한 비교도나 초심자, 생활패턴이 남다른 도시인들의 특성을 배려했다. 교당 초기부터 함께 했던 화요법회는 물론, 일요일 오전10시와 저녁7시 2차례 법회와 넷째 일요일 오후4시는 영화관람 해피가족법회, 청소년들을 위한 다양한 법회와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이밖에도 어린이 놀이터와 옥상 텃밭 등도 누구나 교당을 편하게 오가게 하는 이유다.

강남교당의 공간과 시간들은 이렇게 알뜰하게 채워지고 있다. 1층 사무실 옆에 붙은 6월 달력에는 단 하루의 휴일도 없이 빼곡한데, 5일 기타리스트 안형수의 하우스콘서트, 17일 홍익학당 윤홍식 대표의 '삶과 원불교' 강의, 18일 '수업의 신' 이진희 교사의 원코칭 특강, 19일 아름다운 나눔장터, 23일 강기현&박유진 모녀의 듀오리사이틀 등 지역주민 누구나가 함께 할 수 있는 문화프로그램들이 포진하고 있다. 누군가의 재능기부나 배움, 잔치 등도 기꺼이 담을 수 있는 넉넉한 도량이 바로 강남교당의 현주소이자 비전인 것이다.
▲ 중복된 원의 형대로 구성된 대각전은 원불교 대각전 건축의 지향점을 제시한다.
500명으로 1만2천500명 불사 끌어낸 힘

이처럼 강남교당이 봉불 이후로도 동력을 잃지 않고 오히려 더욱 힘을 받는 것은 남다른 과정 덕분이다. 원기94년 원기백천 비전선포 이후 7년2개월, 강남교당 천불도량 신축불사는 기도와 정성이 모여 이뤄낸 기적의 방언공사였다. 혹자는 '강남'이란 타이틀 때문에 어렵지 않았다 추측하지만, 실제로는 정관평 물막이 공사처럼 직접 지게를 메온 세월이었다.

새 교당에 온 교도가 합심하며 불사를 하는 동안 교단적으로는 100년성업 관련 공사들이 있었다. '불사에 동참해달라'는 말이 특히 어려웠던 7년2개월, 그러나 강남교당은 오히려 똘똘 뭉쳐 교화와 불사 모두를 이뤄냈다. 현재 기준 출석교도 500명으로 1만원 이상 불사 1만2천500명을 끌어낸, 25배의 권선을 이뤄낸 결과가 바로 강남교당이요, '집을 자랑할 것이 아니라 그 안의 신앙과 수행, 교화를 자랑하자'는 한 마음과 회장단과 천불도량추진위원회 및 교도들의 수준높은 주인정신이 빚어낸 결과가 바로 강남교당인 것이다.

강남교당은 벽돌 한 장, 타일 하나 까지도 다 공의에 바탕해 계획적으로 쌓아올렸다. 서원을 세우자마자 천불도량추진위원회가 결성됐고, 건축 윤곽이 드러나자 새교당준비위원회가 움직였다. 강남교당이 오랫동안 모범을 보여온 1인1역과 조직의 책임의식 덕분에 추진위는 지역교화, 토탈교화, 문화교화에 초점을 맞춰 다양한 요구와 의견을 수렴했다.

미학적인 건축물이나 이웃종교 건물도 숱하게 찾아다녔고, '회의만도 천번은 했을 것'이라 할 정도로 얼굴을 맞대고 살았다. 그러면서도 박오진 교도회장이 "10:1 경쟁률의 부지선정부터 설계에서 업체, 공사에 이르기까지 모든 절차를 투명하고 공정하게 했다"고 회고할 정도로 그 과정의 도덕성도 중히 여겼다.

교도가 주인된 투명·도덕적인 의사결정

이 가운데 쉽지 않은 결심도 나왔다. 기존 양재동 교당을 매매해 대출을 없애자는 선택과 가격을 낮춰서라도 교단 건물로 있게하자는 선택 사이를 고민한 결과, 결국 수십억의 빚을 감내한 채 지금의 서초교당(거마)과 서울교구 사무국이 자리하게 된 것이다.

'건물 지었으니 뭘로 채우지?'가 아닌 '교화를 하려면 공간을 어떻게 배치하지?'였던 강남교당은 새집 100일만에 전국에서 배우러 찾아오는 교당이자 수백~1천명의 규모로 대도시토탈교화를 제안하고 이끄는 고마운 교당이 됐다. 변해가는 시대, 교화의 새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1박2일 선프로그램 '마음스테이(가칭)' 프로그램을 연구하며, '법회분과'를 따로 두어 많은 감정을 받은 끝에 현재 식순이 탄생하기까지 1년반을 노력해왔다. 강남교당은 이 모든 과정을 낱낱이 기록한 백서를 올해 안에 발간, 교단과 공유할 계획이다.

'한사람이라도 더, 한시간이라도 더' 교당에 머무르게 하자는 것은 강남교당의 가장 큰 바람이요 목표다. 교화는 교당 문턱을 낮추고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보은하는 데서 시작한다. 일요일 1부 법회가 끝난 오후 강남교당 교도들은 하우스콘서트며 선방, 도서관, 옥상, 어린이놀이터, 사경책상, 카페 마음&마음, 체육실, 청소년 배움터, 동아리실 등에 머물며 신앙도 수행도 법정도 챙긴다. 누구에게나 열린, 누구나 사랑하게 되는, 재미있고 알차며 행복한 교당. 미래지향형 교화를 이끄는 강남교당의 원기백천 천불도량의 위대한 역사는 이제 막 시작했을 뿐이다.
▲ 강남교당 소모임 난타공연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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