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도광 교무/공군사관학교, 성무교당
아침에 비가 내렸다. 주차장이 멀지 않아 그냥 비를 맞고 차까지 뛰어갔다. 비가 와서 그런지 내 생각은 감성모드가 되어 숙소에서 주차장까지 뛰는 그 짧은 순간에 초등학교 때 나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때의 상황도 비가 오는 날 우산이 없어 비를 맞고 집까지 뛰어가는 모습이었다. 가방을 메고 뛰는 지금의 순간 모습이 초등학교 때 뛰는 모습과 연결지어지면서 세월은 흘렀지만 세세한 모습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살짝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차를 타고 목적지로 이동하는 중 어릴 적 또 다른 모습들을 떠올려보니 지금까지 변하지 않은 모습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이 느껴졌다. 정말 세 살 버릇이 여든까지 가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모르게 길들여지는 습관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 보니 이 습관이란 것이 내 삶에 있어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되겠다는 생각도 든다.

나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은 내면으로는 훌륭한 인격을 갖추고 외적인 삶에서는 행복하기를 바라며 살아간다. 그리고 훌륭한 인격으로 삶을 살기 위해서는 선업을 많이 쌓고 악업을 쌓지 않아야 하는 것도 모두 알고 있다. 그러나 솔직히 현실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살아가지 못하는 이유는 훌륭한 인격과 행복한 삶을 만들어가는 방법을 알고 있으나 철석같이 굳은 나쁜 습관에 끌려 삶의 행복을 취하는 실행이 없기 때문이다.

나쁜 습관과 게으른 습관을 하루아침에 끊고 삶을 바꾼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진정으로 훌륭한 인격을 이루고 즐겁고 행복한 삶을 원한다면 육신과 정신을 올바른 법으로 단련하여 나쁜 습관을 제거해 나가야 한다.

훌륭한 인격을 만들기 위한 습관에 대해 정산종사가 한 제자에게 말씀해준 법문이 있어 소개해본다. "사람은 습관성이 종자가 되나니, 이 세상 모든 사람이 다 마음도 다르고 행동도 다르게 태어나는 것은 익힌 바 습관의 종자가 각각 다른 까닭이라, 그대들은 각자 각자가 좋은 습관을 들여서 좋은 종자를 장만하기에 힘쓰라. 사람의 땅은 부모 형제 사우(師友) 등과 회상의 인연이니, 이러한 인연을 잘 만나야 훌륭한 인물이 될 수 있을 것이요, 만일 잘못 만나서 바른 지도를 받지 못하거나 옳은 일을 하려할 때에 반대하고 막거나, 설사 그렇지 아니하여도 서원의 종자를 심을 때에 정법 회상이 아니면 좋은 싹을 발하지 못하고 말 것이니, 그대들은 좋은 인연을 많이 맺는 데에 전력하라. 사람의 우로(雨露)는 곧 법의 우로니, 자주 성경 현전을 보고 이상 사우의 법설도 들어야 마음의 좋은 싹이 잘 자라서 향상 진보할 수 있을 것인즉 그대들은 종종 법의 우로를 잘 받으라. 인격 완성에 있어서 인공(人功)이란 곧 자기의 공력이니, 사람이 좋은 습관을 가졌고 좋은 인연을 만났고 또 좋은 법설을 들었다 하더라도 각자의 적공과 능력이 들지 않고는 훌륭한 인격을 이룰 수 없나니라. 그러므로, 범부가 변하여 부처 될 때까지 각자 각자가 하나 하나 실지의 공을 쌓아야만 성불 제중하는 큰 인격을 이루게 되나니라" (〈정산종사법어〉 무본편 56장) 이 법문을 받들고 보니 오늘 맞은 비가 나의 인격을 키워주는 법의 우로가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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