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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갤러리 5 - KT&G 상상마당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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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여원 기자
  • 승인 2016.06.24
  • 호수 18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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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사람들을 바라보는 따듯한 시선
20C 거장 시리즈 세 번째, 장 자끄 상뻬- 파리에서 뉴욕까지
'기쁨에 대해 모르고선 인생을 살아갈 수 없다'
▲ 상상마당 전시 포스터.
"상뻬는 우리를 놀라게 하는 그만의 경이로운 능력을 지켜가고 있다."
"해를 거듭할수록 깊고 씁쓸하면서도 예리한 시선, 소소한 일상을 담담하게 그려 낸 스케치 안에서 상뻬 특유의 순수함이 빛난다."

유수한 프랑스 저널들은 그를 이렇게 평가하고 있다. 장 자끄 상뻬, 나에게 그는 〈꼬마 니콜라〉의 삽화가로 기억되고 있었다. 그런 그가 그림을 그리고 글도 쓴 책, 〈얼굴 빨개지는 아이〉는 지금도 내 기억 속에 매력적인 '상뻬의 아이들'로 자리해 있다.

〈얼굴 빨개지는 아이〉

의지와는 상관없이 얼굴이 빨개지는 아이. 시도 때도 없이 얼굴이 붉어지지만, 정작 다른 사람들이 얼굴이 빨개지는 민망한 상황에서는 아무렇지 않아 매번 당황스러운 아이다. 그래서 스스로 혼자 있게 되어 버린 아이, 마르슬랭 까이유.

그리고 시도 때도 없이 재채기를 하는 아이, 르네라토가 있다. 상뻬의 아이들은 자신의 부족한 모습을 덤덤하게 받아들인다. 그리고 서로를 온전히 바라보고 끌어안는다.

르네는 말한다. "그 마르슬랭 까이유라는 애. 아주 착한 것 같아. 가끔씩 아주 멋진 색깔의 얼굴로 돌아오기도 하고." 마르슬랭은 말한다. "어, 재채기 하는 소리가 들려. 분명 르네라토일 거야. 한밤중에 이렇게 친구의 목소리를 듣다니 너무 좋아."

'그들은 정말로 좋은 친구였다. 그들은 짓궂은 장난을 하며 놀기도 했지만, 또 전혀 놀지 않고도, 전혀 말하지 않고도 같이 있을 수 있었다. 왜냐하면 그들은 함께 있으면서 전혀 지루한 줄 몰랐기 때문이다.' 이 두 장면만으로도 이 책은 나에게 충분했다.

다 큰 청년이 된 마르슬랭과 라토는 다시 만난다. 자신의 아들이 재채기를 한다고, 또 자신의 딸도 얼굴이 빨개진다고 말하며 '잘 이겨낼거야'라고 말한다. '상뻬의 아이들'을 꼭 빼닮은 아이들 또한 나와 '다른'사람들을 따듯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삶의 진정한 가치와 행복을 찾아간다.

상뻬의 동화 속 아이들을 직접 만나러 가는 취재 길, 행복했다.
▲ 좀머씨 이야기 L'histoire de M. Sommer, 1991, 펜, 잉크와 채색, 45ⅹ34cm
▲ 상뻬의 어린시절 Enfances, 2011, 펜, 잉크와 채색, 49ⅹ39.5cm

장 자끄 상뻬 - 파리에서 뉴욕까지

'장 자끄 상뻬 - 파리에서 뉴욕까지'(이하 상뻬전)전은 'KT&G 상상마당 20세기 거장 시리즈'의 일환으로 상상마당의 세 번째 해외 거장 전시다. 상상마당은 20세기 거장 시리즈 전시를 통해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해외 작가들의 우수한 작품을 꾸준히 소개하고 있다. 문화 예술의 폭을 넓히고, 그 기회를 확대하고자 하는 상상마당의 대사회 공헌의 일환이다.

상뻬전은 상뻬의 60년에 걸친 작업 세계를 조명하고 있다. 상뻬가 본격적으로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상경한 도시 파리를 시작으로, 미국의 주간잡지 〈뉴요커 The New Yorker〉 표지 작업을 위해 도착한 도시 뉴욕에 이르기까지, 상뻬의 초기작부터 미 공개된 최근작까지 총망라한다. 그 동안 인쇄물로만 상뻬의 그림을 접해온 국내의 많은 팬들은 생생한 펜 터치와 수정 흔적까지 고스란히 담겨 있는 원화를 감상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이번 전시에서는 〈꼬마 니콜라〉, 〈좀머씨 이야기〉, 〈얼굴 빨개지는 아이〉 등 장 자끄 상뻬의 친숙한 삽화 작품들을 포함해 상뻬의 원화 작품 150여점이 공개됐다. 또한, 지난 2010년 한국 전시에서 미 공개된 최근 상뻬의 작품과 <뉴욕의 상뻬>의 원화를 국내에서 처음으로 선보이고 있다.

제1관. 2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어둡고 혼란스러운 어린 시절을 보낸 상뻬에게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지독한 현실 속에서 행복과 희망을 되찾을 수 있는 안식처였다. 상뻬는 자신의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파리로 떠났고, 파리 풍경을 담은 다수의 작품을 제작했다. '파리스케치'라는 제목의 그림. 오로지 선으로만 이루어진 그림이지만, 더 할 나위 없이 충분하다. '정확하고 정밀한 선은 어떤 설명보다도 더 많은 것을 묘사한다.'

제2관. 상뻬는 삶의 어두운 단면들을 유머와 풍자로 승화시켜 결코 가볍지 않은 이야기들을 한없이 가벼운 그림들로 표현했다. 간결한 문체와 그림으로 이루어진 상뻬의 작품은 누구나 쉽게 공감하면서도 왠지 모를 씁쓸한 웃음을 짓게 만든다. 그의 작품 '마주보기', 길거리의 모든 사람들이 짝을 지어 다니고 있다. 삶을 향한 상뻬의 애정 어린 시선이 담긴 작품이다.

제3관. 상뻬와 꼬마니콜라. 〈꼬마 니콜라〉는 르네 고시니와의 합작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에피소드들이 상뻬의 경험담에서 출발했고, 상뻬 특유의 순수한 그림체 때문에 그의 대표작으로 알려져 있다. 니콜라와 친구들의 좌충우돌 우정기는 순수한 어린 시절의 추억을 상기시킨다.

제4관도 상뻬가 그린 어린 아이들이다. 혹은 상뻬의 어린 시절이 고스란히 담겨진 그림들이다. 작고 귀엽고 사랑스러운 상뻬의 아이들은, 그렇게 익살스럽고 해맑은 웃음을 누구에게라도 선물한다.

제5관. 프랑스 작가 최초로 100여 편이 넘는 미국 〈뉴요커〉의 표지를 그렸던 상뻬. 오랫동안 변치 않는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담긴 〈뉴요커〉 표지그림들이 전시돼 있다.

결코 가볍지 않은 삶의 철학

평범한 사람들의 소소한 일상을 가볍게 흩날리는 펜 터치와 색채를 통해 보여주는 상뻬의 그림들. 하지만 그는 결코 가볍지 않은 삶의 철학을 작품에 담아내고 있다. 따듯한 유머로 현대인의 욕망과 갈등을 부드럽게 녹여낸 그가 우리에게 건네는 말이 있다.

'기쁨에 대해 모르고선 인생을 살아갈 수 없다.' 상뻬의 구절로 전시는 마무리 된다.
▲ 장 자끄 상뻬 - 파리에서 뉴욕까지 기획전이 8월 31일까지 서울 KT&G 상상마당 갤러리에서 개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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