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동시에 아버지 빚 청산
이어 어머니의 잇단 병고
원망심을 감사심으로 돌리니
세상에 은혜 아님이 없었다

▲ 김인광 교도/부산교당
나는 부산교당 1층 상가에서 아동복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7년 전쯤 서동일 전 교도회장의 인연으로 입교했다. 신입교도일 때는 일요예회에 꼬박꼬박 참석해서 설법 듣는데 치중했지만, 요즘은 설법의 가르침을 마음에 새기며 실천하는 재미로 살아가고 있다.

또한 수요야회에 참석해 〈원불교교전〉 공부를 하면서부터는 일원상의 진리인 불생불멸의 진리와 인과보응의 이치를 깨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 중에서도 내 삶을 바꾸고 내 인생의 목표를 다시 설정하게 해 준 교리가 있다. 바로 '원망생활을 감사생활로 돌리자'는 일상수행의 요법이다. 말로는 쉬운 것 같지만 실천하려고 하면 정말 어려운 이 조목을 나는 인생의 목표로 삼고 공부하고자 한다. 왜냐하면, 원망심이 일어날 때마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돌리고 노력하다 보면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알게 될 거란 믿음에서다.

내가 입교를 하게 될 당시, 나는 가슴에 원망심이 가득해 하루하루가 힘겨운 나날이었다. 나는 20대 중반부터 장사를 했다. 무일푼이었던 내게 성실하다는 이유로 투자를 해 준 분 덕분에 장사를 시작했고, 처음 3년 동안은 정말 열심히 일해 그 분이 빌려준 투자금을 갚게 됐다. 하지만 그 기쁨도 잠시, IMF 위기를 맞아 어버지의 집이 다른 사람에게 넘어간다는 다급한 소식을 들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고 아버지의 빚은 청산했지만 IMF와 동시에 나의 사업은 내리막을 타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면 좀 나아질 것이라는 바람과는 달리 갈수록 빚만 늘어가고 결국 파산 직전에 몰리게 됐다.

그때부터 부모에 대한 원망심이 일어났다. '왜 나의 부모는 재산을 못 모으고 내 인생의 발목을 잡는 것일까?' 하는 마음에 원망심이 심해졌다. 설상가상으로 어머니가 대장암 3기 판정을 받았다. 정말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어머니의 일생을 생각하면 가엾고 안타까웠지만, 수술에 잔뜩 겁먹은 어머니를 보면서도 나는 그 수술비를 마련해야 한다는 걱정에 온 신경이 곤두섰다. 그때는 내 자신이 참으로 원망스럽고 모든 현실이 불만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때 〈원불교교전〉에서 읽었던 '원망생활을 감사생활로 돌리자'는 법문이 불현듯 떠올랐다. 아무리 원망한들 바뀌는 것은 없으니 차라리 기도를 해서 원망심을 녹이자고 마음을 먹었다.

이때부터 법신불 사은에게 일심으로 기도하고 정성으로 기도했다. 기도의 위력인지, 주위에 도와주는 사람들이 생기고 어머니의 수술도 잘 돼 어머니는 점차 회복돼 갔다.

그런데 한숨을 돌리는 것도 잠시, 얼마 지나지 않아 누구보다 건강하다고 자부하며 살아온 아버지에게 길랑-바레증후군이라는 희귀병이 하루아침에 찾아왔다. 이 병은 건강했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밤새 설사를 하고 갑자기 온몸에 신경이 죽어가는 병이다. 정신력과 언어능력은 정상적인데, 몸이 식물인간처럼 굳어가서 자기 뜻대로 움직일 수 없는 병이다. 너무 황당하고 모든 것이 원망스러웠다. 사방이 꽉 막혀 빠져나갈 곳이 없을 때 나는 병원에서 밤을 지새며 기도를 하기 시작했다.

한때는 원망의 대상이었던 아버지이지만 나를 낳아주고 정성껏 키워준 아버지의 병환을 옆에서 지켜보기란 쉽지 않았다. 마치 감사의 대상이 돼야 할 아버지가 나의 원망심 때문에 아픈 것 같아 더욱 기도가 간절해졌다.

다행히 아버지는 눈물겨운 혼신의 노력과 몇 년간의 재활치료로 지금은 다소 불편하게나마 거동을 할 수 있게 됐다. 이러한 경과가 눈앞에서 목도하게 되니 감사생활과 기도가 새롭게 와 닿았다.

이후 어머니는 대장암 수술 후 마지막 5년차에 암이 폐에 전이가 되어 다시 수술을 받게 됐지만 나는 큰 걱정을 하지 않았다. 어머니의 수술이 혹 잘못된다 하여도 '불생불멸의 도'를 알기에 다음 생에 대한 믿음과 '인과보응의 이치'의 이치에 바탕하여 더 나은 삶을 살아갈 거라 믿음이 내 가슴에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정말 원망과 감사는 종이 한 장 차이다. 모든 원망의 대상은 사은의 근본적인 큰 은혜임을 자각하는 일, 그것뿐이다.

그 뒤 나는 모든 일에 원망하기보다는 감사와 기도를 하고, 원하는 것이 있으면 그만큼 노력하고 감사기도를 올린다. 지금의 내가 받는 시련은 과거에 내가 지은 업의 결과물이니 남을 원망할 일이 아니다. 그래서 근원적인 은혜를 발견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어느덧 내 마음속에는 행복이 자리하고 있다. 행복은 거창한 게 아니라 항상 내 주변에 있는 아주 평범한 것들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알았기에 나는 오늘도 '원망생활을 감사생활로 돌리자'는 마음으로 행복을 장만해 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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