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익산성지 반백년기념관 앞을 지나가는데 파드닥거리는 소리에 흠칫 놀랐다. 고개를 돌려보니 '음수대' 물에 몸을 담그고 목욕을 하던 새가 날갯짓하며 날아오르고 있었다. 그 모습이 참으로 경이로웠다.

총부 숙소로 걸어 들어오면서 내내 되뇌었다. '새가 목욕을 한다, 새가 총부에 있는 음수대에서 목욕을 한다. 그렇다면 새도 총부를 알아보는 것일까? 이곳에서 목욕을 하면 제 몸이 씻어지고 제 업장이 씻어지는 것을 아는 것일까?' 그러지 않아도 좋다. 새들이 그저 물이 있는 그곳에 자리를 틀었을 수도 있다.

그런데 이것은 나에게 화두를 주었다. 총부에 사는 나는 이곳에서 어떻게 목욕할 것인가. 어떻게 업장을 녹일 것인가. 그저 자리를 잡고 보니 우연히 총부였을리는 없다. 나는 날고 싶어졌다. 은생수에서 몸을 씻고 힘차게 날아올랐던 저 새처럼, 이제 나도 날고 싶어졌다.

※ '음수대'는 익산성지 반백년기념관이 화재로 인해 보수공사가 이뤄진 원기78년 말경에 조성됐다.
강연지 교무는 캠브리지 스쿨 오브 아트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공부했다. 저서로 〈A Journey To Me〉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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