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일심 교도/원불교여성회장
복잡한 갈등구조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현대를 살아가면서 그 어느 때보다도 '소통과 공감'이라는 화두가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고 있다. 이는 원불교 2세기를 열어가는 현 시점에서 교단의 매우 유효한 키워드이기도 하다.

'소통'이란 막히지 않고 잘 통해서 뜻이 통하고 오해가 없음을 의미하고, '공감'이란 남의 생각이나 의견 감정 등에 대하여 자기도 그러하다는 느낌의 공유를 말한다.

소통에는 개체 간에 일어나는 수평적 소통과 세대 간에 일어나는 수직적 소통이 있다. 개체간의 소통 장애는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가 보고 들은 경험에 근거하여 모든 사물을 보고 판단을 내리기 때문에 온전한 소통이 되려면 먼저 우리 자신이 마음공부를 통하여 자신의 분별 주착심과 과거로부터 이어온 고정관념과 선입견을 내려놓는 훈련이 전제되야 한다.

올해 교정지도를 받으며, 한은숙 교정원장은 재가 4개단체장들과 함께 그동안 진행돼 왔던 단체별 사업현황을 보고 받았다. 특히 그동안 누적돼 온 애로사항에 대한 깊은 경청과 교단에 대한 적극적인 의견개진을 주문했고, 각 단체는 모처럼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됨에 고무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교단의 행정 수반인 교정원장이 직접 현장을 방문하고 관심과 정책의지를 보여줌으로써 답답하고 응어리졌던 일사들이 말없는 가운데 허물어지고 있음을 체감한 것이다.

열린 소통이란 이런 것이다. 상하좌우, 재가출가, 남녀노소가 서로의 심경을 헤아려주고 격려해주면 없던 에너지도 생긴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간 20여 년 여성회 활동을 하면서 이러한 소통과 공감의 자리를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른다.

대부분의 원불교 단체는 교단의 관심과 후원보다는 자생적으로 커나가야 하는 숙제를 태생적으로 안고 있다. 독립적인 운영과 조직화 과정 속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시행착오의 고충은 글로 담아내자면 한이 없다.

재가단체를 구성하고 있는 재가교도들은 무엇보다 본인들의 가정과 생업에 충실해야 한다. 그들은 하나같이 신심, 공심, 공부심으로 무장돼있으며, 각자 각자가 작은 원상이 되어 회상이란 큰 원상을 힘차게 굴리는 소임을 자청하고 있다.

그럼에도 교단과의 소통의 부재로 인해 생기는 문제들은 재가인재는 물론 교단발전에도 장애가 될 소지가 많다.

교화현장의 최일선인 교당에서도 마찬가지다. 교도가 생각하는 좋은 교무는 무엇보다도 단연 소통과 공감이 잘 되는 교무이다. 아무리 법이 높은 교역자가 교당에 온다 해도 교도와 교무간의 대화가 단절되고, 공감의 폭이 확장되지 않으면, 교도들은 교무의 이동만을 기다리는 것이 명확한 현실이다. 교법은 좋은데, 교무와 통하지 않는다고 비방만 하고 그만두는 신입교도들도 있고, 교도들끼리 융화를 못해 그만두는 소통부재 교도들도 있으며, 독불장군 교무와 불통의 교도들의 만남은 상상 이상의 교당을 만들어 놓는다. 이 모든 것이 관심과 소통의 부족으로 일어나는 일이다.

우리가 처한 곳곳에서 생각과 마음이 통해야 행복 할 수 있듯이 진정한 소통은 마음의 교감에서 시작된다. 먼저 자신에게 정직하고 매사에 약속과 신용을 지키며, 국한을 넓혀 수용심을 기르고, 책임과 배려, 솔선수범하는 자세가 소통과 감동을 줄 수 있는 교단을 만든다.

정산종사께서는 '이 세상에서 제일 큰 재주는 사람과 잘 화하는 재주이다'고 말씀하셨다. 인간이 저지르는 가장 큰 죄악은 미움이 아니라 무관심이라 하고, 경청과 이해는 인간에 대한 존중이라 말한다. 서로서로 상대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귀 기울여야 전체가 보이기 시작한다.

원불교에선 어떤 의견을 내면 의견 내는 사람이 책임을 져야 하기에 의견 내기가 겁난다고 말하는 교도들이 있다. 일할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일할 수 있도록 소통과 공감 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의견을 개진토록 하고, 믿어주고 최선을 다해 이끌어 줘야 선공후사의 정신으로 몸과 마음 바쳐 회상을 위해 일할 사람들이 더 많이 나올 것이다.

이번 제10차 원불교정책연구소 혁신세미나에서는 '교역자 인력수급에 대한 진단과 대안 모색'이란 주제로 발표와 토의가 있었다. 이중 '재가교도의 역할 확대방안'에서 원광대학교 박종주 교수는 '협업(collaboration)'을 강조했다. 일방통치가 아닌 협치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도 소통의 절실함을 담고 있다. 정신개벽의 핵심도 그 일 그 일 공감과 소통의 열린정신이다. '하나의 사명'으로 만들어 가는 지혜다. 이것이 우리가 원하는 삶의 본질이자 회상에 몸담고 일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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