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먹는 것에 욕심도 많은 편이고, 먹을 때 급하게 먹는 습관이 있다. 약국에서 점심과 저녁식사를 하는데, 먹다가 손님이 오면 씹지도 못하고 꿀꺽 삼키고 나가야 하니 이런 습관이 더욱 굳어졌다. 그래서, '식사하기 전에 감사기도 올리기'로 유무념조목을 정했다. 이 조목은 '음식'이라는 경계 앞에서 감사하는 마음을 챙기고, 음식 먹는 일에 집중하면서 일심을 모을 수 있도록 하는 조목이다.

처음에는 '음식을 먹기 전에 감사한 마음을 모으자'로 유무념을 조목을 정했다. 약국에서는 식사시간이 딱 정해져있지도 않고 먹다가 손님응대하고 다시 먹는 일이 빈번해서 매번 식사를 다시 할 때마다 감사의 마음을 모아야 하나 헷갈렸다. 보이지 않고 잡히지 않는 마음을 유념하고 챙겨서 횟수로 형상화시키는 것이 유무념 대조공부라 할 수 있는데, 그 기준이 모호하니 확인이 어려워지고, 확인이 제대로 안되니, 시간이 흘러도 잘 하고 있는지, 진급하고 있는지 파악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확실하게 자리 잡을 때까지는 식사로 국한을 하고, 식사시간 전에 감사기도 올리는 것으로 시작했고, 어느 정도 익숙해져서 식사도중 마음 챙김도 포함시키고 있다. 유무념조목을 정할 때, 가까운 주변에서 찾아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유무념 처리한 번수를 확실하게 점검할 수 있는 방법도 잘 정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5~6개월 지나서 어느 정도 익숙해져서 다른 조목 중심으로 유무념했더니, 바로 다시 감사기도 올리는 것이 잘 되지 않았다. 9월부터는 다시 집중해서 유무념했더니, 비교적 쉽게 잘 되어 가고 있다. 지금 한 조목으로 9개월 정도 하고 있는데, 한 조목으로 계속 하니, 이 식사 감사기도에 대한 표준이 나름대로 서게 되는 거 같다.

다른 단원들이 유무념공부한 내용을 들으면서 자극도 받고, 감동도 받으면서 유무념공부에 더 흥이 났다. 유무념 조목을 단원들과 공유할 때와 안 할 때의 실행정도가 확연히 차이가 났다. 혼자 하는 공부보다 여럿이 함께 하는 공부가 낫다는 말씀을 실감했다.

작년까지 실행한 '나(懶)를 제거하자' 라는 유무념 조목은 나의 마음을 알아차리는 공부였다면, 이번 조목은 나의 육근작용을 내가 조절하고 있는지 알아차리는 공부라고 생각한다. 이 유무념 조목에 토가 떨어지면, 다른 육근작용을 조절하는 유무념 조목(예를 들면, '힘들다'라는 말을 안하기, 또는 '한숨 쉬지 않기' 등)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두 조목을 동시에 해보았는데, 하루 종일 마음을 꼭 잡고 있는 느낌이어서 아직은 버거웠다. 아직은 힘이 부족한 듯해 차근히 해보기로 마음 먹었다.

<강동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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