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화자의 삶

▲ 김도호 도무/원광효도마을
대산종사께서는 스승과 제자 사이에 갖춰야 할 두 가지 심법으로 '신의(信義)와 법정(情義)'을 말씀해주셨다. 신의는 제자가 스승을 믿고 따름이 어떠한 경계에 닥쳐도 변하지 않는 마음이고, 정의는 도덕을 실천하는 자본으로 영원한 법정의 보물이라 했다. 남중교당에서 간사근무는 그러한 신의와 정의의 기본을 다질 수 있던 소중한 배움터였다.

이효원, 이법전, 송정현 교무님 모두 정확하고 꼼꼼한 분들이셨다. 이 분들은 간사근무가 '잡철을 제거하여 순도 높은 강철을 만드는 시기'라는 대산종사의 법문을 들려주며 간사가 아닌 출가 후배로서 성장할 수 있도록 늘 동기부여를 해줬다.

힘든 간사근무를 하면 그 어려운 과정을 이기지 못하고 사가로 돌아가는 경우도 많기에 처음부터 간사근무를 시키지 않으시려는 고 김인철 교무님과 아버지의 뜻을 간사근무 하면서 느낄 수 있었다. 어른들 모두가 스스로 선택하고 집중하여 공부인으로서 살림살이를 하나둘 장만해 가도록 나름의 배려를 해준 것이다.

그 가운데 송정현 교무와 한 방을 쓰면서 서원관 생활처럼 간사과정을 보낸 과정은 잊을 수 없다. 방장과 말석 같은 재미와 함께 늘 방향성을 제시해주며 스스로 방향을 찾고 답을 얻도록 해주신 선배 교무의 가르침은 나에게 굉장히 도움이 많이 된 공부였다. 그리고 문답감정을 통해 부족한 건 무엇인지 법문과 연관해 지도받으며, 아침공사 때마다 감상발표로 항상 올바른 방향으로 나가도록 이끌어 준 교육 방법은 정말이지 좋은 신의와 정의를 체험한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간사근무를 원하는 누군가가 나에게 질문을 하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송 교무님을 추천한다. 만약 '내가 간사근무를 하지 않았더라면 지금 같은 발전이 있었을까?'란 생각을 해보면 오늘과 같은 내 모습을 찾을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 활동의 중심은 늘 교도님들과 연결되어 있기에 작은 가르침 하나하나가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을 겪지 않았다면 그 흐름을 알 수 없었을 것이다. 나의 간사근무는 교화활동에 있어서 어떤 마음가짐과 어떤 준비를 해나가야 되는지를 다시금 깨달은 시간이었다.

그리고 공부인이 갖출 신의와 정의가 무엇인지도 알게 된 시간이다. 처음 1년만 살기로 한 간사근무를 2년 다 채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도 교무님들의 가르침과 남중교당 교도님들을 통해서 얻은 보람과 기쁨은 내가 정토회교당 학생회 활동을 하면서 얻은 것과 다르지 않았다. 법정이 넘치는 곳은 다른 데 있지 않다. 재가출가 교도 서로가 가르치고 배우는 보람이 있는 곳이다. 나에게 남중교당은 그런 곳이었다. 그리고 내가 변화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신 이효원, 이법전, 송정현 교무님과 당시 교도회장을 지낸 김도융 교도를 비롯한 남중교당 교도님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크다.

누군가 간사근무를 망설인다면 스스로 선택하되 반드시 하라고 말하고 싶다. 눈에 보이는게 전부가 아닌 교화현장을 직접 경험한다면 공부인으로서 더욱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가까운 친인척, 아는 교무님, 친근한 출신교당이 아닌, 정말 바닥에서부터 나의 잡철을 제거해 줄 법연을 만나는 것이란 먼 훗날 누구못지 않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큰 경쟁력이 될 것을 확신한다. 고된 일과는 힘들지라도 얻어지는 것은 결코 가볍지 않다. 빈 집에 살림살이는 그렇게 늘어나게 돼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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