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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수첩/ 마음일기 문집을 내면서
교사수첩/ 마음일기 문집을 내면서
  • 노혜은 전문상담사
  • 승인 2016.07.22
  • 호수 18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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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혜은 전문상담사/해동초등학교
해동 어린이 마음공부반은 2014년 겨울방학 프로그램으로 시작했다. 2013년에도 학생과 학부모 대상 마음공부반이 운영됐지만 지속적이지 않았다. 짧은 방학기간 동안만으로 아쉬워 학기 중에도 계속 마음공부를 했다. 때로는 5~6명이 때로는 단 1명과 마음공부를 했다. 그동안 마음공부반을 거쳐 간 학생은 모두 12명이며 그 중에서 꾸준히 마음공부를 해 온 학생들의 일기를 모아 문집을 내기로 했다. 그동안 수고한 학생들을 칭찬하고 격려하고자 하는데 뜻이 있었다.

〈논어〉에 '위기지학, 위인지학'이라는 말이 있다. 위기지학은 나를 위한 공부이고 위인지학은 남에게 보이기 위한 공부다. 현재의 공부는 나를 위한 공부이기보다 남과 비교하여 잘해야 하는 남을 이기기 위한 공부이고 인정받기 위한 공부다. 그렇기 때문에 요즘 아이들에게 공부는 힘들고 짜증나고 그 자체가 스트레스인 것이다. 처음에 마음공부를 하자고 했을 때 아이들은 지긋지긋한 공부를 이제 마음까지도 공부를 해야 하느냐고 물었다. 공부는 제대로 사람으로 살기 위한 것이고 나를 행복하기 위해 하는 것이다. 진정한 공부란 온전히 자신을 위한 공부이고 시선을 밖에 두는 것이 아니라 자기 안에 두는 것이다. 그래서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남 탓을 하지 않고 자신의 부족함을 알고 꾸준히 노력할 수 있는 것이다.

마음이 무엇인지, 마음의 원리가 무엇인지 아는 듯 모르는 듯 무조건 나를 믿고 따라와 준 아이들이 그저 기특하고 대견하다. 나 역시 4년째 마음공부를 하는데 어린이 마음공부반 덕분에 많이 성장할 수 있었다. 아이들은 나에게 많은 경계를 안겨주었고 그로 인해 공부할 수 있었다. 아이들은 때론 나의 스승이고 함께 공부하는 도반이었다. 문집을 만드는 것 그 자체가 나와 아이들에게는 또 하나의 큰 경계였다. 처음 문집을 만들고자 했던 순수하고 소박한 목적은 희미해지고 시간이 갈수록 잘 만들고 싶다는 욕심에 많은 고민과 갈등이 생겼다. 누군가를 의식하여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에 아이들의 마음일기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것은 아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처음엔 책을 만든다는 설렘과 뿌듯함도 있었지만 자신의 사생활이 담긴 일기가 공개되는 부담감과 제목을 정하는 일, 그림을 넣을 것인지 등 많은 고민과 갈등으로 인한 부담감에 힘들어했다. 문집을 내는 것 자체가 마음공부의 기회였고 우리는 함께 잘해냈다. 일곱 빛깔 무지개보다 더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아이들아! 너희 모두를 사랑한다.

이것은 지난 2월 아이들의 마음일기를 문집으로 엮으면서 썼던 글이다. 초등학교 4학년 3명, 5학년 4명, 모두 7명 아이들의 일기 중 일부이다. 책 제목은 〈일곱 빛깔 우리들의 마음이야기〉이며 이것은 책을 만드는 약 두 달 동안 아이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여 결정했다. 부모님의 권유로 마음공부를 시작한 아이도 있었지만 대부분 스스로 찾아왔다. 마음공부가 무엇인지 궁금해 했고 선뜻 하고 싶어 했다.

4학년 A군은 어린나이에 산전수전을 겪었다. 어머니와 둘이 살다가 어머니가 병으로 돌아가시고 갑자기 나타난 친아버지를 따라 이 곳 학교로 전학을 왔다. 내가 A군을 만났을 때는 아버지가 사기혐의로 감옥에 가고 아버지의 동거녀와 함께 살고 있을 때였다. 체구가 1학년으로 보일만큼 왜소하고 얼굴이 백지장 같았다. 어떤 사람이 되고 싶으냐는 나의 질문에 A군은 아버지 같은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아버지가 어떤 사람이냐고 물으니 인생을 쉽게 사는 사람이라고 얘기했다. 아무런 희망이 없이 하루하루 연명을 하듯 살아가는 A군에게 마음공부는 희망이 되었다. 자신을 사랑하게 됐고 그래도 삶은 살아볼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주었다. 지금 A군은 만화가를 꿈꾸며 열심히 책을 읽고 만화 캐릭터를 그리고 있다.

5학년 B양은 친구들 사이에서 소위 은따다. 한 번 화가 나면 엄청난 욕을 하는 B양은 학교에서 친한 친구 한 명 없이 하루를 버티며 지냈다. 스스로 못생겼다고 자책했고 그래서 친구들이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으며 자신을 낳아준 부모를 원망했다. 그런 B양에게 나는 마음공부를 권했다. 처음에는 요리조리 피하기만 하더니 시간이 가면서 누구보다 열심히 마음공부를 했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하게 되면서 주위에서 예뻐졌다는 얘기를 들을 정도였다. 마음일기 문집의 표지 디자인을 직접 할 정도로 그림에도 재주가 있는 B양을 친구들은 새로운 눈으로 보게 됐고 지금은 즐겁게 학교생활을 하고 있다. 지금도 매주 수요일 방과 후에 A군과 B양을 포함한 여러 아이들이 마음공부를 하고 있다. 아마 앞으로도 쭉 계속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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