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덕권 교도/여의도교당
요즈음 아내가 많이 힘들어하는 것 같아 여간 마음이 쓰이는 것이 아니다. 왜 그렇게 맥을 못 쓰고 비실비실 하냐고 물었더니 나의 간병과 뒷바라지 때문이라고 말해서 가슴이 덜컥한다. '아하! 이거 큰일이네!' 어느 드라마의 재벌회장처럼 젊고 예쁜 전담 간호사를 둘 수도 없고 당장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다.

통계에 의하면 혼자 사는 남자보다 아내와 함께 사는 남자가 평균 수명이 더 길다고 한다. 이유가 뭘까? 아내가 남편을 잘 보살피기 때문일까? 아내가 만들어주는 음식이 수명을 늘려주는 것일까? 아니면 아내가 옷을 잘 세탁해 주어서일까? 이 문제를 풀어가는 데 있어 물고기의 얘기에서 실마리를 풀 수 있을 것 같다.

생선회를 파는 사람은 물고기가 오래 살아 있기를 희망한다. 죽으면 값이 확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족관에 작은 상어 한 마리를 풀어 놓는다. 물고기들은 상어를 열심히 피해 다닌다. 긴장상태의 물고기는 죽지 않고 오래 살아남는다.

물고기가 수족관 내에서 일찍 죽는 것은 태만하고, 긴장이 풀어져 있고, 제 맘대로 놀다 보니 운동량이 떨어져 일찍 죽는 것이다.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 아닐까? 아내가 있으면 항상 움직여야 하고 긴장을 하게 된다. 아마 어떤 남편이라도 아내 때문에 긴장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아내가 있는 남자는 평생을 긴장하며 항상 움직일 태세가 되어 있다. 그 결과 남편들의 수명이 늘어나는 것이다. 아내가 있으면 항상 신경을 써야 한다. 게으름을 피우거나, 한 눈을 팔거나, 술을 많이 마시거나, 양말을 벗어서 아무 데나 던지거나, 늦잠을 자거나 등등, 여하튼 일거수일투족에 조심하지 않으면 아내의 잔소리는 바로 퍼부어진다.

그러면 남편은 긴장하고, 거기에 반응하고, 즉시 복종하여야 한다. 어쨌든 아내들은 게으르고, 편안해 지려고 하는 남편들을 가만두지 않는 수족관의 상어 역할을 톡톡히 한다. 아내란 참 고마운 존재이다. 남편의 수명을 늘려주니까 말이다. 그러므로 남편은 아내에게 감사해야 하며, 아내의 명령에 절대 복종해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렇게 고마운 아내가 빌빌 댄다는 것은 나에게는 죽음의 선고나 다름이 없는 것이다. 노인 병동이라는 것이 있다. 그 노인 병동에 한번 입원한 노인들은 대개가 살아서 그곳을 퇴원하는 일이 드물다고들 한다. 이제 아내가 힘들어 하면 우리 부부는 별 수 없이 노인 병동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 노인 병동 1등 실에는 쾌적하고 간호인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가난한 사람들은 냄새가 진동하는 노인 병동에 들어 갈 수밖에 없다. 거기다가 노인병원에 입원하는 사람은 누구 한 사람도 퇴원한 사람이 없다고 한다. 그야말로 인생의 마지막을 고하는 곳이 아니고 무엇인가?

자식들은 늙고 병든 부모 생각이 뭔지도 모르면서 노인병원에 '입원시켰다'가 아니고 '모셨다'고 말한다. 아마도 자식들은 노인 병동에 모신 것을 효자가 할 일이라고 굳게 믿고 있는 것 같다.

임종단계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중단 근거를 담은 일명 '존엄사법' 제정 논의가 시작된 지 약 10년 만에 결실을 맺었다고 한다. 올해 1월8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는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안'이라는 이름의 법률안이 통과됐다.

이 법은 임종단계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존중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렇게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연명의료 결정법'이 통과됨에 따라 인간적 품위를 지키며 편안하게 삶을 마무리할 수 있게 됐다. 구체적으로 어떤 준비와 과정이 필요한지 문답으로 정리해 보았다.

Q: 어떤 환자가 대상인가?
A: 회생 가능성이 없고 치료가 듣지 않으며 급속히 악화돼 사망이 임박한 임종 기 환자만 가능하다. 병의 종류는 상관없다. 담당 의사와 해당 분야 전문의가 임종 기 여부를 판단한다.

Q: 영양 공급도 중단하는가?
A: 영양·물 공급, 단순 산소 공급은 중단할 수 없다. 통증 완화 치료도 계속한다. 심폐소생술·인공호흡기·혈액투석·항암제 투여 등만 중단할 수 있다.

Q: 연명의료계획서와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어떻게 다른가?
A: 사전의향서는 만 19세 이상인 사람이 평소 직접 작성해 두는 것이다. 연명의료계획서는 의사가 환자에게 질병 상태와 치료법, 연명의료 시행법과 중단 결정, 호스피스 제도 등을 설명하고 의사가 작성한다. 실제로 환자가 연명의료 중단을 결정할 때는 두 서류의 효력이 같다.

Q: 어떻게 작성하나?
A: 연명의료계획서는 통일된 서식이 만들어질 예정이다. 의사의 충분한 설명을 듣고 환자가 동의하면 의사가 작성하게 된다. 사전의향서도 일정한 서식이 만들어지며, 의료기관이나 비영리법인(단체), 공공기관 등에서 상담 받고 작성하면 된다.

어떤가? 아내가 아프면 꼼짝 없이 노인 병동에 들어가거나 병원에 입원하여 '사전의료의향서'를 작성하고 마지막을 장식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나는 평소 지내던 '덕산재' 내 침대에서 명을 마치고 싶다. 그러려면 지금부터 더 아내의 잔소리를 쌍수를 들고 환영해야 될 것 같다.

사람은 평소에 착 없는 공부를 많이 익히고 닦아야 한다. 재색명리와 처자권속, 의식주 등에 착심이 많은 사람은 그것이 없어지면 그 괴로움과 근심이 훨씬 더한다. 그러니 어서어서 아내가 생기를 찾아야 착심도 여의고 아내의 잔소리를 노래처럼 여기며 살 수 있을 것인데 큰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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